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사생활 폭로에 독립운동가 비하까지…뒷광고로 시청자 기만, 성범죄·자살 사건 연루도
#테마1 '사생활 폭로'
9월 7일 BJ 유혜디(본명 송아리)는 프로게이머 출신 BJ 미스틱(본명 진성준)의 낙태 종용, 강간, 바람 의혹을 폭로했다. 유혜디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1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연인 사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4월 유혜디가 미스틱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면서 둘의 관계는 급격히 변화했다. 유혜디는 미스틱이 본인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대놓고 눈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임신 초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에도 일부러 격렬한 성관계 및 수면간을 시도하는 등 비상식적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처와 이혼한 뒤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는 미스틱은 임신 22주차였던 유혜디에게 낙태를 부탁했다. 유혜디는 미스틱 어머니도 함께 낙태 설득에 나섰다고 폭로했다. 이 와중에 미스틱은 다른 여자 BJ S 씨와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등의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아버지와의 상의 끝에 유혜디는 낙태를 결정했고 뱃속의 태아를 떠나보내기까지의 다이어리가 공개돼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미스틱은 반박문을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일부 시청자들이 캡처한 반박문을 보면 사과나 반성은 없었고 오히려 유혜디의 ‘방송을 접게 해주겠다’는 협박에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유혜디는 반박문이 나온 직후 “상대할 가치가 없다. 범법행위 자수하라”는 글을 올렸다. LoL(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은퇴 후 수려한 외모와 거침없는 성격으로 인기를 누렸던 미스틱은 이 사건으로 최악의 흑역사를 쓰게 됐다.
의외의 인물도 있다. 1세대 BJ 김이브(본명 김소진)다. 2007년 방송을 시작한 그녀는 재치 있는 입담과 가식 없는 성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유튜브 플랫폼으로 넘어간 뒤 점점 구독자 수가 줄더니 최근엔 도박 및 사기 논란에 휘말렸다. 유튜버 구제역이 ‘김이브가 일면식도 없는 팬에게 도박하게 돈 빌려달라는 등의 통화를 했다’고 주장하며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
또한 구제역은 김이브가 사기 혐의로 10개월을 선고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관련 기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여자 BJ의 나이와 지역 등이 김이브와 유사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김이브는 성인 방송 플랫폼 팝콘TV로 이적한 뒤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구제역의 주장과 언론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대형 사건에 연관된 사생활 폭로도 있다. 2019년 BJ 열매(본명 이수빈)는 전 남자친구이자 아이돌 출신 BJ 우창범이 한 단톡방에 자신의 영상을 불법으로 올리는 바람에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을 유포하려던 카톡 대화방은 버닝썬게이트의 주요 인물들인 정준영, 최종훈 등이 불법촬영 영상물을 공유하던 카톡방이다. 이 주장은 우창범이 제기한 ‘열매가 다른 남자 BJ와 바람을 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당시 포털사이트에는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과 BJ들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올라오기도 했다.
우창범은 연예인과 관련이 없으며 정준영과의 관계는 디스코드(음성 채팅) 친구 추가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우창범은 증거를 내놓으라며 열매를 압박하기도 했다.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BJ들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테마2 '특정 대상 비하'
이 분야의 단골은 명실상부 BJ 철구(본명 이예준)다. 인기 BJ였던 철구는 2012년 아동 성폭행 범죄자인 김길태를 따라한 퍼포먼스로 강력한 비난을 받았다. 철구는 김길태를 따라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방송에서 강간을 흉내내는 것 자체로도 문제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 사건으로 철구의 계정은 영구정지됐지만 이후 해제돼 복귀했다. 철구는 2019년 군 복무 중 여자 BJ와 함께 원정도박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두 BJ가 필리핀 카지노에 앉아 바카라를 하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것. 당시 철구는 상근예비역 신분으로 육군은 철구에게 ‘휴가제한 3일’의 징계를 내렸다.
뿐만 아니다. 철구는 2020년 개그우먼 고 박지선 씨에 대한 고인 모독 및 방송인 박미선 씨의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동료 BJ의 외모를 겨냥해 “박지선은 꺼지세요”라고 말했고 이내 “박지선이 아니다, 박미선이다”라고 정정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박미선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누구세요? 내 외모 지적하기 전에 거울부터 보고 얘기하시죠. 살다가 별일을 다 겪네. 생각하고 얘기하라고 뇌가 있는 겁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삭제했다. 철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언행에 대해 사과했지만 유사한 논란을 반복하는 그에 대한 대중적 평가는 점점 냉혹해지고 있다.
