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찾아 친정팀 다저스 더그아웃 ‘깜짝 방문’…4년 호흡 맞춘 로버츠 감독 “마이 맨” 격하게 포옹
류현진이 선물 보따리를 들고 고척에 나타난 이유가 있다. 이날 고척에서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른 LA 다저스는 류현진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팀이다. 류현진은 2013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MLB 무대에 데뷔한 뒤 7년간 몸담으면서 의미 있는 발자취들을 남겼다. 다저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이던 2019년엔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전성기를 보내기도 했다.
류현진은 고척 더그아웃에서 다저스의 옛 동료들과 살가운 인사를 나누며 기분 좋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냥 키움 히어로즈 더그아웃에 있는 기분"이라고 짐짓 너스레를 떨면서도 "내가 가장 오래 뛴 팀에 다시 와서 함께 뛰던 선수들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좋다"고 싱글벙글 웃었다. 또 오타니 쇼헤이에게 17번을 양보하고 자신의 등 번호였던 99번을 가져간 투수 조 켈리 얘기가 나오자 "좋은 번호를 가져갔다"고 뿌듯해 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2016년부터 4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도 반갑게 재회했다. 로버츠 감독은 한국 도착 후 이미 언론을 통해 류현진과 '티키타카'를 주고 받은 뒤였다. 로버츠 감독은 첫 기자회견에서 류현진 관련 질문을 받자 "류현진은 훌륭한 투수였고 좋은 동료였으며 재밌는 친구였다"며 "아직 연락하지 못했지만, 꼭 만나고 싶다. 이 기사를 보면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소식을 들은 류현진이 다음 날 "로버츠 감독님께 연락을 드려야겠다. 전화번호를 모르니 주변에 물어보겠다"고 화답했고, 로버츠 감독도 다시 기자들에게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싶다. 세븐(7), 식스(6), 제로(0)로 시작한다"라며 유쾌한 농담을 곁들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더그아웃에서 기다리던 류현진을 보자마자 "마이 맨(My man!)"이라고 크게 외치며 격하게 부둥켜안았다. 또 류현진이 건넨 빵을 받자마자 순식간에 먹어치운 뒤 취재진을 향해 엄지를 번쩍 치켜들었다. 성심당 최고 인기 메뉴인 튀김소보로와 튀소구마를 하나씩 맛보고 감탄하는 쇼맨십까지 보여줬다.
류현진 역시 로버츠 감독의 화려한 리액션이 뿌듯한지, "감독님 성심당 광고 찍으셔야겠는데?"라고 농담하며 유쾌한 폭소로 화답했다. 또 "얼른 가서 몸 풀고,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하라"는 로버츠 감독의 농담에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뒷걸음질을 치기도 했다. 모처럼 옛 동료들과 회포를 푼 류현진은 "다저스 동료들이 다 반겨줬다. 굳이 한 명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와의 만남이 즐거웠다"라며 고마워했다. 그는 또 "이렇게 한국에서 MLB 경기를 볼 기회가 왔다는 게 영광이고 기쁜 일인 것 같다. 축제처럼 즐기겠다"며 관중석에 앉아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봤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