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팀 중 4팀이 새 사령탑…‘분노의 영입’ 전북 vs ‘홍명보 아이들’ 울산 우승 경쟁
#새출발 앞둔 감독들
리그 내 가장 큰 변화는 사령탑이다. 12개 팀 중 4팀이 새로운 감독을 맞이했다. 특히 김기동 감독은 유일하게 리그 내에서 팀을 옮긴 감독이다. 지난 5년간 포항에서만 줄곧 활약했다. 핵심 선수가 지속적으로 팀을 떠나는 상황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냈던 그는 5년 만에 팀에 첫 우승컵(FA컵)을 안긴 이후 서울로 적을 옮겼다. 비교적 풍족한 살림살이 속에서 보여줄 모습에 서울 팬들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기동 감독이 빠져나간 포항의 공백은 또 다른 구단 출신 레전드 박태하 감독이 메웠다. 박 감독은 2015년부터 3년 동안 중국 슈퍼리그의 옌벤에서 '신화'를 쓴 지도자다. 이후 중국 여자 B 대표팀을 맡았고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5년째기에 현장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을 맡으면서 그라운드에 가까이 있던 인물이다. 3년간의 기술위원장 생활 동안 타 구단의 관심을 받았으나 선수시절 자신이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던 포항의 손을 다시 잡았기에 감동을 줬다.
지난 시즌을 대행체제로 마무리했던 제주에는 김학범 감독이 부임했다. 앞서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며 아시안게임 금메달,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우승, 올림픽 8강 탈락을 경험하며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약 2년 반 동안의 야인 생활 끝에 K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규모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낸 제주의 반등을 책임지게 됐다.
코치로서 김학범 감독과 함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궈낸 김은중 감독은 수원 FC 지휘봉을 잡았다. 수원 FC는 김은중 감독 부임과 함께 30여 명의 선수단을 교체했다. 팀의 연속성면에서는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반면 새 감독이 새로운 색깔을 입히기에는 유리할 수 있다.
#린가드 품은 서울, 분주한 겨울 보낸 전북
팀마다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해 활기를 불어 넣을 전망이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선수는 FC 서울로 이적한 제시 린가드(잉글랜드)다. 서울 구단이 2024시즌 유니폼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1000장 이상의 주문이 폭주했다는 후문이 전해질 정도다.
린가드는 세계적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이다. 그간 K리그에 명문 구단 경력을 가진 선수가 있었으나 린가드는 수준이 다르다. 맨유 유니폼을 입고 232경기(35골 21도움)에 출전해 각종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장기간 활약, 등번호 10번을 달고 월드컵 4강 무대를 밟은 선수다. 이번 시즌에는 서울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을 펼치던 기성용과 미드필드에서 호흡을 맞춘다.
이외에도 2023 아시안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새롭게 K리그에 합류한다. 서울은 이라크 국가대표 레빈 술라카를 린가드와 함께 품었다. 카타르 태국 등 아시아 외에도 스웨덴, 노르웨이, 세르비아 등 유럽 경험도 겸비한 그는 중앙수비수로서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상대로 승리하는 등 이라크 돌풍의 주역이었다. 수원 FC는 인도네시아에서 신태용 감독의 지도를 받던 프라타마 아르한을 영입했다. 아르한은 측면 수비수로서 본연의 역할 외에도 장기인 롱 스로인으로 또 한 가지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선수들의 이적도 눈길을 끈다. 이적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던 이순민은 광주에서 대전으로 적을 옮겼다. 지난 시즌 3위에 오르며 시민구단 돌풍을 일으킨 광주의 핵심 자원이던 이순민은 국가대표까지 발탁되는 경사를 누렸다. 대전은 미드필더 이순민에 공격 자원 김승대, 수비수 홍정운까지 데려오며 '신흥 부자구단'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원조 부자구단 전북은 가장 뜨거운 이적시장을 보낸 팀 중 하나다. 거액을 투자해 대전과 인천에서 각각 에이스 티아고, 에르난데스를 데려왔다. 이영재, 김태환, 권창훈 등 국가대표급 자원도 줄줄이 영입했다. 지난 2년 연속 우승을 놓친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우승을 두고 경쟁할 라이벌 울산은 김민우, 황석호 등을 영입하며 과거 각급 국가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홍명보의 아이들'을 품었다.
#설영우·박진섭·황재원 등 업그레이드 기대되는 국대 자원
기존 자원의 성장도 팀의 전력이 단단해질 수 있는 요소다. 특히 리그 휴식기 아시안컵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치렀기에 경험을 쌓은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과거에도 국가대표팀을 다녀와서 기량이 한층 좋아진 선수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지난 시즌 월드컵을 다녀온 나상호가 그랬다. 후반기에 힘이 빠졌지만 전반기 나상호는 MVP 기세였다"고 설명했다.
비록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었으나 측면 수비수 설영우(울산)는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이전에도 영플레이어상 수상(2021), 리그 베스트11 선정(2023) 등으로 인정받는 자원이었으나 대표팀 활약을 통해 '전국구 스타'에 등극했다. 유력 포지션 경쟁자 김태환이 팀을 떠난 것도 설영우에겐 호재다. 자신 있는 오른쪽 측면에서 고정적으로 활약을 선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박진섭(전북)도 아시안컵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K리거였다. 대회 이전까지 A매치 출전이 단 1회에 그쳐 큰 기대가 없었으나 총 4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긴 출전 시간은 아니었지만 나올 때마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출전시간 증가를 바라는 팬들의 바람이 이어졌다. 특히 184cm로 도드라지는 장신이 아님에도 호주전에서 거구의 해리 수타(200cm)를 상대로 높이 싸움에서 이기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령별 대표로 좋은 모습을 보이던 이들도 리그에서 더욱 활발한 활약이 기대된다. 첫손에 꼽히는 이는 대구의 측면 수비수 황재원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당시 활약을 바탕으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올해의 영플레이어'로 선정됐다. 지난 시즌 중반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것과 달리 올 시즌엔 소속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그를 두고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A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평가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