이른바 ‘철감봉’으로 불리며 철구, BJ 감스트(본명 김인직)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BJ 와꾸대장봉준(김봉준) 역시 특정인 비하로 자숙 기간을 가졌다. 비하 대상은 다름 아닌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다. 2021년 5월 와꾸대장봉준은 동료 BJ 오메킴(본명 김승현)과 술먹방 도중 성관계에 관해 얘기하다가 “어떤 자세로 수갑을 차나, 대한독립만세”라고 발언했다. 이에 오메킴은 “2021년 유관순이냐?”라고 말했다. 유관순 열사를 성적 희롱의 소재로 삼은 이들의 발언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당시 동석했던 모든 BJ들의 공개 사과 이후에도 와꾸대장봉준과 오메킴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아프리카TV 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들 방송 계정을 90일 동안 정지시켰다.
국가 재난이 발생한 지역을 조롱한 사례도 있다. BJ 유소나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2016년 9월 당시 시청자들이 경주에 지진이 발생했다고 알리자 채연의 ‘흔들려’ 노래를 틀고 춤추는 행태를 보였다. 2016년 경주 지진은 대한민국 지진 관측 이래로 가장 큰 재난이었으며 경상도 일대에 큰 피해를 입혔다. 유소나는 노래와 춤을 중단하라는 등의 채팅에 불쾌감을 표현하며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유소나는 언론 등에 수많은 도덕적 비난을 받았으며 결국 사과글을 작성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테마3 '뒷광고·조작방송 등 시청자 기만'
대표적인 사건은 유튜버이자 BJ 양팡(본명 양은지)의 뒷광고 사건이다. 양팡은 2015년 방송을 시작해 가족 시트콤 콘텐츠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19년에는 100만 명의 구독자를 둔 대형 유튜버로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2020년 전국을 강타한 뒷광고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위상이 흔들렸다. 뒷광고는 기업으로부터 광고 의뢰를 받은 제품을 ‘유료광고 포함’ 표시를 숨긴 채 ‘내돈내산’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다. 양팡은 생방송에서 한 프랜차이즈 치킨을 배달해 먹었으며 이후 광고 표시 없이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했다. 하지만 해당 치킨은 협찬받은 제품이었던 것이 밝혀졌다.
처음에 발뺌하던 양팡은 진실이 드러나자 곧바로 사과했다.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인정한다고 말했던 양팡은 6개월의 자숙 기간을 거쳐 2021년 2월 복귀했다. 이후 양팡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양팡은 논란 당시 구독자 수와 영상 조회 수를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유튜브 정책으로 구독자 수 비공개 설정이 불가능해지면서 구독자가 반토막 난 사실이 드러났다.
조작 영상으로 구설수에 오른 사례도 있다. 2020년 BJ 송대익은 피자나라치킨공주(피나치공)에서 주문한 치킨과 피자를 배달원이 빼먹었다며 매장에 항의한 내용을 조작한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다. 배달원이 배달 중인 음식을 몰래 먹는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어 왔지만 송대익이 제보한 건은 보란 듯이 흔적을 남긴 경우였다. 여기에 송대익은 항의 전화 도중 논란의 치킨을 먹는 등 자충수를 두며 조작 논란에 화룡점정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송대익은 반성문과 함께 “영상에만 눈이 멀어 벌인 일”이라며 사과 영상을 업로드했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그의 계정을 정지했고 피나치공 측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송대익은 이 사건 이후 ‘자영업 파괴자’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한 달 만에 방송에 복귀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편 당시 많은 인플루언서들과 BJ들은 ‘피나치공챌린지’를 통해 직접 피자와 치킨을 시켜 먹으며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들을 도왔다.
BJ들이 대규모로 연루된 시청자 기만 사례도 있다. 심지어 금전적 피해까지 입혔다. 바로 2021년 아프리카TV 코인게이트다. 시청자 닉네임 ‘수트’는 아프리카TV 내에서 거액의 후원으로 유명했다. 수트는 BJ들에게 미리 투자를 받고 이들을 통해 본인이 운영하는 가상화폐를 홍보하도록 했다. 이 사실은 BJ 노래하는코트(본명 윤태훈)의 전 연인의 폭로를 바탕으로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사이버렉카’들은 관련 BJ들을 하나둘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노래하는코트, 저라뎃, 꿀탱탱, 케이, 창현, 염보성 등 유명 BJ 등이 줄줄이 가담했다.
