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증명 긍정적이지만 3나노 대형 고객사 확보는 지켜봐야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시스템LSI 테크 데이 2023’에서 AP 신제품인 엑시노스 2400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AP 신제품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1월 ‘엑시노스 2200’을 출시한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이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셋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엑시노스 2400은 엑시노스 2200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1.7배 개선됐다. 인공지능(AI) 연산 성능은 14.7배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빛을 추적해 사물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레이 트레이싱’,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까지 고려해 현실감을 더한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빛의 반사효과와 그림자 경계를 현실과 유사하게 표현한 ‘리플렉션·쉐도우 렌더링’ 기술을 엑시노스 2400에 적용했다.
엑시노스 2400은 내년에 출시되는 갤럭시 S24, S24+ 등 갤럭시S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엑시노스 2200은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과 발열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엑시노스 2400으로 재기를 노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200을 갤럭시 S22 시리즈에 탑재했다. 하지만 발열과 성능 저하 문제가 발생했다. 엑시노스 2200의 후속작인 엑시노스 2300은 양산이 취소됐다.
엑시노스 2400이 성능을 검증받는다면 삼성전자는 AP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AP 시장 점유율은 7%다. 대만 미디어텍(30%), 미국 퀄컴(29%), 애플(19%) 등에 뒤처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 시리즈에 AP 전량을 퀄컴으로부터 공급받아왔다.
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엑시노스 2400을 탑재한 제품이 국내에만 출시되거나 국내와 유럽에서 출시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전에는 엑시노스 탑재 제품을 국내와 유럽에서 동시에 출시했었다. 미국은 퀄컴 칩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유럽은 그다지 거부감이 없다”며 “다만 지난해 한 해를 쉬면서 문제를 보완했던 터라 유럽 모델에도 바로 엑시노스를 적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엑시노스 복귀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미칠 영향도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시스템 LSI사업부 포함)가 올해 매출 20조 8440억 원, 영업손실 424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매출 31조 3700억 원, 영업이익 5조 3120억 원) 대비 매출은 34%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4%, 삼성전자가 11.7%로 여전히 격차가 크다.
엑시노스 탑재가 재개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엑시노스를 설계하는 삼성전자 LSI사업부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파운드리를 맡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엑시노스는 퀄컴의 파운드리 수주를 늘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스냅드래곤8 2세대 물량을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 맡겼다. 엑시노스의 성능이 검증을 받고 생산 물량이 많아질수록 퀄컴에서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AP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커지는 셈이다. 앞서의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내년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갤럭시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 AP를 쓰는 대신, 스냅드래곤8 3세대 일부 물량 파운드리를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엑시노스 2400은 4나노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이 된다면 고객사들에게 강력한 어필이 된다”고 말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자사의 제조 공정을 자사 제품에 적용한다는 말이기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서는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또 파운드리 서비스를 많이 할수록 파운드리 기술력도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향후 TSMC와 삼성전자의 격전지가 될 3나노 공정에서도 실제 대형 고객사 유치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의 증권사 연구원은 “향후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메이저 고객의 AP나 GPU에 대한 3나노 물량을 많이 가져와야 TSMC를 앞설 만한 상황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내년 3나노 공정으로 제작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 일부 물량은 삼성전자가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아직 3나노는 도입 초기 단계라 향후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기존의 핀펫 방식을 적용한 TSMC도 발열 이슈에 맞닥뜨렸고, 새로운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도 아직은 3나노에서 순항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와 관련해)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은 말씀드리지 못한다. 실제 (엑시노스가) 탑재된다면 언팩 행사 때 공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