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3조 클럽’ 확실시되며 신유통공룡으로…‘뷰티’ 분야서 저가·저연령 마케팅 등은 한계
다이소의 성장세는 ‘규모’를 지나 상품 장르의 ‘전략화’에 닿은 상태다. 미용·화장품 등 ‘뷰티’ 분야가 대표적이다. 다이소는 이미 뷰티업계 전체가 주목하는 기업이 됐다. 지난해 다이소에서 판매를 시작한 화장품 브랜드 브이티(VT)의 ‘리들샷’ 제품은 연일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면세점보다 다이소’라는 말이 돌게 된 배경에도 이 뷰티 상품군이 있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다이소가 1000~5000원 대의 초저가 화장품을 무기로 이른바 ‘H&B(헬스와 뷰티) 시장’의 선두 주자인 ‘CJ올리브영’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웬만한 유통기업이 일제히 ‘불황’을 외치는 현 시장 상황에서 아성다이소의 매출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성다이소의 2022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한 2조 9458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 처음으로 연매출 2조 원 시대를 열더니 3년 만에 3조 원 실적 바라보게 됐다. 장기 경기 침체에 따른 ‘가성비’소비 문화 덕을 크게 봤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괄목할 매출 성장 파워는 전국 매장과 직원 수 증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전국 매장 수는 직영점 1022개, 가맹점 497개를 합쳐 총 1519곳에 달한다. 1300개 매장을 둔 CJ올리브영이나 1890여 개 매장을 소유한 스타벅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직원 수는 지난해 1만 2323명으로 2022년 대비 951명 늘었다. 주요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고용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판매하는 제품 종류도 3만 여 가지로 크게 늘었다. 주방과 인테리어, 사무용품군의 제품을 늘려가다 최근엔 과자와 의류, 뷰티 제품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그중에서도 2021년 10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뷰티 분야 제품이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상품군으로 떠올랐다.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다이소의 카테고리별 매출 순위를 보면 ‘뷰티‧퍼스널케어’ 제품이 1위를 차지했고, 식품이 2위, 팬시용품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2023년 10월 화장품 브랜드 VT의 앰플(고농축 영양제품) 상품 ‘리들샷’을 처음 선보인 것이 소위 ‘대박’을 내면서 다이소의 기초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이 3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165% 신장하는 성과를 냈다. 이 제품은 다른 판매처 제품과 비교해 용량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기본 제품과 비교해 일부 성분 배합을 달리했을 뿐 성능이나 효과에 큰 차이는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금도 수많은 매장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네이처리퍼블릭, 클리오, 투쿨포스쿨 등 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다이소에 상품을 입점시킨 상태다. 제품 가격도 모두 5000원 이하로 ‘다이소 기준’에 맞췄다.
다이소의 ‘뷰티 파워’에 대해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가‧가성비 소비가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중저가를 소구했던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더욱 저렴한 가격대로 내려 앉았다”며 “다이소를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제품을 파는 곳으로 여기는 기성 세대와 달리 MZ세대에게 다이소는 진입 장벽이 낮은 곳, 익숙한 곳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 화장품 소비가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다이소가 이러다 전체 뷰티유통업계를 ‘접수’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는 지난해 12월 다이소몰과 샵다이소가 통합 개편되고 익일 배송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더욱 본격화됐다. CJ올리브영과 쿠팡에 이어 화장품 배송 경쟁판에도 당당히 가세한 것이 또 한번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장 확장세를 내다보는 시선에는 기대보다는 한계에 무게가 실린다. 주요 뷰티제품기업의 매출이나 이들의 H&B(건강·뷰티) 시장 지배력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기까지는 아직 힘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판매 상품의 종류가 기성 뷰티유통기업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데다 저가 전략에 기대기엔 상품 구성 자체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뷰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H&B 업계에서 독보적 1등 자리에 있는 올리브영에는 잘 만든 제품을 제값 받고 팔려는 뷰티기업들이 입점하려 하고, 대부분 올리브영 진출을 통해 브랜딩을 꾀하려 한다”며 “이들 업체는 다이소에 입점하는 업체들과는 목적 자체에 다소 차이가 있고, 다이소를 첫 번째 유통채널로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고등학생이나 MZ세대 등 상대적으로 저연령층에 집중된 매출 패턴이 고객층 확장을 발목 잡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아성다이소에 따르면 멤버십 데이터를 기준으로 지난해 화장품 제품 구매 고객의 절반 이상이 1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뷰티 제품을 처음 접하면서 다이소의 저가 화장품에 매력을 느낀 10·20대가 점차 구매력을 갖춘 연령대에 진입하면 보다 중저가, 고가의 화장품을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영애 교수는 “로열티 측면에서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선망이 누구나 있기 때문에 추후에는 중저가, 고가 제품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다이소는 뷰티 특화 브랜드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잡화 매장에 속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 제품에 꼬리표로 따라붙는 ‘품질 논란’도 다이소가 넘어서야 할 벽이다. 다이소는 지난해 10월과 12월에도 완구와 욕실화 제품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성분이 검출돼 리콜 조치가 시행된 바 있다. 이 같은 사례가 누적될 경우 기존 성장세에 실제적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이 저렴하면 제품 품질 논란이 따라오게 마련”이라며 “올리브영과 달리 저가 전략으로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려면 기존 생활용품과는 달리 품질 관리를 확실히 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현재 판매 중인 화장품 대부분은 품질이 검증된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좋은 품질의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책임판매업자, 제조업자개발생산(ODM)기업,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기업 등 화장품 전문 기업들의 상품을 공급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명 브랜드사의 입점을 강화하고,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균일가로 계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