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젖줄 아마 최고 대회’ 28일 개막해 3라운드 마쳐…부산 울산 전남 충북 등 우승 다툴 듯
2021년까지 내셔널바둑리그란 간판을 내걸고 치러졌던 이 대회는 지난해부터 내셔널바둑리그와 전국시도바둑리그를 통합해 새롭게 단장했다. 재정후원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국체전 대표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고, 이에 따라 각 팀은 시도 전국체전 대표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켜 시도의 명예를 드높이고, 향후 지역 내 실업팀, 직장 운동부 창설에 중추적 역할을 하자는 게 KBF바둑리그의 취지다.
#울산 임지혁, 류인수, 김민주, 정지우 3전 전승
2023 KBF바둑리그에는 지난해 우승팀 부산 이붕장학회를 비롯해서 경기도, 서울 푸른돌, 인천 SRC, 경남 함양산삼, 부천시, 전라남도, 충청북도, 넥스트월드울산, 한국바둑중고등학교 등 총 10개 팀이 참가했다.
개막식에서 대한바둑협회 정봉수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난 2012년 내셔널바둑리그로 출발한 KBF바둑리그는 국내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출전해 한국 바둑의 뿌리를 내리는 역할을 해왔다”면서 “앞으로도 더욱 큰 나무로 자라 대한민국 바둑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2023 KBF바둑리그는 각 팀 주전선수 5명(남자 3, 여자 2)의 단체전으로 진행되며 5전 3승제로 승패를 가린다. 각 팀은 정규리그 9라운드 대결을 펼쳐 상위 5개 팀이 스텝래더 토너먼트로 포스트시즌 경기를 갖는다.
이틀간 팀당 3경기씩을 소화한 결과 넥스트월드울산의 초반 기세가 단연 돋보였다. 울산은 1라운드에서 부천을 5-0으로 격파한 것을 시작으로 2라운드에선 인천SRC에 4-1승, 3라운드 한국바둑중고등학교를 상대로 다시 5-0 승리를 기록, 막강 화력을 뽐냈다. 3라운드 합계 14승 1패의 압도적 경기력으로 개인승수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특히 주축선수인 임지혁, 류인수, 김민주, 정지우가 3전 전승을 거두며 팀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탰다.
#KBF바둑리그 메인 스폰서 강화는 숙제
울산의 강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지난해 우승팀 부산 이붕장학회의 온승훈 감독은 경쟁 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울산을 맨 앞에 놓으며 이렇게 평가했다.
“울산은 지난해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전력누수가 없는 것이 강점이다. 충분히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전력이다. 그 밖에는 전남도 눈에 띈다. 전남은 지난해 주축이었던 김정현, 엄동건 선수가 프로에 입단하는 바람에 아쉬울 수 있겠지만 지금 전력도 충분히 강하다. 충북과 경남 함양산삼도 다크호스 이상의 전력이다.”
충북의 조경운 감독의 전망도 온승훈 감독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 감독은 부산과 울산, 전남, 충북이 올해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했다.
조 감독은 충북팀의 전력에 대해 “팀의 맏형 김정훈 선수는 현 아마추어 중 가장 경험과 경륜이 쌓인 선수”라고 운을 떼면서 충북의 가장 큰 강점은 여자선수들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는 “현 여자선수들 중 최강이라 평가받는 전유진 선수가 들어왔고, 관록의 이선아 선수도 합류해 든든하다. 거기에 해가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는 조시연 선수까지, 뭐 하나 부족함이 없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조 감독은 “올해는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9라운드 단기전으로 정규리그 치러지기 때문에 변수가 줄었다. 이는 곧 실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초반부터 전력을 다 쏟아 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팀에서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도 많이 준비했다. 충북과 전남 같은 경우는 지자체에서도 바둑팀에 관심이 많아 후원을 제법 받고 있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 도체육회의 기대에 부응했으면 좋겠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KBF바둑리그는 아직 연륜이 짧은 만큼 숙제도 제법 된다. 한 바둑 관계자는 “아마추어가 프로바둑의 젖줄 역할을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아마바둑에 대한 바둑계의 관심은 현저히 낮다. KBF바둑리그도 메인 스폰서가 조금만 더 강화되면 참가팀 수도 늘 것이고 규모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신진서 9단, 최정 9단 같은 유명 프로기사들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바둑계 뿌리라 할 수 있는 아마 바둑이 살아야 프로도 산다. 아마 바둑을 활성화시키는 일에 바둑협회는 물론 바둑계 전체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정규리그 2차전(4~6라운드)은 11월 18~19일 경남 함양에서, 그리고 최종 3차전(7~9라운드)은 12월 9~10일 울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12월 중순 열리는 포스트시즌은 단판승부로 치러지며 챔피언결정전은 3번승부를 펼쳐진다. 2023 KBF바둑리그는 각자 30분의 제한시간에 3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지며 포스트시즌 우승팀에게는 3000만 원, 준우승 2500만 원, 3위 2000만 원, 4위 1800만 원, 5위, 1600만 원의 상금이 책정돼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