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종사자 지원책과 남은 식용견 후처리는 과제로…위헌소송 이어져도 전문가들 “합헌 가능성 높아”
#‘개고기 종식’ 두고 엇갈린 반응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식용 금지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어기고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사육·도살·유통 등의 금지와 위반 시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개식용 금지법은 1월 말 또는 2월 초 공포될 예정이다. 공포 즉시 관련 업계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된다. 사육농장 등은 공포 후 3개월 이내에 운영현황 등을 지자체에 신고하고, 6개월 이내에 종식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안이 통과되자 동물단체는 일제히 환호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늦었지만 개식용 종식 입법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개들을 위해 달려온 시민들과 동료 단체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밝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개식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개식용 문제는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국제사회에 이슈가 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언제 해결되는지 관심이 많았다. 한 동물을 식용으로 이용하던 산업 자체를 종식하자는 결정은 세계적으로도 선진적이고 이례적이어서 좋은 선례를 쌓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육견업계 종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육견협회는 입장문에서 “개고기를 먹는 1000만 국민의 먹을 권리를 빼앗고, 식용견 종사자 100만 명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을 강탈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위원장은 “합법적인 개 사육을 위해 대출까지 받아 전 재산을 투자해 생업을 유지해온 종사자의 영업손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나 기본적인 생계대책을 전혀 마련하지도 않았다”고 반발했다.
개농장주들은 우려했던 대로 법이 통과되자 “망연자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장업주 손원학 씨(63)는 “지금까지 (농장에) 투입된 비용이 많다.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이라면서 “이쪽 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노년층인데 갑자기 하던 일 하지 말라고 하면 어디 취업할 수나 있겠나. 업주들더러 개체 관리까지 다 하라고 그러면 남은 3년도 농장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개고기를 유통하는 김 아무개 씨(62)는 “개가 마약도 아닌데 왜 먹지 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보상을 받는 쪽으로 (정부와) 이야기가 잘 됐으면 좋겠다. 원주 내 유통하는 식당이 100군데 정도 있다. 이분들도 문제지만 사육장도 그렇고 도축하는 곳도 그렇고 1년에 세금 몇 천만 원씩 내고 장사하는데 갑자기 못하게 하면 도둑질을 하라는 건가”라고 말했다.
50년이 넘은 서울 충무로의 한 보신탕집 사장은 “배운 게 이건데 갑자기 못 하게 하면 어떡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불법도 아니고 세금도 꼬박꼬박 냈다. 지금 이 나이에 대출 받는다고 하더라도 할 게 없다. 소비층이 없어지면 사장될 문화를 보상까지 해주겠다며 금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폐업에 대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저희 가게에는 교수님도 많이 오시고 정형외과 의사, 치과의사, 정치인들도 많이 온다. 단골인 한 검사는 ‘걱정이네’라고 하길래 물어봤더니 ‘가게가 아니라 본인들 맛집이 사라져서 걱정’이라는 말이었다. 구체적인 보상방안도 없이 밀어내기식으로 금지한 것이라 억울하다. 여태껏 먹어왔던 음식을 갑자기 없애는 것은 공산당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서울 중구의 보신탕 가게에서 만난 한 손님은 “옛날부터 먹어왔던 음식인데 왜 먹지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해가 안 된다. 먹고 안 먹고는 개인의 선택이지 국가가 강요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남은 식용견 처리는 ‘골칫거리’
남은 과제는 개식용 산업의 퇴로와 식용견의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100여 곳의 개농장이 52만 마리의 개를 사육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한육견협회 측은 영세한 업체까지 포함하면 20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본다.
