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앱만 모아놨을 뿐 특색 없어…“통합 기구 만들어 전권 주고 관리해야”
삼성 금융계열사는 지난해 4월 시너지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사 공동 브랜드인 ‘삼성금융네트웍스’를 출시했다. 이와 함께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화재, 4개사가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모니모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금융네트웍스는 각 계열사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80%를 모니모로 이관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9월 삼성생명부터 이관 작업이 시작됐고, 최근에는 삼성화재가 질병·상해보험금 청구, 질병·상해 보상내역 확인, 보험계약대출 신청 등 일부 기능을 추가 이관했다. 이로써 최근 전체 계열사가 목표치 80% 달성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금융네트웍스의 또 다른 과제는 모니모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만드는가였다. 삼성 금융계열사 회원 수는 3300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절반만 모니모를 이용하게 해도 다른 금융사나 빅테크사들을 견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니모의 사용률은 처참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기준 모니모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안드로이드폰 기준)는 약 247만 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보다(MAU 180만 명) 60만 명 증가한 수치지만, 삼성 금융계열사 회원 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모니모의 부진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기존 계열사 앱과 차별화 부족이 꼽힌다. 모니모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각 계열사 앱 화면으로 한 차례 더 이동해야 한다. 기존 앱에서 쓰던 서비스를 굳이 모니모를 거쳐 한 번 더 접속해야 하는 셈이어서 오히려 번거로워졌다. 게다가 정작 중요한 서비스는 모니모에서 이용할 수 없다. 가령 모니모 삼성증권 탭에서는 증권의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인 주식 거래를 할 수 없다.
모니모가 이용자들에게 호평받는 부분도 있다. 앱을 활용해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이른바 ‘앱테크족’들에게 모니모는 ‘혜자’ 앱으로 꼽힌다. 모니모는 매달 출석체크, 기상, 걷기, 투자 미션에 따라 모니머니(포인트)로 교환할 수 있는 ‘젤리’를 제공한다. 모니머니는 현금으로 등가 교환할 수 있다. 여기에 삼성카드가 자체 앱에서 진행 중인 ‘캔디 모으기’ 미션을 통해 얻은 캔디를 모니머니로 바꿀 수 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미션을 완수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월 1만 원 정도다.
3300만 회원을 보유한 삼성 금융계열사의 야심작이 앱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 모니모 사용자는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증권 모두 이용하고 있지만, 모니모에 들어가는 이유는 대부분 젤리를 받기 위해서다. 나머지 서비스는 각 사 앱에서 이용한다. 모니모를 거치면 앱을 두 번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향후 모니모 사용량이 늘어서 기존 계열사 앱이 없어지지 않는 한 모니모에 꼭 접속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이용자들을 마이데이터로 유인하겠다는 생각을 보인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곳으로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기업들이 이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삼성카드는 지난 6월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마이데이터 서비스 후발주자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암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중징계를 받아 전업카드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사이 경쟁사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 확보에 나섰다. 이용자들의 흩어진 계좌들을 한 화면에 보여주고, 타 계좌 간 송금까지 가능한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니모보다 먼저 앱테크족에게 인기를 끌었던 토스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과 함께 타행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토스는 마이데이터 가입자 수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했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마이데이터 가입자가 가장 많은 사업자는 토스로 1485만 5750명이 가입했다. 카카오페이는 1029만 9088명, 네이버페이는 922만 8737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모니모는 토스처럼 송금 서비스와 내 자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서비스에 들어가려면 최소 2~3번 화면을 이동해야 한다. 토스의 경우 홈 화면에서 가장 먼저 내 계좌들을 확인할 수 있고, 송금까지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이용자가 다른 앱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상황이기 때문에 모니모가 이들을 유인하려면 지금보다 더 특별하거나 편리하거나 파격적인 혜택이 필요하다.
은행의 부재도 모니모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 계열사가 없다. 경쟁사로 꼽히는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은행이 있다. 은행은 카드와 함께 금융 계열사 앱 중 MAU가 가장 높아 고객 유인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은행 앱과 카드 앱의 9월 MAU는 696만 명, 617만 명으로 집계됐다. KB금융그룹도 은행 앱은 894만 명, 카드 앱은 528만 명,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앱이 432만 명, 카드 앱은 282만 명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경우 카드 앱이 521만 명으로 고군분투 중이나 삼성증권(166만 명), 삼성화재(57만 명), 삼성생명(52만 명)은 은행 앱의 부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 앱은 모든 금융지주사의 숙원사업이다. 하나의 앱에서 모든 게 다 해결된다면 이용자 입장에서 얼마나 편리하겠나. 그런데 MAU 측면에서 은행이 압도적이다 보니 사실상 은행 앱에서 모든 게 다 되게 하는 게 더 수월하고 고객 유출도 막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은행이 없는 모니모는 이용자 유인에 있어 경쟁사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이용자들이 모니모를 써야 할 이유를 찾는 게 중요해 보인다. 카드사 사이에서는 모니모가 알려진 편이지만, 은행으로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모니모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MAU 측면에서 최강 앱 중 하나인 ‘삼성페이’를 모니모에 연동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같은 기간 삼성페이의 MAU는 1644만 명으로 집계됐다. 삼성페이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넘어 탑승권, 각종 티켓, 자동차 키를 앱에 담을 수 있다. 가상자산 조회도 가능하고, 모바일 신분증까지 담을 수 있어 모니모와 결합할 경우 막대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모니모의 가장 큰 문제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 주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주체 의식이 없으면 알아서 열심히 하지 않는다. 현재 삼성카드가 모니모를 맡고 있다고는 하는데, 차라리 통합기구를 만들어 전권을 부여하는 것이 더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일요신문i는 삼성금융네트웍스 측에 질문을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