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 PF 우발채무 극복 급선무, 실적 부진 시 승계 ‘빨간불’…코오롱글로벌 “PF 리스크 없다”
#건설 업황 나아질 기미가…
이규호 부회장은 오는 3월 말 주주총회를 통해 (주)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3개 회사 사내이사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취임하면 코오롱그룹 주요 계열사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코오롱그룹 경영 전반을 맡게 된 셈이다.
코오롱그룹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주)코오롱의 매출은 2022년 5조 6599억 원에서 2023년 5조 8942억 원으로 4.1%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10억 원에서 1037억 원으로 66.89% 감소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매출은 5조 3675억 원에서 5조 612억 원으로 5.71% 줄었고, 영업이익은 2425억 원에서 1574억 원으로 35.1% 감소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계열사로 코오롱글로벌을 거론한다. 코오롱글로벌의 매출은 2022년 2조 6021억 원에서 2023년 2조 6635억 원으로 2.36%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67억 원에서 128억 원으로 무려 92.33%나 감소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또 1억 1715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순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코오롱글로벌은 단순 실적 부진뿐 아니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도 해소해야 한다. 신용평가사들도 코오롱글로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미착공사업 관련 PF 우발채무 만기가 대부분 2024년 1분기에 도래하는 가운데 PF 우발채무와 관련한 건설업 전반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미착공사업 관련 PF 우발채무의 차환 여부, 장기적으로는 해당 사업들의 착공을 통한 본PF 전환 여부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코오롱글로벌은 PF 우발채무와 관련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코오롱글로벌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1조 1000억 원이고, 이 중 미착공 사업장 PF 규모는 약 6100억 원이다. 코오롱글로벌의 미착공 사업장은 △대전광역시 봉명동 주상복합 개발사업(PF 우발채무 2491억 원) △대전광역시 선화동 주상복합 3차(2680억 원) △울산광역시 야음동 공동주택(920억 원) 등 세 곳이다.
코오롱글로벌로서는 해당 사업장의 PF 우발채무를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전환해야 한다. 브릿지론은 단기 차입 등을 통한 일시적 자금 대출로 본PF로 대출을 전환해 상환한다. 통상적으로 사업 인·허가 등이 모두 완료되면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된다. 본PF는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이 참여하므로 금리가 낮아진다. 본PF로의 전환은 곧 착공을 의미하므로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적다.
코오롱글로벌은 당초 지난 2월 봉명동 개발사업의 본PF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전환이 완료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일정이 늦어지면서 봉명동 사업은 차주(3월 셋째 주)에 본PF로 전환될 계획이고, 야음동과 선화동은 올해 하반기 전환될 예정”이라며 “봉명동 사업은 확정된 내용이고, 이에 따라 PF 우발채무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므로 PF 관련 리스크는 없다고 봐도 좋다”라고 말했다.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코오롱글로벌의 앞날이 밝지는 않다. 건설업계가 불황에 휩싸이면서 코오롱글로벌의 올해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코오롱글로벌의 부채총액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 8339억 원에 달하고, 부채비율도 312.97%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기도 어렵다.
#코오롱 "이 부회장이 전략 부문 맡아 취임"
코오롱글로벌의 실적이 부진하면 이규호 부회장으로서는 지분 승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2018년 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이규호 사장의 경영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주식은 한 주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부회장은 주식을 증여받기 위해서라도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규호 부회장이 지분을 승계하더라도 증여세 납부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이웅열 명예회장은 현재 (주)코오롱 주식 627만 9798주(지분율 49.74%)를 갖고 있다. (주)코오롱의 현재 주가 약 1만 7000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067억 5657만 원이다.
현행법상 증여하는 재산이 30억 원을 초과하면 50%의 증여세가 매겨진다. 여기에 대기업 최대주주의 지분이 증여되면 20%의 할증도 붙는다. 따라서 이규호 부회장이 이웅열 명예회장의 주식을 전량 증여받으려면 현재 기준으로 640억 원 상당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규호 부회장의 현금 보유량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이 부회장의 그간 수익이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를 맡았지만 연봉 5억 원 이상 근무자 명단에는 등재되지 않았다. 또 이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이 없으니 배당수익도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규호 부회장이 증여받은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주)코오롱 지분율이 49.74%에 달하는 만큼 일부를 매각해도 경영권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또 이웅열 명예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 18.87% △코오롱제약 14.13% △코오롱이앤씨 9.79% △코오롱인더스트리 1.19% △코오롱글로벌 0.38% 등의 지분도 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주)코오롱 자회사나 손자회사다. 이들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해도 지배력 유지는 가능한 셈이다.
이와 관련,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규호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해 코오롱 전략 부문을 맡으면서 필요에 의해 사내이사로 취임한 것”이라며 “지분 승계에 대해서는 개인의 일이므로 입장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