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김민재·이강인 등 ‘월드컵 16강 멤버’ 주축…황의조 대체자 뽑지 않고 기존 자원 활용
#이변 없었던 26인 명단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별도 기자회견 없이 서면으로 대표팀 명단을 공개해왔다. 하지만 아시안컵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선 특별한 명단 발표 행사를 가졌다. 대한축구협회는 12월 28일 오전 서울 용산CGV에서 아시안컵에 나설 선수단을 공개했고 클린스만 감독과 질의응답 시간까지 마련했다.
26인으로 구성된 엔트리는 '큰 이변이 없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대표팀 주요 전력 다수가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원 중 '깜짝 발탁'을 예상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앞서 대표팀은 연말 국내 소집 훈련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K리그 소속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훈련 명단에서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역사상 세 번째로 16강 무대를 밟았던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엔트리다. 골키퍼 김승규, 수비수 김영권·김민재, 미드필더 이재성·황인범·이강인 공격진에 손흥민·조규성 등은 월드컵에서도 주축 자원으로 활약했던 이들이다. 월드컵 명단에 없었던 정승현·박용우·이순민·오현규 등이 기회를 잡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친선전 8경기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2경기로 아시안컵 구상을 예고한 바 있다. 주전 골키퍼 김승규에 김진수·김민재·정승현·설영우로 수비진을 구성한다. 박용우·황인범·이재성 등에게 중원을 맡기고 황희찬·손흥민·조규성·이강인을 공격진에 세우는 전략이 유력해 보인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번 명단에 대해 "큰 틀은 유지되고 있다. 예측 가능한, 변화가 크지 않은 명단"이라며 "그만큼 대표팀 전력이 안정이 됐다는 의미다. 장기간 손발을 맞춰 왔기에 조직력 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황의조 공백은 기존 자원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에 대해 설명하며 '외부적 요인'을 언급했다. 자신이 원하는 명단을 꾸리면서 외부적 요인으로 선발할 수 없었던 선수가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그 주인공은 황의조와 손준호였다.
중국에서 활약하던 손준호는 중국 당국에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돼 구속된 상황이다. 지난 5월부터 벌어진 사건이기에 대표팀으로서 이를 대비할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그가 빠진 3선 지역에 박용우·이순민 등이 기회를 받았고 감독의 신임 속에 아시안컵까지 향하게 됐다.
문제는 불법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황의조였다. 황의조는 지난 월드컵을 기점으로 선발 명단에서는 밀려났으나 교체카드를 활용할 때 가장 먼저 선택을 받는 자원 중 하나였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교체로 경기에 나서면서 9경기 3골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아시안컵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불법촬영 혐의를 받으며 대표팀에서 빠지게 됐다.
이에 대표팀의 대처에 관심이 집중됐다. 황의조의 공백에 대해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별도의 대체 자원을 선발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황의조·조규성·오현규가 지속적으로 선발되던 공격수 명단을 황의조 없이 나머지 2명만으로 채웠다.
현 대표팀 체제에서 공격의 중심으로 손흥민이 활약하는 상황에서 황의조는 주로 손흥민의 중앙 공격 파트너 조규성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아왔다. 별다른 대체 자원을 선발하지 않은 가운데 오현규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대표팀은 황희찬·정우영 등 측면이 주 포지션이지만 공격수로도 활약할 수 있는 자원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재성·이강인 등 미드필더 일부도 이따금씩 공격수 위치에서 뛴 경험이 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국내 최고 공격수로 평가받는 주민규의 미발탁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전부터 선발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이번에도 기회를 받지 못했다.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원으로 보이지만 선수 선발은 감독의 권한이다. 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다"며 "황의조가 빠졌다고 하지만 현재 대표팀 구성상 공격진에 부족함이 없다. 새로운 자원을 선발하지 않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대표팀 이야기를 할 때 더 이상 주민규를 언급해선 안될 것 같다. 본인도 스트레스가 클 것이다”라고 덧붙엿다. 주민규는 이번 시즌 포함 지난 3년간 리그에서만 56골을 기록, 가장 꾸준한 득점 페이스를 선보인 바 있다.
#19세 신예의 합류
이번 대회에는 '미래 자원'도 함께한다. 4년 전 아시안컵 대표팀이 23명으로 꾸려진 것과 달리 이번 대회는 엔트리가 26명으로 확대됐다. 늘어난 자리에는 신예급인 2002년생 양현준, 2004년생 김지수가 합류했다.
양현준은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에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다만 경기 출전 기회는 받지 못했고 월드컵 엔트리에도 선발되지 못했다. 지난 여름 활약 무대를 유럽으로 옮긴 이후 클린스만 감독에게 부름을 받았다. 유럽 원정 평가전, 웨일스와 경기에서는 A매치 데뷔전까지 이뤄냈다.
김지수는 프로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까지 고등학생 신분이었던 어린 선수다. 준프로 계약을 맺고 K리그 무대에서 활약을 이어가며 유망주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연령별 대표팀에 합류해 U-20 월드컵에 출전, 팀의 4강 진출에 중심 역할을 했다.
이후 김지수는 어린 나이임에도 성인 무대에서 활약과 U-20 월드컵 무대에서 성과를 인정받고 브렌트포드로 이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했다. 이적 이후 B팀 경기에만 출전하고 있으나 등번호(36번)를 배정받고 1군 훈련에 참여하는 등 전망을 밝히고 있다. 1군 경기에서는 벤치 자원으로만 3경기에 선택을 받았을 뿐 그라운드를 밟지는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지수에 대해 "엔트리 숫자가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미래 자원에게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김지수는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미래를 위해 성장시킬 선수도 뽑아야 한다는 논의를 코칭 스태프와 나눴고 결국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