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 “연락 두절, 하자 방치하더니 위약벌 폭탄”…가맹본부 “가맹 해지 후에도 간판 걸어 계약서 따라 고소”
최근 S 피시방 가맹본부로부터 6억 원대 소송을 당한 이 아무개 씨의 말이다. 이 씨는 3년 정도 S 피시방 간판을 달고 운영했다가 결국 엄청난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소송에 휘말린 피시방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가 연락도 잘되지 않았고 방치 상태여서 가맹점비를 내지 않았다가 위약금 폭탄 고소를 당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가맹점주 가운데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닌 상황이어서, 다음엔 누가 고소당할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가맹본부 측은 ‘상표권 위반에 대해 계약에 맞게 정당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맞섰다.
관련 사건 고소장과 녹취 내용, 관련자 인터뷰 등을 종합해 보면 사건은 이렇게 추정된다. 이번 소송에 휘말린 가맹점주 가운데 상당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 가맹 계약을 맺었다. 2019년 9월 A 씨도 피시방을 창업하기 위해 알아보다 우연히 S 피시방 가맹점 광고를 보고 계약을 하게 됐다. A 씨는 “당시 S 피시방이 잘나갔고, 여러 가지 혜택도 보장해 준다고 해서 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를 포함한 가맹점주들이 말하는 S 사 혜택은 다음과 같다. S 사는 가맹 계약 당시 직접 피시방 공사를 해주겠다고 했고, 이후 하자를 1년 동안 관리해 주기로 했다. 또한 각종 게임 대회를 열어주는 등 적극적인 홍보도 약속했다. 가맹점주는 이런 점들을 보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매장을 오픈한 직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피시방 피해자들에 따르면 S 피시방 가맹본부는 가맹계약 당시 직접 공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외주 업체를 통해 공사를 진행했고 공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A 씨 피시방은 환풍기 위치가 정화조 부근과 연결돼 있어, 심한 냄새가 피시방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시방 점주는 공사 이후 바닥 타일이 다 깨져 발을 딛기에 위험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A 씨는 피시방 가맹본부를 상대로 하자보수를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했다. 이에 A 씨는 ‘수리할 때까지 피시방 가맹비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1년 반이 넘도록 수리는 되지 않았고, 가끔 몇 개월에 한 번씩 직원이 찾아온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시방 점주인 B 씨도 “지붕 누수, 바닥 타일 떨어짐 등을 겪었다”면서 “하자 보증 기간은 1년이나 모든 문제가 1년 안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B 씨도 예정됐던 피시방 게임 대회 등 별다른 홍보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피시방 가맹본부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가맹본부 측은 “피시방 가맹점을 차릴 때 공사 업체와 하자보수까지 약속한 계약을 맺는다. 굳이 하자보수를 안 해줄 이유가 없다. 하자보수를 안 해줬으면 자가 수리한 근거를 대라고 했는데 점주들은 이를 증빙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이 각 피시방을 방문해 관리한 일지가 있는데, 무작정 점주들은 제대로 오지도 않았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맹본부 측은 “게임 대회는 신청자만 했던 건데, 신청을 안 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점주들은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지도 처음 알았고, 게임 대회 자체 퀄리티도 높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C 가맹점주도 “직원도 방문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피시방 가맹본부 홈페이지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관리조차 없었다는 방증”이라면서 “가맹본부하고는 전화도 안 되고, 직원들도 퇴사했고, 홈페이지도 접속이 안 되니 끝난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가맹본부 측은 “홈페이지는 접속이 안 됐던 게 맞다. 호스팅 연장을 안 한 단순한 문제로 다시 처리해 현재는 접속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확인을 해본 결과 S 피시방 홍보는 대부분 채널에서 2020년 6월 혹은 9월을 끝으로 올라오지 않는 상태였다. S 피시방 유튜브는 6월이 마지막 영상이었고, 인스타그램은 2020년 9월이 마지막 게시물이었다. 3월 4일 접속해 본 결과 현재 S 피시방 홈페이지는 다시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몇몇 점주는 ‘처음부터 하자보수를 안 해주면 가맹비를 내지 않겠다’라거나 ‘어느 순간 피시방과 계약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는 등의 이유로 가맹비를 내지 않았다. 2021년 3월 피시방 가맹본부는 이때쯤을 기준으로 피시방 점주와 계약이 끝났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피시방 가맹본부는 가맹 해지 공문을 발송했다고 한다. 피시방 점주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가맹본부가 사업을 접는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문제는 약 2년이 더 흐른 2023년 초부터 시작됐다. 피시방 가맹본부 측이 가맹비를 내지 않은 가맹점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은 점주마다 달랐지만 많게는 7억 원까지 위약벌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점주들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 의한 건지 찾아보게 됐고, 계약서 중 가맹 해지가 된 상태에서 간판을 걸어 놓을 경우 하루에 60만 원씩 위약벌을 계산해 줘야 한다는 내용을 발견하게 됐다.
