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리그부터 1부까지 ‘스텝업’…아시안게임 금메달 이어 메이저대회 출전 눈앞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이들이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다. 연령별 대표 경험이 없음에도 한때 자신보다 앞서는 듯했던 동료들보다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간 스타가 박수를 받기도 한다. 대표 인물은 2022 카타르 아시안컵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진섭이다. 그는 대표적인 '대기만성' 유형의 스타로 꼽히고 있다.
박진섭의 성인무대 시작은 '내셔널리그'로 불리던 실업리그였다. 대학 재학 중 프로 진출을 도모했지만 프로구단 입단에 실패했다. 2017년 1년간 박진섭은 대전 코레일 소속으로 1년간 내셔널리그에서 처음으로 성인무대를 경험했다. 박진섭은 2018시즌에야 프로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다. '내셔널리거' 박진섭을 선택한 팀은 K리그2에서도 가장 규모가 작은 구단으로 분류되는 안산 그리너스였다.
프로에서 박진섭이 좋은 평가를 받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안산에서 2년간 활약 이후 기업 구단으로 전환되는 대전의 러브콜을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적 첫 시즌부터 연말 시상식에서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고 이듬해에는 팀의 주장을 맡았다.
두 시즌간 대전에서 활약을 인정받은 그는 2022시즌을 앞두고 K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에서도 박진섭은 주전자리를 꿰찼고 팀의 리그 준우승, FA컵 우승에 기여했다.
승승장구하던 박진섭이었지만 시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2022시즌 중 국군체육부대 인원 모집에 응시했지만 합격자 명단에 박진섭의 이름은 없었다. 명확한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A대표팀은 물론, 연령별 대표 경력도 전무한 그의 이력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됐다. 상무 연령 제한 마지막에 걸려 있었기에 하부리그에서 축구 경력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박진섭은 2023시즌 중 반전을 맞이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혜택을 받은 것이다. 세미프로 리그에서도 하부리그인 K4리그에서 뛸 것이라던 전망은 없던 일이 됐다.
박진섭은 A대표팀 데뷔까지 이뤄냈다. 지난 11월 최초 A대표팀 명단엔 발탁되지 않았으나 기존 미드필더 자원 홍현석이 부상으로 낙마해 대체 자원으로 선택을 받았다. 그는 이어진 중국전에서 교체로 투입되며 데뷔전까지 치렀다. 마침내 박진섭은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불과 6년 사이 실업리그에서 활약하던 박진섭은 '스텝업'을 거듭해 국가대표로 메이저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는 5부리그에서 활약하다 프리미어리그 우승까지 이뤄내고 국가대표로 유로, 월드컵에도 출전한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의 커리어를 연상케 한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올랐던 바디는 30대 후반 연령에 들어서며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1995년생으로 20대 후반인 박진섭은 여전히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산전수전을 겪은 그의 전성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