수원 FC ‘빈약한 수비’-강원 FC ‘빈약한 공격’-수원 삼성 ‘부상’이 아킬레스건
K리그1에서는 최소 1팀, 최대 3팀이 강등될 수 있다. 시즌 최종전, 순위표 최하단에 있는 팀은 손 써볼 도리 없이 즉시 2부리그행이 확정된다. 11위와 10위는 K리그2에서 경쟁을 뚫고 올라온 팀들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생존 경쟁을 벌이는 하위 3팀과 9위권의 격차는 승점 10점 이상 벌어졌다.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두 수원 팀과 강원은 '대반전'이 아니라면 9위 이내 순위로 드는 것이 쉽지 않다. 이들의 첫 번째 과제는 12위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팀 사정으로 경쟁 심화
이번 시즌 가장 불안한 출발을 보인 구단은 수원 삼성이다. 수원 삼성은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가까스로 1부리그에 잔류하는 등 부진을 이어왔다. 2023시즌 개막 이후 좀처럼 승리하지 못하면서 가장 먼저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이병근 감독이 리그 7라운드 만에 경질됐고 김병수 감독이 5월 초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무기력한 모습을 반복하며 12위에 머물던 수원 삼성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여름으로 접어들면서다. 7월 첫 3경기에서 패배 없이 3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더니 이후 2연승으로 승점을 쌓았다. 승리 상대는 리그 1위 울산 현대와 강원이었다. 수원은 2연승을 통해 4월 초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김병수 감독 특유의 전술적 색채가 드러났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에 합류한 영입생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강원 역시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9라운드가 돼서야 시즌 첫 승리를 신고했다. 그러나 11라운드부터 또 무승이 이어졌다. 결국 약 2년간 팀을 이끌던 최용수 감독과 결별했다. 윤정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승리는 여전히 멀어 보였다.
24라운드에서 경쟁자 수원에 패배해 최하위 순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내 순위는 역전됐다. 이어진 일정에서 수원이 1무 1패를 기록하는 사이 강원은 1승 1무로 승점 4점을 쌓으며 순위를 다시 뒤집었다. 위기감을 느낀 강원은 이적시장에서 외국인 선수 보강에 열을 올렸고 이는 곧 효과를 보는 모양새다.
당초 수원 FC의 부진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수원 FC는 김도균 감독 체제에서 2021시즌 1부리그에 승격한 이후 줄곧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거둬왔다. 시즌 출발도 나쁘지 않은 듯했다. 지난 2년과 같이 중위권을 오갔다. 하지만 5월 중순부터 승리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은 6월부터 본격 하위권에 합류했다.
최근 이들의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다. 하위권 추락 이후 3골 이상을 내주는 패배가 많아졌다. 7실점을 하는 경기도 있었다. 그사이 수원 삼성, 강원과 격차는 좁혀졌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라스(네덜란드)는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아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라스는 이번 시즌 22경기에서 9골 5도움을 올린 팀의 핵심 공격수다.
#각 팀이 풀어야할 숙제
이들의 1부리그 잔류 경쟁은 세 구단이 각기 다른 색깔을 선보이는 팀들이기에 더욱 흥미를 더한다. 수원 FC는 공격적 색채를 자랑하는 팀이다. 전방에 무게를 두고 경기를 치르는 만큼 실점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지난 2년간 이들은 K리그1에서 최다 실점 부문 1위와 2위를 차례로 기록했다. 그래도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공격력으로 성적을 내왔다.
하지만 올해 실점은 과도한 수준이다. 경기당 평균 약 1.6 실점 수준이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2골 이상 내주고 있다. 빈약한 수비를 공격으로 메우며 순위를 지켜 왔으나 핵심 공격수의 이탈이 치명적이다. 이적 시장도 닫혔기에 보강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게 중심이 앞쪽에 있는 수원 FC와 달리 강원은 수비 지향적인 전술을 주로 펼친다. 26경기에서 30골만 내준 기록이 이를 보여준다. 전임 최용수 감독에 이어 윤정환 감독도 유사한 색채를 띤다. 문제는 지나치게 적은 득점이다. 18득점으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시즌 20골을 달성하지 못한 팀이다.
수원 삼성은 주요 자원들이 부상으로 빠지는 일이 많았다. 주장이자 전력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기제, 국가대표급 미드필더 고승범 정도가 꾸준히 자리를 지킨 선수들이다. 유럽 무대 경험 이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권창훈도 몸상태 탓에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기에 나서는 선수 중에서도 부상 위험도가 높은 이들이 곳곳에 있다.
#강등권 3팀이 가지는 희망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수원 FC, 강원 FC, 수원 삼성 모두 암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 반등 가능성이 있다"며 "수원 FC는 이승우의 존재감이 여전하다. 강원은 외국인 공격수들에게 기대해볼 수 있다. 수원 삼성은 김병수 감독의 축구가 완성도를 높이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핵심 공격수 라스가 빠진 상황에서 수원 FC가 기댈 곳은 '에이스' 이승우다. 8경기 연속 무승을 끊어낸 지난 5일 수원 삼성전 승리에도 이승우의 역할이 컸다. 이승우는 이날 본인에게 생소한 중앙 미드필더로 뛰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직접 골까지 기록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라스가 빠진 경기에서는 최전방 포지션까지 소화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지난해보다 공격포인트는 적지만 여전히 경기력은 좋다. 정신적으로도 이전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은 빈약한 공격력을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무더기 영입으로 채우려는 의지를 보였다. 공격진에 야고, 가브리엘, 웰링턴까지 브라질 3인방을 영입했다. 강원이 다시 꼴찌에서 탈출한 지난 12일 울산전에서 가브리엘과 웰링턴은 선발 출전하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교체 출전한 야고는 골맛도 보며 신바람을 냈다.
수원 삼성은 '병수볼'로 불리는 김병수 감독 전술의 존재감이 크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과거 인연으로 김 감독의 축구를 경험한 바 있는 공격수 고무열과 수비수 김주원이 영입됐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김주원 영입 이후 수원 수비가 달라졌다. 새롭게 합류한 일본인 미드필더 카즈키도 팀에 잘 어울리는 선수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원 선수들이 김 감독 축구에 적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