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출신 내부 인사, 용산과의 인연은 없어…철강 경쟁력 강화·신사업 기반 마련 기여 평가
#장인화 내정자는 누구?
후추위는 지난 2월 7~8일 차기 회장 후보 6명에 대한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 이어 8일 오후 임시이사회 결의를 통해 장인화 전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장인화 내정자는 195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조선해양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 내정자는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한 후 2011년 포스코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포스코 성장투자부문 신사업실장,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 철강사업본부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후추위는 장인화 내정자에 대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그룹의 핵심 사업과 개선점에 대한 확실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실현해낼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며 “장 내정자가 글로벌 전략 구상과 함께 기술 중심의 혁신을 주도하고 그룹 내부의 조직문화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의 회장 내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순혈주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포스코 회장은 2000년 민영화 이후 모두 내부 출신이 차지해왔다. 현재 포스코홀딩스 임원도 대부분 포스코나 포스코 계열사 공채 출신들이다. 외부 인사는 조직 파악과 장악에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장인화 내정자는 포스코 공채 출신은 아니지만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장인화 내정자가 엔지니어 출신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엔지니어들의 발언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포스코 회장들을 살펴봐도 최정우 현 포스코 회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들이다.
#장인화 내정자 앞에 놓인 과제
장인화 내정자가 회장에 오르기 위해서는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오는 3월 21일 열리는 주총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가진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장 내정자가 회장에 선임되기는 쉽지 않다. 최정우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도 국민연금이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정치권과의 관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KT는 지난해 3월 윤경림 전 KT 사장을 차기 대표로 내정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배임 등의 혐의로 윤 전 사장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고, 윤 전 사장은 대표 최종후보에서 사퇴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윤 전 사장을 사실상 끌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장인화 내정자는 대통령실과 특별한 인연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장 내정자는 최정우 회장과는 소위 노선이 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 내정자는 2018년에도 최 회장과 포스코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최정우 회장은 윤석열 정부와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 번도 순방에 동행하지 못했다. 대통령실과의 관계 개선은 장 내정자의 숙제로 꼽힌다.
장인화 내정자 앞에는 철강업에 대한 실적 개선과 사업 확장이라는 두 가지 숙제가 놓여 있다. 포스코는 최근 2차전지 관련 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이유도 그가 2차전지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반면 장 내정자가 신사업실장, 신사업관리실장 등을 역임했지만 2차전지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2차전지 사업 전망이 예전과 같지 않다. 이원영 흥국증권 연구원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전기차, 2차전지 업체들의 공세에 (국내 2차전지 업체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증폭되는 모습”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 주요 업체들의 분기별 영업이익률은 점진적인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포스코의 본업인 철강업에 대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월부터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었던 중국 철강 업황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함께 지난해 11월 이후 반등 시도에 나서고 있지만 실물경기지표가 여전히 부진하면서 아직까지 회복강도는 제한적”이라며 “중국 철강 업황에 후행하는 포스코의 철강 사업 수익성도 올해 1분기까지는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가 2차전지를 미래 산업으로 점찍었지만 아직까지는 매출 대부분이 철강업에서 발생한다. 포스코그룹으로서는 철강 사업이 무너지면 미래 사업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포스코홀딩스도 장인화 내정자가 철강 사업 경쟁력을 강화시킨 주역이라고 평가했다. 신사업 부문에서도 장 내정자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리튬을 포함한 양·음극재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소재와 원료 중심으로 포스코그룹의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은 “장인화 내정자가 저탄소 시대에 대응하는 철강 사업 부문의 글로벌 미래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부문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충분히 잘 수행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