A 씨는 “가맹본부 측은 2022년 6월 30일 자로 가맹계약이 해지됐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가맹본부 직원과 나눈 대화는 내가 ‘가맹계약에 따른 그 어떤 것도 해주는 것이 없다’고 하자 직원이 ‘그럼 간판을 내려라’라고 했다. 재차 내가 ‘그럼 해지가 되는 거냐’고 물었는데, 직원은 이에 관해 설명하지 않고 일단 내리라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만약에 내렸는데 계약이 해지되지 않아 간판을 다시 달게 되거나 하면 크레인, 사다리차 비용 등이 이중으로 나갈 우려가 있어 일단 계약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는 위약벌 조항은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루에 위약벌 60만 원이면 하루 매출보다 많다. 이 돈이 나간다는 걸 알았으면 계약했겠나”고 말했다. 점주 C 씨도 “위약벌 조항을 설명받은 적 없다. 빽빽하게 적힌 약관을 읽어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면서 “위기에 처했던 코로나19 시기에는 본사와 연락 두절이고, 직원들은 모두 퇴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C 씨는 “하자 보수를 안 해줘서 가맹비 자동이체를 해지했다. 그때 가맹본부 측에서 연락이 와서 하자보수 해주겠다고 해놓고서는 나 몰라라 했다. 나는 하자보수 해주면 가맹비 낸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가맹본부 측은 위약벌 조항 설명을 분명히 했다고 반박했다. 가맹본부 측 관계자는 “계약서 페이지마다 도장을 찍게 돼 있는 구조다. 위약벌 부분 페이지도 분명히 읽었다고 도장을 찍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라면서 “여러 차례 설명하고 통보했음에도 간판을 내리지 않아 가맹본부는 상표권 계약을 지키기 위해 정당하게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맞섰다.
이 소송에서 피시방 점주 측을 대리하고 있는 천호성 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 대표변호사는 “위약벌은 계약 자유 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에 정하기 나름이다. 문제는 법률에 어두운 일반인들을 상대로 이와 같은 내용을 미리 준비해 두고 계약 담당자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면서 “결국 약관법에 따라 판단될 것으로 본다.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리한 조항에 해당할 수 있는 등 위약벌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들은 이번 소송이 계약 해지 후 위약벌이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5억 원 이상 모일 때가 돼서 터트린 것 아니냐고 주장을 했다. 가맹점주 B 씨는 “가맹본부 측이 만약 이 사태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직접 전화를 한다거나, 한 번 찾아와서 간판을 떼야 한다고 알렸다면 사태는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맹 해지는 2021년에 됐다는데 소송은 2023년에 건 경우도 있어 의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계약서 페이지 중 PC 대수 확인 등 빠진 부분이 있다. 계약서가 꼼꼼하게 작성됐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부자도 하루 60만 원씩 위약벌 나온다고 하면 이 금액을 감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소송 금액이 3억 원 이상인 경우가 많다. 한 달 있다 연락해 온 것도 아니고, 하루 60만 원으로 3억 원 만든다고 해도 1년 넘게 걸린다. 어떤 가맹점주는 1000만 원에도 합의해 주고, 누구는 7억 원 소송을 내는 게 정상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맹본부 측은 “대표이사가 바뀌고 정비하는 시간이 있어 2023년 초부터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굳이 묵혀놨다가 터트렸다는 건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가맹본부 측은 “몇몇 조정을 신청한 가맹점주와는 매우 적은 위약벌만 받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다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가맹점주마다 조정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 소송까지 간 가맹점주들은 조정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답변했다.
천호성 변호사는 계약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했다. 천 변호사는 “계약서를 잘 읽어보고 계약 과정을 반드시 녹음해 놓아야 한다. 설명을 들으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여러 차례 확인하고, 잘 모르는 부분은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면서 “계약 과정에서 '이런 거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냥 쓰여 있는 거예요' 같은 말을 듣더라도,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추후 입증하지 못할 경우가 많은 데다 문자로 박힌 계약서에 본인이 서명하면 처분문서의 효력을 부정하기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이 문제는 결국 소송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가맹점주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겠다는 기조다. 현재 점주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1심에서 위약벌 7억 원이 인정된 뒤 2심 진행 중인 경우도 있고,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도 있다. 1심에서 7억 원가량 위약벌이 인정된 가맹점주는 “내가 법을 잘 몰라 1심을 놓쳤다”며 억울해 했다. S 피시방 가맹점주들은 같은 가맹본부가 운영한 스터디카페도 비슷한 소송을 겪고 있어 연대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