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0석 목표’ 개혁신당 이낙연·이준석 출마 검토…녹색정의당·진보당 등은 민주당과 단일화 여부 변수
#개혁신당 몇 석 차지할까
‘제3지대 빅텐트’에 성공한 개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최소 30석을 확보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확고한 지역 기반과 유력 차기 대권 주자가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 기반과 ‘안철수’라는 차기 대선 주자를 내세워 38석(지역구 25석·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제3지대 빅텐트’에 성공했으나 당 지지율은 신통치 못하다. 한국갤럽이 2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개혁신당 지지율은 4%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37%, 민주당은 31%를 기록했다. 총선에서 양대 정당이 아닌 ‘제3지대 승리’를 꼽은 응답률도 18%로 3주 전 조사 대비 6%포인트(p) 감소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가운데 개혁신당 후보들은 속속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다. 2월 5일 광주 서구을에 지역구를 둔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경기 용인시갑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곳은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뇌물공여죄로 의원직을 상실해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선 6명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민주당에선 7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경선 중일 정도로 치열하다.
양향자 원내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의 판세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광주 서구을 여론조사에서 양 의원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강은미 녹생정의당 의원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기록해왔다. 이에 양 의원이 삼성전자 임원 출신으로서 반도체 분야 입법에 앞장서 온 점을 강조하며 반도체 벨트(경기 수원·화성·평택·용인)’로 지역구를 옮겼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반도체 벨트’인 수원시병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위의장은 2014년 수원시병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이후 20·21대 총선에서 김영진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두 차례 낙선했다. 국민의힘에선 방문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을 차출해 승부수를 띄웠다. 보수 표가 김 위의장과 방 전 장관으로 분산된다면, 김영진 의원이 수월하게 3선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월 6일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미디어토마토가 2월 13~14일 서울 종로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 대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 가상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에선 곽상언 전현희 이종걸 예비후보가 공천을 두고 경선 중이다. 금 최고위원 지지율이 약 10%였던 점을 고려하면 종로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7.1%로 집계됐다.
2월 13일 민주당을 탈당한 조응천(경기 남양주갑) 이원욱(경기 화성을) 개혁신당 의원은 기존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19대부터 21대까지 3선을 성공했고, 조 의원은 20·21대 총선에서 이겼다. 이 의원은 29.98%p, 조 의원은 19.84%p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당선된 만큼 인물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이다. 이들은 남양주 벨트, 화성 벨트를 구축해 지역구 동반 당선까지 노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두 지역구 모두 진보 세가 강한 만큼 개혁신당과 민주당이 혈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최민희 전 의원과 임윤태 변호사가 남양주갑 공천을 두고 경쟁 중이다. 전용기 의원(비례대표)을 비롯해 서철모 이원혁 진석범 조대현 김하중 오상호 장세환 등 8명은 화성을 공천을 두고 맞붙었다. 다만 진보 표가 분산돼 국민의힘에서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
김종민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재선을 지낸 충남 논산·계룡·금산과 서울 용산구 중에서 출마를 고민 중이다. 논산·계룡·금산에선 3선 논산시장을 지낸 황명선 민주당 예비후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에선 이인제 전 의원 등 10명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용산은 21대 총선에선 강태웅 민주당 후보가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단 890표(0.66%) 차이로 패할 정도로 격전지다. 김 최고위원 출마로 진보 표가 분산되면, 권 전 장관이 이번 총선에서 무난하게 5선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혁신당의 류호정 전 의원은 2020년부터 사무실을 내고 표밭을 다져온 성남시분당구갑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갑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의 ‘빅매치’가 치러질 것으로 점쳐지는 곳이다. 여기서 류 전 의원이 유의미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지 아직까진 미지수다.
