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이후 3경기 역대 최다 6실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카타르 알 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거뒀다.
팬들에게 충격을 안긴 경기였다. 피파랭킹 100위권 밖의 말레이시아는 당초 낙승이 예상되던 상대였다. 앞서 1승 1무를 기록 중이던 대표팀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최대치에 가까운 전력을 가동했다.
그럼에도 상대에게 3골을 허용하며 패배 위기에 몰렸던 대표팀이다. 불과 약 13개월 전 월드컵 무대에서 우루과이, 포르투갈 등 세계적 강호와도 대등하게 맞서던 팀이 단기간에 아시아 무대에서도 고전하는 상황이 됐다.
대표팀의 불안한 경기력은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2차전 요르단을 상대로도 끌려다닌 끝에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1차전 바레인에게도 골을 허용, 무실점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지난 두 대회 조별리그에서 3경기 무실점을 기록했던 당시와 대조되는 상황이다.
이번 2023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은 불명예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3경기에서 6골을 허용하며 그간의 아시안컵 도전사에서 조별리그 최다실점 기록을 남긴 것이다.
1956년 홍콩에서 1회 대회가 열린 아시안컵은 이번 카타르 대회까지 18회째를 맞았다. 그 중 한국 대표팀은 3개 대회에서 예선 탈락을 경험, 본선에 15회 진출했다. 이번 대표팀이 기록한 조별리그 3경기 6실점은 60년이 넘는 아시안컵 도전 역사에서 최다실점 기록이다.
대표팀은 우승을 차지한 1956년 1회 대회에서 홍콩, 이스라엘, 베트남과의 3경기에서 총 6실점을 했다. 이번 대회와 같은 수치다. 하지만 이후로 대표팀은 아시안컵 첫 3경기에서 이 같은 실점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쿠웨이트를 차례로 만난 1996년 대회에서 대표팀은 5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대표팀은 8강에서 이란을 상대로 2-6 대패를 당하며 '식스투 참사'라는 신조어를 만든 팀이다. '선수와 코칭 스태프간 불화가 있었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로 아시안컵 역대 최악의 대표팀으로 꼽힌다.
또 다른 최악의 대회는 동남아 4개국에서 공동개최된 2007 아시안컵이 거론된다. 당시 대회 도중 주축 선수들이 '음주 파문'을 일으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이 팀도 조별리그 3경기에서 2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과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당시부터 자신의 목표를 '아시안컵 우승'이라고 수차례 밝혀왔다. 선수들 또한 굳은 결의를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 경기력에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역사에 남을 실점 기록을 남긴 대표팀의 대회 결과에 많은 눈길이 쏠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