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금3·동1 따내…아시안게임 전 종목 메달 ‘기대감 업’
#세계선수권 금3·동1, 역대 최고 결과 낸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최고의 성과였다. 50년 가까운 세계선수권 역사에서 우리나라는 그간 금메달 10개를 기록 중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만 금메달 3개를 추가해 13개가 됐다. 한 대회 금메달 3개 획득은 대한민국 배드민턴 역사상 최초다.
안세영의 여자단식 금메달도 최초였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배드민턴 레전드' 방수현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다. 2023년 들어 국제대회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따내던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마침내 세계선수권마저 석권했다.
안세영의 금메달이 '상수'였다면 복식에서 메달은 '변수'였다. 서승재는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두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특히 채유정과 호흡을 맞추며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충 조를 누른 혼합복식 금메달은 극적이었다. 복식 종목 2관왕은 또 다른 레전드 박주봉과 김동문에 이어 세 번째다.
오는 23일 아시안게임 개막에 앞서 배드민턴 대표팀은 중국 땅을 미리 밟는다. 오는 5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중국 오픈에 참가한 이후 아시안게임에 나설 예정이다.
#그랜드슬램 바라보는 안세영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지난 8월 29일 귀국길에 오른 안세영이 입국장에 들어서며 내뱉은 자신의 목표는 '그랜드슬램'이다. 그랜드슬램은 세계선수권에 이어 올림픽,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까지 석권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2018년 국제무대 커리어를 시작한 안세영은 2019년 단숨에 세계랭킹 10위권에 진입하며 '월드 클래스'로 성장했다. 최상위권을 오가던 그가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이전까지 안세영은 수비형 선수로 평가받았다.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받아내며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유형이었다.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을 덧입히자 안세영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23시즌 안세영은 12개 국제대회에 참가, 우승 8회, 준우승 2회, 3위 1회를 기록했다. 63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5패만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랭킹 1위 등극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안세영의 정상 등극 배경에는 '천적 극복'도 존재했다. 그간 안세영에게는 천위페이(중국·세계랭킹 3위)라는 천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종합경기대회 데뷔전이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모두 천위페이를 상대로 패해 각각 32강과 8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스타일을 더하기 시작한 2023년부터 전세는 뒤집어졌다. 2022시즌에도 천위페이를 상대로 1승 2패로 열세였던 안세영은 2023시즌 현재 4승 2패로 앞서 있다. 천적을 극복하자 자연스레 여덟 번의 우승, 세계랭킹 1위가 따라왔다.
안세영은 직전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랭킹 2위)를 상대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대회마다 주요 길목에서 만나 2승 5패로 열세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5번 만나 3승을 가져갔다. 올해 8회 우승 중 2회 우승은 결승전에서 야마구치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아시안게임 목표는 전 종목 메달
배드민턴 대표팀으로선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2010년과 2014년 대회 모두 5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하는 등 배드민턴 강국으로 활약해 왔으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당시 국제무대에 본격 모습을 드러내던 안세영은 국내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으나 대회 8강에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뿐 아니라 배드민턴의 다양한 종목에서 입상을 기대케 한다. 특히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서승재를 앞세운 복식 종목에서 선전은 더욱 희망을 품게 했다.
서승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복식 부문 세계랭킹을 더욱 끌어올렸다. 강민혁과 조를 이룬 남자복식에서 세계 4위에 올랐다. 채유정과 조를 이룬 혼합복식은 현재 5위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배드민턴은 혼합복식 6위(김원호-정나은), 여자복식 2위(백하나-이소희)와 3위(김소영-공희용)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며 능력을 입증했으나 아시안게임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배드민턴 종목은 '아시아 챔피언에 곧 세계 챔피언'이라고 할 정도로 아시아 강세가 장기간 뚜렷한 종목이다. 남자단식을 제외하면 전 종목에서 아시아 국가가 세계랭킹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여자복식의 경우 1위부터 10위를 모두 아시아 국가가 채웠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뿐 아니라 단체전 입상도 노린다. 남자단식 외 다양한 종목에서 다수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에 금메달 7개가 걸린 배드민턴에서 금메달 6개 획득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2010년대 국제대회에서 침체 이후 배드민턴계에서 전략적으로 어린 선수를 육성한 결과가 지금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안세영을 비롯해 서승재, 채유정, 김소영, 공희용 모두 지난 올림픽에 참가하는 등 장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성기를 맞이한 대한민국 배드민턴이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