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뚝, 집안싸움까지 덮쳐…“이준석에게 복귀 명분을” 당내 목소리 고개
#윤심과 민심의 괴리
여당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후보자들은 ‘윤심 잡기’에 바쁘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윤심과 거리를 크게 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현직 대통령 임기 초반인데도 불구, 30%대에 머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반 한때 54.1%(리얼미터·2022년 5월 4주 차 조사)의 지지율을 나타내면서 대선 득표율을 뛰어넘는 지지율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내 하락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10월 들어 20%대 지지율로 추락한 뒤 같은 해 연말로 가면서 30%대를 다시 회복했으나 올해 4월에 이르러 또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을 오랫동안 형성해오면서 좀처럼 대선 득표율 40%대 후반으로의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이 다소 오르는 추세를 보이지만 박스권을 탈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총선은 다가오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동의와 지지가 만족할 만한 수치에 이르지 못하면서 여당의 총선 열차를 이끌 기관차가 도무지 추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 부진을 두고 구조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전세계가 경기 불황에 빠져있는 형국에서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경제 외 다른 요인을 찾는 이들이 많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논란들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교사들은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보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에게 때론 더 많은 점수를 준다”며 “결국 성적표라는 결과치보다는 태도 점수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이 부족한 마이웨이 방식의 국정운영으로 인해 태도 점수가 깎이면서 지지율이 하락해왔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이런 비판을 잘 알고 있는 듯 지정곡으로 불러왔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면서 여러 사안에 대해 고개를 숙이는 낮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 정부에 대판 비판은 모두 들어내라”고까지 참모들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야당에 대해 “국회의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표현을 시용하는 등 야당을 몰아붙이던 과거 모습에 비해 크게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월 30일에는 민생 챙기기에 방점을 둔 대통령실 개편까지 하는 등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권 전체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악재는 계속해서 발생했다. 큰 기대를 걸었던 부산 엑스포 유치가 큰 표 차이로 무산됐고,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혁신위-지도부 정면충돌
‘인요한 혁신위’는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계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을 11월 30일 정식 안건으로 의결,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로 넘겼다. 혁신위가 여당에 보내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혁신위가 11월 3일 희생을 요구한 2호 혁신안을 제안한 지 한 달 가까이 돼 가는데도 김기현 지도부가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혁신위의 사정권에 들어가 있는 의원들은 이에 대한 대답을 좀처럼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혁신위를 비토하는 발언도 곳곳에서 나온다. 당에선 윤 대통령이 혁신위와 중진들 간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은 교통정리를 위해 당 여러 인사들과 수시로 통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혁신 작업에 대해 굼뜨게 반응하는 김기현 지도부에 대해 당내에서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용호 의원은 11월 28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혁신위에서 낸 안에 대해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이나 지도부가 부응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게 없다”며 “그에 대한 답으로 김 대표가 자신이 대통령과 매우 가깝다고 얘기한 것은 일종의 동문서답”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11월 25일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으로 가 의정보고회를 가진 자리에서 발언을 통해 이 의원이 말한 것처럼 윤 대통령을 끌어들였다. 김 대표는 발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어떤 때는 하루에 세 번, 네 번씩 전화도 하고 밤늦은 시간에라도 만나서 얘기를 나눈다”고 말해 혁신위의 권고는 물론, 민심과도 정반대 메시지를 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혁신을 요구하는 민심을 등에 업었다고 판단한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에 초강경 자세로 맞서고 있다. 혁신위와 김기현 지도부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11월 30일 브리핑에서 “혁신위의 전권을 준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면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폭탄선언을 했고, 김기현 대표는 즉각 거절의 뜻을 내놨다.
인 위원장은 공관위원장 추천 요구와 관련해 12월 4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못 박았고 쉽게 물러나지도 않을 태세다. 정가에선 인 위원장의 다음 절차가 비대위 전환 요구가 될 것으로 본다. 인 위원장은 11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가 진행자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 내부가 시끄러워지고 있는 가운데 험지 출마를 선언했던 하태경 의원조차 희생 모드를 이끌어가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하 의원이 당 지도부와 협의도 없이 자당 소속 현역 의원(최재형)이 있는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는 의외의 출마 선언을 내놓으면서 여당 내부가 벌집 쑤신 듯 더욱 소란해진 것이다.
하 의원은 11월 27일 국회에서의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당과도 상의했다. 누구든 종로에 도전할 수 있고 거기에서 한번 뛰어보라고 했다”면서 “종로 현역인 최재형 의원도 양해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하 의원이 사전에 상의하거나 협의한 적 없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지도부는 하 의원이 현재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를 임의로 험지로 평가하고 일방적으로 출마 선언을 한 점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현역 의원인 최 의원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해 수도권에서 통할 수 있는 인적 자산끼리의 내부 출혈을 예고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1월 28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나가 “하 의원의 정치적 그림과 전혀 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고 비판하면서 “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한다’고 했을 때 ‘의원님 존경합니다’ 이렇게까지 문자를 바로 보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문자 취소한다’ 이렇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 이준석과 담판 나설까
국민의힘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창당 결행 시기를 연내로 못 박고 있다. 그는 11월 26일 대구를 찾아 자신이 모집한 ‘지지자 연락망’ 참석자 모임을 갖기 전 기자들을 만나자 창당 시기를 구체화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그저께만 해도 복수의 우리 당 의원들에게 전화가 와서 12월 27일보다 더 기다렸다가 판단해주면 안 되냐고 말을 했다”며 “그 이상 늦추면 저도 선택할 길이 줄어들게 된다”고 답했다. “빨라질 수는 있지만 늦어질 수는 없다”고도 밝혔다. 연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는 신당 창당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감안한 듯 “신당을 창당하고 대구에 출마한다면 절대 혼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충분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고 공감의 뜻을 밝힌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대구 방문에는 측근 ‘천아용인(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국회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동행, 세과시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11월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울 종로에 출마 희망자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유승민 전 의원이 신당에 가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또 이준석 신당의 바람몰이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광고 효과를 노린 발언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신당이 보수 지지세가 강한 영남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겠지만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수도권에서는 여당에 상당히 매운 고춧가루 부대가 될 것”이라며 “우리 당으로서는 큰 낭패가 될 수 있는데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대통령이 직접 이준석 전 대표와 담판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든다. 신당이 총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이상, 이준석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윤 대통령 외엔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기간 등을 돌렸다가 극적으로 손을 잡았던 사례도 회자된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신당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 전 대표로선 복귀 명분이 필요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설득하는 장면이 바로 그 명분이 될 수 있다”면서 “윤 대통령 결단을 요구하는 의견들이 대통령실로 올라간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둘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정가에선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에게 과연 어떤 ‘보따리’를 줄 것인지를 두고도 관측이 무성하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