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 먼저 챙기고 최종전서 체력 안배해야…한국 대표팀 뼈대 만든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 경계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의지가 강한 대표팀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사령탑에 오르는 순간부터 자신의 목표로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다. 신임 감독 부임 이후 손발을 맞출 시간이 길지 않았던 지난 대회들과 달리, 이번엔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약 10개월이 흘렀다는 점도 우승 도전에 긍정적이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전에도 혼란이 적었다. 아시안컵 개막 전 짧은 간격을 두고 열리는 월드컵에서 이전과 다르게 대표팀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앞선 두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으나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2년 만에 토너먼트 무대를 밟았다. 당시의 안정된 전력이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더해 상당수 인원들은 개개인의 발전까지 이뤄냈다.
#우승으로 가는 길, 조별리그 체력안배는 필수
오직 우승만을 바라보는 대표팀이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조별리그다. 안정적 대회 운용을 위해선 조별리그 단계에서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강팀들은 먼저 2승을 챙긴 이후 조별리그 최종전서 로테이션을 가동,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위해서는 체력 안배가 필수로 통한다.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30일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7경기를 치러야 우승컵을 들 수 있다.
지난 대회에선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지난 두 번의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모두 1-0 승리만을 거뒀다. 점수 차이를 벌리지 못하며 주전 자원을 풀타임에 가깝게 가동했다. 일부 부상자가 발생했고 3차전에서도 적극적인 로테이션을 활용하지 못했다.
토너먼트 대회에선 연장전 또한 체력 관리의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 두 대회에서 대표팀은 조별리그 통과 이후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연장전을 치렀다. 결국 이들은 무거운 몸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승에 이르지 못했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2015년 대회 결승에서도 당시 대표팀은 연장전을 버텨내지 못했다.
이상윤 축구 해설위원은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대회 기간 체력 관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현대 축구는 압박 강도가 강해지고 스포츠 과학이 도입되면서 선수들의 활동량이 강조되고 있다. 대회 중 부상 방지를 위해서라도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는 대표팀 전력이 강하지만 부상이 나오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별리그 상대 3국 전력은
아시아 최상위권 전력을 자랑해온 대표팀에게 아시안컵 조별리그는 어렵지 않은 단계로 통한다. 1996년부터 7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대표팀은 최소 조별리그 통과 이상의 성적을 내왔다.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를 치르는 대회 방식이 자리를 잡은 이후 대표팀은 단 한번의 조별리그 탈락만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안정적 대회 운영,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서는 조별리그 상대 전력을 파악하고 대비해 확실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팀으로선 개별 경기에서 조기에 승기를 잡고 토너먼트 진출을 조기 확정 짓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대회 첫 상대 바레인은 대한민국과 두 대회 연속 아시안컵에서 만나게 됐다. 2019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바레인과 연장 접전 끝에 어렵게 승리(2-1)했으나 이번엔 낙승이 예상된다.
바레인은 2023년 초 걸프컵 결승 진출에 실패한 이후 약 4년간 팀을 이끌던 헬리오 소우자(포르투갈) 감독과 결별했다. 후안 안토니오 피치(스페인) 감독 체제에서는 단 4경기만을 치렀다. 최근 아시아 약소국들을 상대로는 승리했으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아랍에미리트전에서는 0-2로 완패했다. 26인의 아시안컵 엔트리 중 23명이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다.
키 194cm의 장신 공격수 압둘라 유수프는 팀 내 유일한 유럽파다. 장기간 체코 리그를 중심으로 활약해왔다. 최근 열린 월드컵 지역예선 경기에서는 후반 교체로 경기에 투입됐다. 알 아스와드는 팀 내 가장 경험 많은 공격자원이다. 피치 감독 또한 그를 신임하고 있으며 중앙 또는 측면에서 공격을 풀어나가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170cm 이하의 작은 신장이지만 왼발 킥이 강점으로 알려져 있다.
요르단은 피파랭킹에서 레바논에 비해 단 한 단계 아래에 처져 있으나 최근 분위기는 많이 어둡다. 2023년 6월 모로코 출신의 후세인 아모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7경기에서 승리가 없기 때문이다(1무 6패). 유럽 국가 노르웨이는 물론,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국가를 상대로 전패했다. 타지키스탄을 상대로 거둔 1-1 무승부가 그나마 위안거리다.
아모타 감독 체제에서 요르단의 희망은 야잔 알 나이마트의 골 감각이다. 아시아 내 상위권 리그인 카타르 리그에서 뛰고 있는 그는 최근 6경기에 출전해 4골을 넣었다. 연령별 대표 시절에는 2020 도쿄 올림픽 예선 한국전에서도 골맛을 보며 당시 김학범 감독을 괴롭힌 바 있다.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 말레이시아는 한국인 지도자 김판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 감독은 이전까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뼈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누구보다 대표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서 경계할 선수로는 사파위 라시드가 첫손에 꼽힌다. 현재 팀내 최다 출장, 최다골 기록(57경기 20골)을 가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대표팀 선수들 대다수가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라시드는 스피드, 왼발 슈팅을 무기로 유럽(포르투갈 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다만 라시드는 최근 대표팀 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2023년 후반기, 소속팀 경기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며 A매치 출전 빈도도 줄었다. 지난 11월 월드컵 예선 2경기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그 사이 중앙 수비수 디온 쿨스가 위력을 발휘했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멀티골을 기록, 팀의 월드컵 예선 2연승을 견인했다. 벨기에, 말레이시아 이중 국적자이자 혼혈선수인 그는 선수생활 초반을 벨기에 명문구단 클럽 브뤼헤에서 보냈고 현 조규성의 소속팀인 미트윌란에서도 활약했다. 현재는 태국 명문 부리람 유나이티드에 소속 중이다. 어린 시절 벨기에 연령별 대표를 거쳤으나 성인 대표팀은 말레이시아를 선택, 현재 주장으로 활약 중이다. 동남아시아에서 흔치 않은 신장(185cm)의 수비수이며 공격 가담 시 제공권도 위협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