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김치‧와인 강매 혐의’ 태광그룹 전 임원 벌금 4000만 원 선고

계열사별 구매량 할당한 것으로 조사

[일요신문]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서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들에게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광그룹 전 임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지방법원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 19단독 박혜정 판사는 26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에게 벌금 4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를 이용해 총수일가가 부담해야 할 적자를 다른 계열사로 전가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동기가 총수 일가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 적자를 개선하려고 한 점, 직접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사유를 전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티시스에서 생산한 김치를 고가에 매수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실장은 김치 단가를 시가보다 2~3배 비싸게 책정해 경영기획실을 통해 계열사별 구매량을 할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는 계열사 메르뱅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상당 규모로 거래하게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메르뱅 또한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다. 두 회사의 거래액은 각각 95억 원, 46억 원 상당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같은 사실을 적발해 이 전 회장과 김 전 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21억 8000만 원을 부과했다. 당시 검찰은 이 전 화장에 대해 거래로 인한 재무상황 등을 보고받거나 거래에 관한 지시‧관여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김 전 실장만 재판에 넘겼다.

이민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