2월 15일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자신의 출마 지역구에 대해서 “명분이 있는 곳 6~7곳 정도를 골라놓고 모색 중이다. 영남도 있고 수도권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도부급 인사들 같은 경우 총선 후보자 등록일(3월 21∼22일)을 앞두고 전략적 판단을 하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 대표와 개혁신당 창당을 함께한 천하람 최고위원, 허은아 수석대변인, 이기인 대변인 등은 어디로 출마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준석 등 개혁신당 지도부가 총선을 약 3주 앞두고 지역구를 골라서 출마해서 당선될 정도로 경쟁력을 지녔는지 물음표가 찍힌다. 이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2018년 재보궐 선거, 2020년 21대 총선 등 서울 노원병에 세 차례 출마해 연이어 낙선한 바 있다. 허은아 최고위원은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와 정치권에 처음 입문했고, 지역구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다. 천하람 최고위원은 21대 총선에서 전남 순천에 출마해 득표율 3.0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기인 대변인도 성남시의원 재선한 뒤 2022년 경기도의원에 당선됐으나, 총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광주 출마를 최우선으로 검토 중이다. 당초 이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못 박았지만, 그동안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이원욱 조응천 김종민 의원 등이 호남에 출마해 민심 결집에 나서달라고 요구한 만큼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해당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했고, 전남도지사를 역임한 호남 정치인이다.
#야권 단일화는?
녹색정의당은 민주당에서 주도하는 통합비례 위성정당 참여 여부를 두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배진교 녹색정의당 의원은 원내대표직까지 내려놓으며 ‘현실론’을 이유로 민주당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녹색정의당은 비례 의석 확보에 필요한 최소 조건인 ‘정당 득표율 3%’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장혜영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 등은 위성정당 참여 제안을 거부하며 ‘자강론’을 주장한다. 이들은 위성정당 참여가 거대 양당 정치 타파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2월 17일 당은 전국위원회를 열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가에선 인천 남동을 출마를 선언한 배진교 의원이 야권 단일화를 꾀하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에 참여한 정당들과 향후 비례대표 추천, 지역구 단일화 등을 협상할 예정이다. 인천 남동을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윤관석 의원이 19~21대 내리 3선을 한 지역구다. 녹색정의당이 위성정당에 합류한다면,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고 배 의원에게 양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민주당에 단일화를 요구한 여영국 녹색정의당 예비후보는 위성정당 참여에 반대하고 있다. 해당 지역구는 야권 단일화 여부에 따라 승패가 엇갈린 곳이다. 현역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19대, 21대 총선에서 진보 분열 덕분에 당선되는 데 성공했다. 반면 고 노회찬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여영국 후보는 2019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단일화하면서 당선됐다. 여영국 후보와 허성무 민주당 예비후보의 단일화는 이번 총선에서도 최대 변수로 꼽힌다.
녹색정의당은 심상정 의원(4선)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도 단일화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 의원은 비례대표로 초선을 한 뒤 고양갑에서 내리 3선을 성공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심 의원을 향한 지지를 걷어 들이는 모양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소속 시의원들은 모두 낙선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3명의 시의원을 배출했던 것과 대조된다. 그동안 심 의원은 ‘대선 패배 책임론’에도 시달려왔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0.73%p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한테 패했는데, 당시 심 의원은 민주당과 단일화 없이 완주하면서 2.37%의 득표율을 올렸다.
장혜영 의원은 서울 마포구을 출마에 나섰다. 이곳은 19~21대 총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졌음에도 민주당이 2위 후보와 10%p 이상 격차로 내리 승리했다. 현역인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17, 19, 21대까지 3선을 한 중진이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전북 전주을)도 재선 도전에 나서면서 야권 단일화를 주장했다. 강 의원은 2023년 4월 5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 때 당선되며 국회에 첫 입성했다. 당시 민주당은 자당에 귀책 사유가 있는 만큼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출마에 나선 만큼 민주당에서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로 전주을에서 32년 만에 당선된 바 있다.
‘진보정치 1번지’ 울산 북구에서도 민주당과 진보당 단일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이상헌 민주당 의원은 박대동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5.4%p 차이로 누르고 신승했다. 이번 총선에선 이상헌 의원이 3선에 도전하고, 윤종오 진보당 후보가 설욕을 노리고 있다. 윤 후보는 이상헌 의원 등과 진보 진영 단일화에 성공해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 표가 분산된다면, 국민의힘은 북구 탈환에 성공할 수도 있다. 북구는 민주노총 산하 최대 단일 사업장인 현대자동차가 있어 진보 세가 강한 지역구로 분류된다.
새진보연합에선 지역구 출마에 나서겠다고 밝힌 후보가 아직 한 명도 없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대표도 지역구 출마보단 민주당의 통합비례 위성정당 참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용 대표는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후보 5번을 받아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