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안 편익 더 커’ 국토부 발표에 야당 공세 이어져…원희룡 즉답 회피하자 이소영 의원 “1타 왜 했나” 질타
국토교통부는 10월 5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노선 경제성 비교 B/C(비용 대비 편익)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 분석은 논란이 됐던 타당성 조사 설계업체 ‘경동엔지니어링’ 등이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김 여사 일가 토지가 위치한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변경 노선안의 B/C값은 0.83으로, 기존의 양서면 종점 예타 원안 0.73보다 13.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경노선이 기존노선에 비해 비용은 더 들지만, 편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건설비용인 사업비는 강상면 변경안이 2조 1098억 원으로, 기존안(2조 498억 원)보다 2.9%(600억 원)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일일 교통량은 원안이 2만 7000여 대인 반면, 변경안은 3만 3000여 대로 6000대(22.5%)가량 증가했다.
10월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이를 두고 야당 의원들의 연이은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일일 교통량이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원안과 변경안의 종점이 차로 4분, 7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고 언급하면서 “원안 종점일 때 이 고속도로를 안 타는 6000대가 종점을 4분 거리로 옮기면 탄다는 게 납득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체 교통량의 70%를 차지하는 ‘서울-북광주 구간’의 원안과 변경안이 일치하는 상황에서 그 이후 구간이 바뀌었다고 전체 교통량이 22% 이상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소영 의원은 배후 인구 25만 명인 하남교산 3기 신도시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유발하는 차량 수요가 하루 1000대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와, 이 고속도로가 인구 60만 명인 서울 송파구에 연결되면 증가 교통량이 4000대 수준이라는 국토부 자료를 제시했다.
현재 양평군 인구가 12만여 명인데, 앞서 자료를 종합하면 강상면으로 종점을 옮기는 것만으로 교통량이 6000대 늘어날 것이라는 용역사의 분석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 의원은 “양평에 3기 신도시라도 생기느냐”고 꼬집었다.
용역업체의 연구 담당자 명단 허위 작성 의혹도 불거졌다. 국감이 열리기 전 국회 국토위 보좌진을 대상으로 분석 결과를 작성한 경동엔지니어링·동해엔지니어링 담당 기술자들이 설명회를 열었는데, 업무 수행을 맡은 기술인 명단에 등재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회사는 실제 업무를 맡을 기술자 명단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고, 변경될 때마다 즉시 국토부에 보고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허위로 제출할 경우 회사는 ‘부정당업자’로 분류, 조달청으로부터 최대 2년간 입찰 제한 조치 등 제제를 받는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기술자 명단에 있는 분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전혀 증명되지 않고, 오히려 국회에 와서 설명하는 건 듣도 보도 못한 분들이었다. 이러면 착수계나 준공서류에 있는 명단은 허위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와 조달청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해 징계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경된 강상면 종점안은 기존 국지도와 노선 방향성이 상당 부분 겹치면서 ‘기능 중복’ 지적도 나왔다. 당초 양평고속도로 사업목적과 기대효과는 두물머리 일대 국도 6호선 및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정체 해소였다. 국지도 88호선과 연계성은 검토되지 않았다. 그런데 강상면 종점안이 나오면서 그 변경 이유로 ‘국지도 88호선과의 연결을 위한 강하IC 설치’가 언급됐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국지도 88호선이 강상면 병산리로 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평고속도로 변경안과 기능이 중복된다”며 “강하IC와 기존 남양평IC 위치를 보면 중간에 겹치는 구간이 있다. 남종IC라는 곳에서 강하IC까지 약 11km 구간으로 직선구간 9.5km 정도가 시종점이 거의 비슷하게 겹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의원은 “원안대로 하면 남종IC에서 갈아탈 경우 국지도 88호선을 타고 강하IC, 즉 병산리 쪽에 들어갈 수 있고, 본래 목적에 맞게 양서면 쪽의 두물머리 교통 해소도 할 수 있다”며 “왜 88호선이 있는데도 강상면으로 종점을 틀었고, 목적이 거의 같은 2개 도로가 한 곳으로 향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지도 88호선이 현재 강하-강상 구간의 확포장 공사가 추진 중인데, 내년부터 보상에 들어가는 토지 소유주 가운데 김건희 여사 친척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그동안 보였던 것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앞서 원 장관은 김 여사 일가의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1타 강사’를 자처하며 적극 방어하고, 사업 추진 자체를 ‘백지화’ 선언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날 국감장에서는 “분석을 수행한 사람이 증인으로 채택돼 있으니 거기에 물어보라” “도로 통행에 관한 전문적 분석 경험을 가진 분들이 답변하는 게 책임 있는 답변일 것” “장관은 전문 지식이나 시뮬레이션을 직접 담당하는 게 아니라 신뢰성을 감독하는 자리”라며 즉답을 피했다. 목소리도 유독 작게 답변해 국토위 위원장과 의원들의 지적도 받았다.
이소영 의원은 원 장관을 향해 “전문지식도 없이 ‘1타 강사’는 왜 하셨냐”며 “원 장관은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에 털끝 하나 문제없다’ ‘문제 제기가 날파리 선동이기 때문에 백지화한다’고 강조해왔다. 용역사나 국토부 직원들에 미루지 말고 원 장관이 분석 결과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10일 국토부 대상 국감에 앞서 국토위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 질의 관련 회의를 했다. 그 자리에서는 김건희 여사 일가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질의하겠다는 의원이 많지 않았다”며 “그런데 원희룡 장관이 양평고속도로 문제에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기존에 다른 질의를 준비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하나같이 양평 고속도로 질의로 선회해 공세에 나섰다”고 귀띔했다.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한국도로공사 등에 대한 국토위 국감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감에서 기존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의혹들이 드러날 경우 국정조사 추진에 속도가 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7월 양평 고속도로 의혹을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하며 국정조사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해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 이름을 올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완강히 반대하면서 이후 별다른 추진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인사청문회에 이어 국감에서도 ‘모르쇠’로 버티는 걸로 대응 방안을 정한 것 같다. 원희룡 장관은 답변을 피하고 국토부는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비리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국감에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국정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