해당 BJ들은 대부분 “코인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해명했고 자숙기간에 돌입했다. 고정 시청자가 많은 이름난 BJ들이 가상화폐를 불법으로 홍보해주며 시청자들을 기만한 것이 들통나자 비난이 들불처럼 번졌다. 하지만 대규모 코인게이트 사건은 도덕적 책임을 묻는 데 그쳤다. 가상화폐에 대한 법과 규제가 미흡해 관련 BJ들을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아프리카TV 코인게이트 사건을 언급하며 “해법을 고민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테마4 '성 관련 사고'
가장 빈번하면서 논란이 큰 흑역사다. 2008년 여성 BJ 알몸노출 사건은 이 테마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술에 취했던 한 여성 BJ는 방송 카메라를 끄지 않은 채 옷을 모두 벗고 잠들었다. 방송 매니저들은 즉시 시청자들을 모두 강퇴시키고 BJ를 깨우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나체로 송출된 영상과 캡처본이 존재해 파장이 일었다. 당시 포털사이트에는 ‘낚시용 노출 동영상’이 자주 올라오며 후폭풍이 거셌다. 한편 해당 BJ는 루머와 본인이 등장하는 영상 업로드 등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며 현재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방송을 목적으로 지적장애인을 성추행한 사례도 경우도 있다. BJ 땡초는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초까지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을 강제 추행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송출했다. 땡초는 벗방에 참여한 여성에게 아무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으며 시청자들로부터 유료 아이템인 별풍선을 챙겨 이득을 얻었다. 그런데 지적장애 여성을 돈벌이로 활용한 정황이 영상으로 남아 법적 처벌까지 받게 될 위기에 놓였다.
땡초는 자신과 여성은 연인 사이이며 합의 하에 방송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도 법원에 제출됐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땡초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아프리카 TV 역시 땡초에게 미풍양속 위배를 이유로 방송 계정 영구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진행된 항소심에선 오히려 징역 6년으로 형량이 높아졌다.
2023년 3월엔 BJ 성착취 사건이 발생했다(관련기사 [단독] 10만원짜리 알바라더니? 인터넷방송 ‘벗방’ 피해 여성 사연). 성착취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 BJ가 위약금으로 협박 받으면서 강제로 벗방(옷을 벗는 방송)을 해왔던 사실을 폭로한 것. 싱글맘으로 생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알바를 찾던 이 여성은 인터넷방송 부업 제의에 응했다. 하지만 방송 도중 남성 BJ가 건넨 맥주 한 캔에 정신을 잃었고, 그 결과는 끔찍했다. 맥주를 건넸던 남성에게 겁탈당하고 영상까지 찍혀버린 것이다. 여성 BJ가 더 이상의 방송 출연을 거부하자 남성 BJ는 방송 전 작성했던 계약서를 근거로 엄청난 위약금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벗방 영상을 ‘주변인들에게 퍼뜨리겠다고’도 했다.
성착취 폭로를 생방송으로 중계했던 유튜버 카라큘라에 따르면 벗방 피해자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BJ는 처음에는 해당 주장에 반박하다가 결국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사과와 함께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테마5 '죽음과 관련된 흑역사'
흑역사라고 말하기엔 파장이 클 정도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19년 발생한 ‘나락즈 성희롱 사건’이다. 감스트, BJ 남순(본명 박현우), BJ 외질혜(본명 전지혜)는 아프리카TV 방송 내에서 나락즈라는 크루를 결성했다. 이들은 함께 방송을 하던 도중 어떠한 질문에도 “당연하지”라고 외쳐야 하는 ‘당연하지’ 게임을 진행했다. 남순이 “너 잼미(트위치 스트리머)보면서 XX한 적 있지?”라는 성적 질문을 하자 감스트가 “당연하지”라는 대답으로 논란을 유발했다. 나락즈는 스트리머 잼미에 대한 사과 영상 업로드와 함께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문제는 3년 뒤에 발생했다. 성희롱 피해를 당했던 스트리머 잼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감스트는 자신의 언행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며 애도했다. 한편 잼미의 죽음은 사이버렉카들의 도를 넘은 음해와 방송에서 이루어졌던 악성 채팅 탓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잼미 논란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했던 뻑가 등의 유튜버들도 이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동영상을 올렸다.
2017년 발생한 이른바 왁싱숍 살인사건도 BJ와 관련됐다.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만 BJ 남순의 ‘나비효과’가 사건의 핵심이다. 남순은 유튜브 10만 구독자 기념 미션으로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러 서울 강남의 한 왁싱숍에 방문했다. 이 방송 영상은 유튜브로 업로드됐고 여사장의 미모로 화제를 모으며 조회수를 높였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매장의 대략적 위치가 알려졌고 이후 한 괴한에 의해 왁싱숍 사장이 살해됐다. 남순은 여사장의 요청으로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한 지 한 달 만에 삭제한 상태였지만 범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직접적인 잘못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남순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남순은 “법적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해명 방송을 했다.
BJ 박소은 사망사건도 있다. BJ 박소은은 한 남성과 공개 연애를 시작했는데 그 자체로 사생활을 지적하는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박소은의 전 남자친구라고 주장한 사람의 글이다. 그는 BJ 세야(본명 박대세)가 공개 연애 중이던 박소은을 집으로 불렀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공개 연애 중 남자 BJ와의 스캔들까지 터지자 박소은을 향한 시청자들의 비난 수위는 더 거세졌다. 이에 세야는 잠자리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연애 중인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후 악플에 시달리던 박소은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세야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앞으로 행동 조심하며 평생 미안해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