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에 올릴 수 있는 슬라이스 양갱 출시…버터·소금 더해 젊은층에게 큰 인기
그런데 양갱에 작은 아이디어를 더해 해마다 매출 최고치를 경신하는 화과자점이 화제다. 교토시에 위치한 노포(오래된 점포) ‘카메야 요시나가(亀屋良長)’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트렌디에 따르면, 이 가게는 한때 도산 위기에 처했지만 ‘슬라이스 양갱’이 대히트하면서 기사회생했다고 한다.
화과자점 카메야 요시나가는 1803년 창업해 8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중이다. 히트 상품을 고안한 것은 8대째 며느리인 요시무라 유이코 씨다. 그는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만들던 중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첫째아들은 단 것을 싫어해 슬라이스 치즈를 올려 토스트를 구웠고, 반면 둘째아들은 달콤한 팥소를 좋아해 토스트 위에 팥소를 바르고 있었다.
차갑게 식힌 팥소가 딱딱해서 잘 발라지지 않자 ‘슬라이스 치즈처럼 간단하게 올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양갱을 얇게 저며 식빵에 올리면 되지 않을까’로 이르렀다. 시행착오를 거듭해 탄생한 것이 바로 ‘슬라이스 양갱’이다.
주재료인 한천은 슬라이스하기 쉽도록 통상적인 양갱에 사용하는 것보다 끈기가 강한 타입을 선택했고, 양갱의 두께는 빵에 올려 구웠을 때 단맛의 밸런스가 딱 좋은 2.5mm로 결정했다. 다만 검은 팥소만으로는 외형이 지나치게 수수해 흰팥으로 만든 양갱과 버터, 소금을 더한 ‘버터 양갱’을 장식해 최종 버전이 완성됐다. 식빵에 올려서 구워 먹으면 달콤한 ‘앙버터빵’ 맛이 난다.
일반 양갱 매출액과 비교했을 때 슬라이스 양갱은 출시 첫해 160배, 2년째는 500배, 3년째에는 1000배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무라 씨는 히트 배경에 대해 “양갱을 빵에 올려 굽는다는 발상이 재미있어서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또한 “남성 고객이 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침 식사로 슬라이스 양갱을 먹으려는 이들이 많아졌고, 그동안 화과자를 멀리했던 젊은 층이 유입돼 가게의 간판 상품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화과자 업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카메야 요시나가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었다. 교토의 인기 잡화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패키지를 선보이는가 하면, 프랑스 파티셰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고, 혈당이 천천히 상승하는 저 GI(혈당지수) 재료를 활용한 화과자를 개발하는 등 틀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도전을 이어왔다. 이에 닛케이트렌디는 “슬라이스 양갱이라는 히트 상품은 사실 우연히 탄생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갇힌 노포에서 탈피하기 위해 십수년간 계속해온 변혁 중에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