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송경호 중앙지검장, 신자용 검찰국장 유임, 수원지검장엔 신봉수…“윤석열 라인 핵심 보직”
#‘쓰던 칼 그대로 쓰겠다’
대장동 특혜 의혹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겨눈 수사가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예상대로 ‘안정’을 택했다. 우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을 유임키로 했다. 다음 이뤄질 차장·부장검사급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4차장 등은 유임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소속 검사들 일부는 인사를 내더라도 이를 지휘하는 차장·지검장은 건드리지 않고 ‘수사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수사가 진행 중인 곳들도 검증된 이들을 돌려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의혹 사건이 진행 중인 수원지검장에는 대검에서 이를 지휘했던 신봉수 대검 반부패부장(29기)이 임명됐다. 수사 흐름을 잘 아는 신봉수 검사장이 일선으로 내려가 지휘를 맡는 셈이다.
대신 대검 반부패부장으로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주요 금융범죄 사건을 지휘하던 양석조 검사장(29기)이 기용됐고, 수원지검장으로 사건을 이끌었던 홍승욱 검사장(28기)은 광주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라임 사태 등 정치권과 맞물린 사건들이 돌아가기 시작한 서울남부지검장에는 김유철 대검 공공수사부장(29기)이 임명됐다. 김유철 검사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지냈는데, 수사정보정책관은 흔히 총장의 ‘눈과 귀’로 불린다. 윤 대통령이 ‘지키고자 했던 측근’ 중 한 명이 김유철 검사장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26기(임관혁·심우정), 27기(김석우), 28기(홍승욱) 중 4명이 고검장으로 승진을 했는데 수원지검장으로 수사를 이끌었던 홍승욱 신임 고검장의 기수가 가장 낮은 점, 나머지 서울·수원·서울남부지검은 모두 29기 특수통들이 서로 돌아가며 보직을 맡게 된 점 등을 놓고 ‘쓰는 사람만 쓴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 인사를 통해 ‘수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에게 일선 주요 검사장과 대검 간부를 맡기는 기조는 일관되게 갈 것임을 보여줬다”며 “그 외 인사를 통해 형사나 기획 라인들에게도 검사장 승진 등 기회를 줬지만 결국 주요 사건을 맡기는 핵심 검사들은 누구인지를 확인시켜준 인사”라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 ‘빅2’로 불리는 법무부 검찰국장도 기존 신자용 검사장(28기)의 유임이 결정됐다. 검찰국은 법무부 장관을 보좌하며 검찰의 인사·예산 등을 총괄하기 때문에 ‘핵심 중 핵심’으로 분류된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신자용 검찰국장이라는 ‘빅2’가 모두 유임된 셈인데 자연스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 등의 신임은 누구에게 향해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대검 간부 대부분 신임 검사장 배치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대검찰청 간부급 라인 배치다. 대검 반부패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장에 모두 신임 검사장이 승진 임명된 것.
전국 검찰 공안 수사를 지휘하는 공공수사부장에는 ‘공안통’인 박기동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30기)가 승진했다. 2024년 4월 총선 관리와 이후 선거 사범 수사를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박 신임 공공수사부장은 2022년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 근무를 한 바 있다. 기획조정부장에는 성상헌 중앙지검 1차장 검사(30기)가, 형사부장에는 박세현 서울고검 형사부장(29기)이 각각 임명됐고, 또 공판송무부장에는 정유미 대전지검 천안지청장(30기), 과학수사부장에는 박현준 창원지검 차장검사(30기), 마약·조직범죄부장에는 박영빈 인천지검 1차장 검사(30기)가 각각 보임됐다.
그러면서도 공석이었던 대검찰청 차장검사에는 심우정 인천지검장(26기)을 임명했다.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검사는 검찰총장을 보좌하며 각종 주요 회의 및 현안 정리 역할을 맡는다. 대검에서 이원석 총장을 보완하는 역량을 갖춘 인사라고 판단, 27기인 이원석 총장보다 선배 기수이지만 대검 2인자에 앉혔다는 평이 나온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심우정 신임 차장은 기본적으로 실력이 출중하고 특수통인 이원석 총장과 달리 기획통으로 전통적인 검찰 내 에이스로 볼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좌천되다시피 했던 심우정 차장을 대검 2인자에 앉힌 것은 수사보다는 대관, 기획 등에서 총장을 도와 보좌하라는 메시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임 검사장을 대검 간부에 앉히고, 기존 대검 간부라인을 일선 지검장으로 보내는 것은 ‘대검의 지휘 하에 수사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전진 배치”라며 “심우정 신임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좋아하는 후배로 알고 있는데, 이 같은 기조가 내년에도 비슷하게 이뤄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기여하면 승진’ 주목해야
이 밖에도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거나, 정권 출범 후 기여한 바가 있는 이들은 모두 승진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대변인 출신으로 ‘성남 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수사한 이창수 성남지청장(30기)은 전주지검장으로 승진했고, 2023년 2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검찰 수사권 조정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김석우 법무부 법무실장(27기)은 법무연수원장(고검장급)에 발탁됐다. 2023년 2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지 7개월 만에 고검장급으로 올라간 셈이다.
‘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얽혀 있는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29기)도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발탁돼 영전했다. 고검 차장검사가 검사장급 자리 중에서도 ‘비주요보직’으로 분류된다고 하지만, 손준성 신임 대구고검 차장검사의 경우 피고인 신분이기에 수사를 일선에서 지휘하지 않는 고검 차장검사가 최적의 자리로 거론됐다.
익명의 한 검사는 “이번 인사를 통해 ‘윤석열 라인은 핵심 보직, 실력이 입증되는 형사·기획통은 검사장과 고검장 승진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됐다고 하는데 한 장관이 있는 동안에는 비슷한 인사 기조가 계속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