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북부서에 허위 병가 고발당해, 내사 결과 ‘무혐의’ 무고·직권남용 논란…북부서 “추가 감찰” 맞대응
무리한 수사의뢰로 동료 직원을 궁지에 몰았다는 지적과 함께, 경찰청 본청이 직접 나서 사건 관계자들의 직권남용 여부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경찰청은 관련 진정을 접수한 상태이며, 여경은 동료들의 도움을 얻어 법적 대응 채비에 나섰다.
#지방청 방문 후…이상한 일의 연속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광주경찰청 및 광주광역시 북부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의 부적절한 업무처리 의혹이 담긴 진정서를 받았다. 북부서 역전지구대 소속 여경 A 경사가 상급자의 부당한 조치로 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으며 이 과정에서 이른바 갑질 피해에도 시달렸다는 게 핵심이다.
사건은 2022년 10월에 불거졌다. A 경사는 약 1년째 '현업 시간선택제'로 일하고 있었다. 순찰을 도는 경찰관이 원하는 시간만큼 일할 수 있는 제도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취지로 도입돼 여경들이 주로 활용하는 업무 방식이다. 단, 업무 특성상 초과근무가 적지 않고 그에 따른 임금이 적정 지급되는지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다.
A 경사는 제도의 미흡한 점을 문의하고자 지구대장에 보고한 뒤 광주경찰청에 찾아가 담당 직원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A 경사의 광주청 방문 사실이 소속 경찰서에 알려졌다. 이에 A 경사는 자신이 속한 북부서 담당자와 또 면담하며 '경찰서에 보고 없이 광주청에 방문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더욱 커졌다. 광주청 방문 나흘 뒤 북부서는 '시간선택제 A 경사의 근무타당성 여부 논의'라는 공문을 게재했다. 갑자기 A 경사의 근무 전반을 살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A 경사의 실명이 적힌 공문이 뜨자 직원들 사이에서도 그를 눈여겨보는 시선이 늘기 시작했다.
지구대 안에서도 이상한 일들이 이어졌다. 지구대장은 이미 승인한 A 경사의 연가를 취소했다. A 경사가 2022년 12월 마지못해 시간선택제를 해지했지만 자원근무도 못하도록 했다. 휴가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자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때도 A 경사는 지구대장에 "심려 끼쳐 죄송하고 따끔한 말씀 감사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은 끝이 아니었다. 2023년 1월 지구대장 명의로 북부서 경무기획과에 '우리 지구대 공무원에 대한 기본근무 결략 등 확인을 요청한다'는 공문이 전달됐다. A 경사의 초과근무에 따른 임금이 과지급된 사례가 없는지 등을 살펴봐 달라는 요청이다. A 경사는 심한 조치라고 느꼈지만 전부 소명했다.
#감찰은 패스…뉴스로 접한 '수사의뢰' 충격
2023년 2월 진짜 사건이 터졌다. A 경사는 북부서에서 '2020년~2023년 복무상황 첨부물 100% 제출' 요구를 받았다. 지난 3년 동안의 병가 등 각종 휴가를 소명할 자료 100%를 다시 내라는 의미였다. A 경사는 징계 목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의 절차에 따라 해당 조치의 근거가 담긴 공문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A 경사는 "심한 스트레스에 건강도 악화한 상황이었지만 요청받은 첨부물은 가까스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면서 "그러나 저에 대한 조치가 어떤 규정에 근거를 뒀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어떤 형태로도 받아보지 못한 데다 청문감사실 쪽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A 경사는 올 4월 본인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광주 북부서가 병가·근태기록 등을 허위로 꾸민 여경을 수사의뢰했다는 내용이었다. 단신 기사였지만 A 경사는 충격에 공황장애를 앓다가 상급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입원도 했다. 그 사이 광주경찰청은 A 경사의 사례를 교양 자료로 만들어 배포했다.
A 경사는 광주 광산경찰서에 출석해 입건 전 조사(내사) 형태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폐원한 병원의 원장까지 찾아가 발급 받았던 진단서 등 자료 일체를 제출했다. 또 경찰 요청에 따라 본인은 물론 같은 경찰관인 남편의 3년 치 카드사용 내역까지 전부 냈다고 한다. 최종 내사 결과는 '무혐의'였다.
A 경사는 "감찰 등을 통해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수사를 의뢰하는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지구대장마저 우월한 직위를 이용해 연가를 직권취소하고 정당한 근무 등을 강압적으로 제지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대체 어떤 점에서 확신을 갖고 고발까지 했는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감찰 착수 전망…팔 걷은 동료들
이 사건은 A 경사가 경찰 내부망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알려졌다. 그는 "우리 조직에 큰 회의감이 들었고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며 "고발을 당한 날 저는 경찰관으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또 "무혐의로 제 스스로에게 떳떳해졌는지는 몰라도 예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듯하다"는 말을 남겼다.
A 경사는 일요신문에 "북부서 등 기관과 상급자들의 행태도 유감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여경이 주로 활용하는 시간선택제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취지를 외면한 채 유명무실하게 작동하는 구조도 문제"라며 "우선 경찰청에 북부서 등에 대한 감찰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는데 무고 등에 따른 고소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직협)도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민관기 전국 직협 회장은 "감찰도 없이 직원을 수사로 넘긴 일은 경찰 내부에서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다"며 "경찰청이 엄정하게 감찰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변호사를 선임했고 북부서의 조치 등에 법적 문제는 없었는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광주 북부서의 관계자들은 일제히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다시 감찰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청문감사실 관계자는 "A 경사가 3년 치 복무기록 등을 내지 않았으니 수사를 의뢰했을 뿐, 규정상 문제는 없고 곧 감찰을 벌여 사안을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구대장은 "경무계에 복무기록 확인은 요구했지만 내사 관련 내용은 저와 관계가 없다"며 "자원근무는 지침에 따라 직원의 업무 태도 등을 토대로 관서장 재량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당시 북부경찰서장도 "공문서라 당연히 제 서명이 들어갔고, 세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절차에 따른 조치였다"고 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A 경사를 응원하는 내용들이 수십여 개 올라왔다. 북부서의 부당한 조치와 광주경찰청의 허술한 시간선택제 운영 상태를 지적하는 내용이 많다. 일각에서는 북부서 등의 논리대로라면 A 경사의 지난 3년 동안 복무상태를 점검하지 못한 상급자들도 감찰 대상이라는 성토까지 나왔다.
경찰청은 A 경사 사건과 관련해 북부서의 당시 경찰서장과 청문감사실 및 경무계 관계자, 지구대장 등에 대한 감찰을 촉구하는 진정을 접수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별 사안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면서 "원칙적으로는 진정이 접수되면 사실관계 확인 등 통상적인 수사 절차와 다르지 않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직 안에서 여경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에서 일했던 박인아 경위가 당시 파출소 소장으로부터 80대 남성 접대를 강요받은 사실을 폭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감찰을 촉구했으나 서울경찰청이 직권경고로 사안을 마무리해 부실 감찰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