보통의 애완견에 비해 몸집이 큰 사육견이 갈 곳은 마땅치 않다. 주영봉 회장은 “개들을 (국가가) 매입해도 처리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보호소에 다 보낼 수도 없고, 전 세계의 동물단체들의 이목이 쏠렸는데 안락사라도 하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최근 산업 자체는 없어져도 그 산업에 종사했던 이들의 자립을 돕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육견업계 종사자들이 전업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산업의 최대 피해자였던 개들을 살리는 일이 동일한 무게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시보호소 시설 확장이나 해외 입양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에 예산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견협회는 개식용 방지법 통과 이후 개 1마리당 200만 원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를 들어줄 경우 업계 추산 200만 마리를 가정하면 총 4조 원의 지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의 2022년 실태조사 결과인 52만 마리, 동물단체 등에서 추산하는 100만 마리를 가정해도 1조~2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마릿수 기준을 대입한 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업주들이 보다 많은 금액을 타내기 위해 사육 마릿수를 늘리는 등 편법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 사육 규모가 유동적이라는 점도 마릿수 기준이 지원 기준에서 배제된 요인이다. 농식품부는 농장 면적 등 다른 기준을 적용해 지원금액을 산출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지원금 수령을 목적으로 개 식용 업계에 진입하는 경우 역시 지원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대신 공포 즉시 또는 2023년 12월 말 등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잡아 관련 업계·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후 지원대상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폐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관련 업계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지원 기준 등과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고래고기와 비교해보니
개고기를 둘러싼 논쟁은 고래고기를 둘러싼 논쟁과 결이 비슷하다. 고래고기를 두고도 한쪽에서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기에 먹어도 된다고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생태적 이유로 고래고기를 반대하며 이와 관련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먹을 수는 있지만 잡을 수는 없는 법률적 아이러니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1978년 국제포경위원회(IWC)에 가입했고 그때부터 고래류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1985년 11월에는 상업적 목적의 포경이 금지됐다. 2011년 1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가 제정된 이후 포경을 완전히 금지하면서 좌초나 표류, 혼획(어업 활동 중 우연한 포획)되는 고래까지 관리하기 시작했다.
좌초나 표류, 혼획되거나 불법포획이 적발된 고래 사체는 ‘고래류 처리확인서’가 발급된 경우 유통이 허용돼왔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앞선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가 개정되면서 오로지 혼획된 고래만 유통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가 2021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 포항, 부산을 중심으로 고래고기 식당 약 120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2023년 2월 참돌고래와 낫돌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한 데 이어 국내에서 고기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밍크고래에 대해서도 보호종 지정을 검토 중이다. 한 해양환경단체 대표는 1년 동안 소비되는 밍크고래를 약 200마리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밍크고래가 보호종으로 지정된다면 고래고기 식당 등 관련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고래고기 식당 업주들은 유통이 금지되는 고래종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생계 수단을 빼앗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해양환경단체들은 모든 혼획 고래에 대한 유통을 금지해 고래고기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래고기를 향한 시민들의 시선도 개고기 문화 종식을 바라보는 시선과 유사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의 설문조사 결과 국민 93%는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시민환경연구소가 동해안 인접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양포유류 보호에 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고래고기를 먹는 식문화를 지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2%만 ‘지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향후 고래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82.9%가 ‘먹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입법 과정 완벽하진 않지만…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위원장은 “우리의 생존과 권리를 위해 헌법소원, 개반납 운동, 국가·정치 폭력에 대한 난민신청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생존권 사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개식용 방지법을 위헌소송 등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주장과 관련해 법조계는 절차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위헌이 나올 정도로 하자가 크진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주현 변호사는 “개식용 금지법은 10여 년 동안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쳤으며 성숙된 논의를 통해 이뤄진 입법이다. 전·폐업 지원 관련 내용도 포함돼 직업선택의 자유와 관련해서도 위헌 소지가 낮다고 본다”면서 “일부 육견업주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 해도 천연기념물 식용금지, 곰 웅담 채취금지 등 사례처럼 식용금지로 이루는 사회적 공익이 더 클 것으로 보여서 합헌이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 과정에서 토론회·공청회, 대국민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절차는 생략됐다. 국회법 상 새로 만드는 법률안은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열어야 하지만 위원회가 의결할 경우 생략할 수 있다. 개식용 금지법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2023년 하반기에 찬성하는 동물권 단체와 반대하는 육견협회 등 사업자 사이 갈등이 극렬해 공청회를 열기 어렵다고 판단해 생략했다. 비용추계서도 내야 하지만 개식용 방지법은 ‘선언적·권고적 법률로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렵다’며 미첨부사유서만 내고 통과됐다.
다만 공청회도, 비용 추계도 생략한 빠른 입법 과정에 대해 국회 실무진들 사이에선 ‘절차를 생략하면서까지 굳이 이렇게 서두를 법인가’하는 회의론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고기를 먹는 인구도 적고, 사업자는 더 적은데 굳이 서두를 일인가 하는 의문이다. 최재형 의원도 같은 이유로 기권표를 던졌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가 힘을 실은 법안이라 국회를 통과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육견협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식용 방지법 통과에 꿈쩍도 않고 있었기 때문에 법안 자체가 추진되다 말다가를 반복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나서자마자 법안이 통과됐다. (여당 의원들이) 공천 못 받을까봐 법안에 찬성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