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PL 골기록 추월, 국가대표 활약도 기대
#'코리안 가이'의 득점 행진
황희찬은 2023-2024시즌, 리그 상위급 골 결정력을 선보이고 있다. 리그 16경기에 나선 현재 8골을 넣으며 득점 순위 공동 5위에 올랐다. 리그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 이미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커리어 하이를 넘어섰다. 종전 기록은 데뷔 시즌이던 2021-2022시즌의 5골(30경기)이다.
이번 시즌 득점 행진으로 황희찬은 기성용의 통산 프리미어리그 골 기록을 넘어섰다.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 활약 시절 187경기 15골의 기록을 남겼다. 2014-2015시즌에는 공격적 역할을 맡아 한 시즌에만 8골을 넣기도 했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8골을 더해 통산 16골을 기록, 골 기록에서 기성용을 앞질렀다.
황희찬의 득점 기록은 기복 없이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어 가치를 더한다. 몰아치기 없이 매번 한 골씩을 넣고 있다. 리그 16경기를 치르며 침묵이 이어진 경기는 2경기 뿐이다.
그는 득점의 상대도 가리지 않는다. 이번 시즌 리그 순위표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리버풀, 아스톤 빌라,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 등을 상대로 모두 골맛을 봤다.
황희찬은 특히 맨시티전 득점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상대는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이번 시즌 역시 유력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힌다. 경기 전 적장 펩 과르디올라는 울버햄튼 원더러스에 대해 이야기하며 황희찬의 이름을 잠시 잊은 듯 그를 '코리안 가이'로 지칭했다. 황희찬과 함께 공격진을 구성하는 쿠냐의 이름은 정확히 짚은 것과 대비됐다.
이에 팬들은 황희찬을 감싸고 돌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을 향해서는 '존중이 부족하다'는 소수 의견도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서 황희찬은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넣었고 맨시티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덕분에 코리안 가이는 황희찬의 새로운 별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울버햄튼 구단은 이 문구와 함께 황희찬의 얼굴을 넣어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물오른 감각 보이기까지
그간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왔던 황희찬이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연령대 최고 재능으로 불리던 그였지만 10대 시절부터 유럽에 진출하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스트리아로 유럽 무대에 발을 딛은 이후 그는 잘츠부르크 소속으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리그에서 두 자릿수 골을 달성하는가 하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강팀들을 상대로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부침도 겪었다. 부상 등으로 주춤하자 각각 임대와 이적으로 독일 무대에 도전했으나 부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2020년 11월에는 코로나19에 마저 감염되는 악재를 맞았다. 황희찬은 특히 심한 후유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여름, 프리미어리그 입성 이후로도 부상이 반복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주로 근육 부상이 잦았다. 이적 초반 골 기록을 이어가며 안착하는 듯 했으나 이내 허벅지 근육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황희찬의 부상은 그가 몸관리에 철저한 선수이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소스나 소금 없이 장어만을 먹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철저한 관리의 효과는 이번 시즌 발휘되는 듯 하다. 황희찬은 개막전부터 현재까지 부상 없이 좋은 시즌을 치르고 있다. 팀 공격을 이끄는 맹활약에 보상까지 주어졌다. 지난 14일에는 팀내 최고 수준 연봉의 조건으로 재계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 활약도 안정
어린 시절부터 빛나는 재능이었기에 황희찬은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A대표팀에도 일찌감치 발탁됐다. 19세 시절인 2016년 처음으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에서도 항상 빛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2018년은 그에게 일부 안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커리어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했으나 조별리그 3차전 독일전에서 교체로 투입됐다 재교체되는 굴욕을 겪었다. 이어진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비록 금메달을 따냈으나 부진한 경기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로도 꾸준히 대표팀 생활을 이어간 그는 부상을 제외하면 언제나 그라운드를 밟는 자원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에 이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도 주요 자원으로 중용 받고 있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이 자리를 잡아가며 황희찬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은 주로 중앙에서 활동 범위를 가져가고 있고 황희찬은 이강인, 이재성 등과 좌우 포지션을 바꿔가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는다.
자연스레 다가올 아시안컵에서도 황희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첫 월드컵(16강 진출 실패), 첫 아시안컵(4강 진출 실패)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것과 달리, 그는 두 번째 월드컵에서 팀의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골을 성공시켰다. 두 번째 아시안컵을 앞둔 황희찬을 막아설 수 있는 것은 불의의 부상뿐인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