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위기 나비효과? 한국금융지주, 은행 지배하는 금융재벌 되나

시세조종 혐의 카카오, 카카오뱅크 경영권 상실 위기…한국금융 1대주주 등극해 6대 금융지주 시대 열 수도

[일요신문]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국내 최초로 은행을 지배하는 금융 재벌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현행 은행법은 개인의 은행 지배를 사실상 막고 있다. 은행 지배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다만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창립 최대주주로서 은행 지배 자격을 승인 받았고, 현재도 카카오와 함께 10% 초과 지분 보유를 인정받은 카카오뱅크 2대주주다.

지난 10월 23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현행 은행법상 은행지주회사가 아니면 금융위원회의 승인 없이는 그 누구도 은행 지분을 10% 초과해서 가질 수 없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 27%를 갖는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던 근거는 은행법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은 비금융주력자도 34%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다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5조 1항 때문이다.

그런데 동법 5조2항에는 34%까지 지분을 가질 수 없는 결격 요건에는 금융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26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의 카카오가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기소의견을 첨부해 검찰에 송치했다. 카카오가 금융관련법령인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카카오뱅크 지분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게 된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경영권을 잃게 되면 보유지분을 처분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경영권과 함께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방법이다. 시가로 2조 5000억 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4조 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 발행주식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선뜻 매수자가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 설령 새 주인이 금융위 승인을 얻어도 카카오보다 카카오뱅크 주식을 단 1주만 적게 가진 한국투자증권과의 협력 없이는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어렵다.

또 다른 방법은 카카오가 10% 초과 지분만 매각하는 방안이다. 발행주식의 약 17.18%다. 시가로는 약 1조 6000억 원이다. 경영권과 관련 없는 만큼 웃돈을 받기는 어렵다. 물량 부담에 따른 주가하락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몇몇 재무적투자자(FI)에 블록딜로 쪼개 파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 경우 카카오뱅크 경영권은 한국금융지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비은행금융지주인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설립 최대주주 자격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10% 초과 지분보유 승인을 얻었다. 카카오와의 협약에 따라 1대주주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25% 이상, 33% 미만으로 보유할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모든 금융지주회사는 새로운 계열사를 자회사 등으로 편입할 때 금융위 승인을 얻어야 한다. 카카오로 넘어가기 전 카카오뱅크가 한국금융지주 계열사였던 만큼 승인하지 않을 이유는 적어 보인다.

상반기 말 기준 한국금융지주 총자산은 93조 원이다. 총자산 50조 원인 카카오뱅크를 편입하게 되면 라이벌인 미래에셋금융그룹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지방금융지주 1위인 BNK금융도 추월하게 된다. 기존 5대 금융지주와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6대 금융지주 시대를 열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