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 이자로 초단기 적금 흥행 성공…“경쟁 유발하기엔 한도 제한적”
카카오뱅크의 ‘한 달 적금’은 31일 동안 하루 최대 3만 원을 매일 빠지지 않고 납입하면 기본 연 2.50%금리에 매일 연 0.10%의 이자와 최대 6회의 보너스 금리를 더해 최대 연 8%의 금리를 제공하는 수신 상품이다. 1인당 최대 3계좌 가입이 가능하고 매주 추첨을 통해 적금 시작 지원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언뜻 보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적금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 달 적금에는 빈틈이 있다. 일단 자동이체가 안 된다. 고객이 매일 들어가 일일이 입금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 달 후 받는 이자가 이런 수고스러움을 감당할 만큼 큰 액수도 아니다. 3계좌를 모두 개설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1인당 약 1만 원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 상품은 출시 약 2일 만에 30만 좌를 넘어섰다. 지난 10월 29일 70만 좌 돌파했고, 11일 만에 100만 계좌를 달성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기간이 한 달로 짧고, 자동이체가 불가능하고, 1인당 개설 가능 계좌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목돈을 마련하거나 저축 습관을 기르는 이벤트성 상품으로 보인다.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서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것 같다. 여기에 금리까지 높다고 하니 고객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한 달 적금으로 하루 약 3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한 달 동안 9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권에서도 ‘박리다매’식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고객이 다시 해당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달 적금의 서비스·기획·디자인 측면에서 지속적인 수정·보완을 통해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흥행이 초단기 적금 상품에 대한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은행들은 지난해 9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고금리 예금 상품 판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최근 해당 상품들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고금리 수신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고금리예금 재유치, 외형 확대 등을 위한 금융권의 수신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금융권 전반의 수신금리 추이 및 자금흐름 동향과 자산 증가율 등 과당경쟁 관련 지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권은 수신 상품 만기를 짧게 조정하며 자금 유출 압박에 대한 리스크 분산 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의 여수신 이율 등에 관한 규정을 완화해 지난 4월부터 적금 만기가 6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들면서 은행들이 초단기 적금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 등이 카카오뱅크에 앞서 1개월 단기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들의 금리는 3.3~6.0% 수준이다. 예금 금리와 비슷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권고가 예금 상품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상품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초단기 적금 금리를 연 8.0%로 설정하면서 이들의 금리가 이른바 ‘순한맛’이 돼 버렸다. 따라서 은행들은 고객들의 재예치 유도를 위해 더 높은 수준의 금리와 혜택으로 상품을 수정해야 한다. 경쟁이 과열될 경우 장기적으로 은행들의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올해 반기 기준 이자 비용은 4296억 원으로 지난해 반기 기준 1391억 원 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 은행들은 자연스럽게 대출 금리를 높여 손실을 줄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리의 수준은 원가 및 모객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합리적으로 결정한 부분이다. 그에 맞는 비용과 효과, 역할에 맞도록 금리 수준을 조정하고 있다”며 “한 달 적금은 매일 납입하는 콘셉트로 금리만으로 경쟁하지 않는 상품이며 금리 경쟁을 유발하기에는 일 한도가 3만 원으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