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 17개 건설사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공개...“올해 미분양, 우발채무 우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건설업 신용 이슈에 관한 세미나’에서 신용등급 AA급 건설사 17개사를 상대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한신평은 부동산 경기가 현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저하되거나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2023년 말 기준 PF보증과 엑시트(투자금 회수) 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한 책임준공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설사들의 손실 규모를 이같이 추정했다.
‘PF보증 손실’은 PF 상환 재원이 부족하거나 본PF 전환에 차질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손실금액을, ‘미분양 손실’은 저조한 분양실적이 지속될 경우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공사대금 등을 뜻한다.
한신평의 추정에 따르면 대부분의 잠재손실은 A급 건설사에 집중됐다. A∼BBB급 건설사의 PF보증 규모 15조 9000억 원 가운데 잠재손실은 4조 3000억∼6조 5000억 원, 미회수 공사대금 관련 부실 규모는 1조 5000억∼2조 1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한신평은 “향후 관련 손실이 순차적으로 현실화할 경우 부채비율 등 재무안전성 저하가 예상된다”며 “건설사 합산 자본규모 대비 잠재손실 비중은 17∼2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악화를 가정한 조건에선 건설사 합산 부채비율이 현재 188.2%에서 281.7%까지 상승하며, 부채비율 300% 초과한 업체는 현재 2개에서 7개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은 올해 건설사들의 ‘리스크’로 미분양과 PF 우발채무를 꼽았다.
올해부터 건설사 평균 분양률 하락이 가시화되고, 주택 공급 감소에도 올해까지 입주 물량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분양시장 회복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또, 지난해 말 한신평 평가 대상 20개 건설사의 합산 PF보증 규모는 30조 원으로 전년 대비 1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경기 침체로 인해 착공이 연기되고 본PF로 전환이 지연되는 등 미착공 PF 보증이 해소되지 못해 PF보증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신평이 태영건설을 제외하고 2023년 말 기준 건설사의 합산 PF보증을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도급사업 중 분양 부진 착공사업장, 지방 주택, 비주택 미착공사업장 등 리스크가 높은 현장이 약 12조 원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모니터링 대상 건설사로는 롯데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신세계건설 등을 제시했다.
전지훈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올해는 계열지원, 자구안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나 PF 우발채무 부실화 여부가 건설사 신용도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상반기 회사채 정기 평가 때 PF보증이나 미분양 리스크가 큰 건설사의 유동성 관리 수준과 부실 인식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