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세계선수권 결선 진출…후반 50m 기록은 가장 좋아
황선우는 2월 1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47초93을 기록해 전체 16명 중 3위로 결선에 올랐다. 8명이 겨루는 자유형 100m 결선행 티켓을 따낸 한국 선수는 황선우가 역대 최초다. 박태환도 자유형 100m에서는 2011년 상하이 대회 준결선 1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황선우는 이어 이튿날 열린 결선에서 다시 47초93의 기록으로 역영해 5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역대 한국 선수 중 이 종목 최고 순위다. 결선 3번 레인에서 스타트를 끊은 황선우는 첫 50m 구간에서 23초04를 기록해 가장 늦게 반환점을 돌았다. 그러나 나머지 50m를 24초89로 주파해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후반부 50m 구간 기록은 황선우가 8명 중 가장 좋았다.
시상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황선우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였다. 그는 2021년 7월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기록(47초56·당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뒤 좀처럼 당시 기록에 근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국제대회마다 늘 48초대 기록에서 제자리걸음을 했고,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48초04의 기록으로 자유형 100m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준결선과 결선에서 연속으로 47초93에 물살을 갈라 2년 7개월 만에 47초대에 재진입했다. 아시안게임 때보다 0.11초 빠른 기록으로 48초의 벽을 다시 넘어섰다.
자유형 100m 결선행 역시 세 번째 도전만에 이룬 쾌거다. 황선우는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 100m 예선을 공동 17위로 마쳤지만, 케일럽 드레슬(미국)이 경기 두 시간 전 기권을 선언해 급하게 준결선 무대를 밟았다. 결국 전체 11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두 번째 도전이었던 지난해 후쿠오카 대회에선 전체 12위로 예선을 끝낸 뒤 준결선 9위를 기록해 간발의 차로 결선행이 무산됐다.
도하에선 같은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았다.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따고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다시 100m 경기에 출전해 한국 수영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레이스 후에는 1위로 들어온 판잔러(중국·47초53)에게 환한 표정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며 기분 좋게 개인 종목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 종목 세계 기록(46초80) 보유자인 판잔러는 이변 없이 정상에 올라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 첫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우승한 아시아 선수는 2015년 카잔 대회의 닝쩌타오(중국)에 이어 판잔러가 역대 두 번째다. 지난 두 차례 대회에서 연거푸 4위에 머물러 메달을 놓쳤던 아쉬움을 마침내 훌훌 털어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