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니시 “기쁨과 감동 줄 수 있다면 7번 체포 문제 안돼”…이성우 “한국 성인문화 양지화 위해 리스크 감수”
이번 만남은 일본 유명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프로그램에서 무라니시와 이 대표를 초청해 특별 좌담회 형태를 기획하면서 성사됐다. 3월 6일 이 대표는 일본 도쿄 신주쿠 한 스튜디오에서 무라니시 감독과 만났다. 무라니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그려진 ‘오메코’ 시계, 자신이 감독했던 작품 DVD 등 다양한 선물을 전달했다.
무라니시 감독은 “나는 7번 체포당하고, 미국에서 370년형을 구형받기도 했다. 다만 나는 물건을 훔치거나 남에게 상처를 준 게 아니고 시청자에게 기쁨을 주고, 감동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마음으로 살면 전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성우 대표도 “처음 시작할 때 구속될 각오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대화를 정리해 봤다.
이성우(이): 나는 영화, CF,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업계에서 일했지만, 초반에 한국에서 AV(성인비디오)를 만들 때 하루에 20시간 동안 공부한 적도 있다. 앵글 잡는 게 완전히 달랐다.
무라니시(무): 영화감독은 이 업계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영화감독은 일본에도 몇백 명이 도전하고 있지만 그들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영상을 찍을 수 없다. 예를 들면 ‘기생충’이란 영화를 봤다. 기가 막히고 훌륭했다. 그런데 성적인 장면에서는 ‘아 이렇게 밖에 못 찍나’ 하면서 웃음이 나왔다. 폭력적인 장면,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은 사실적으로 찍으려 한다. 그런데 아무리 유명한 영화감독이라도 성적 장면을 찍는 방법은 모를 수 있다.
이: 한국도 성인문화가 발전하고 있고, 개방되고 있다. 한국은 한류를 만든 나라이기 때문에 조금 더 규제가 완화된다면 우리도 충분히 성인 영화를 찍어 수출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 얼마든지 협력하겠다. 여행을 예로 들면, 내가 서울에 도착해 좌충우돌하며 관광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성우 대표같이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안내를 받다가 3일 정도 지나서 서울이 익숙해졌을 때 혼자서 서울 여행을 하는 게 가장 좋다. 성인업계에서 나는 이성우 대표가 앞으로 겪을 일을 전부 겪었고, 40년을 종사하고 있다. 일단 나와 같은 사람에게 40년의 세월을 전부 간접 경험해 보는 쪽이 좋다.
이: 나도 한국에서 성인업계에 뛰어들었을 때 무라니시 감독처럼 구속될 생각까지 하면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작했다.
무: 그렇다. 아무튼 자신이 믿었던 길을 가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에서는 한두 번 체포되면 더 이상 사회활동을 할 수 없다. 나는 7번 체포됐다. 하지만 지금도 넷플릭스나 아베마TV처럼 텔레비전, 잡지, 광고 일도 하고 있다. 책도 쓴다. 한국도 전과가 있으면 사회적으로 매장 당하지 않나. 물건을 훔치거나 남에게 상처를 준 게 아니고 기쁘게 해주고, 감동하게 해주고, 재미있게 해줬기 때문에 전과는 상관없다.
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도전해야 한국 성인 문화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정도 각오를 하고 있다.
무: 태생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은 도전하는 게 리스크가 아니다. 도전하지 않는 것이 리스크다. 나는 전과 7범이다. 미국에서 370년 징역을 구형받았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내가 징역을 370년 받았던 사람이면 한국에서 그런 인간을 영화로 만들어 보려고 생각하겠나. 이게 미국의 재밌는 점이다. ‘잘도 미국까지 와서, 징역 370년을 받았다. 당신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넷플릭스에서 제안이 왔을 때 다른 영화사와 영화를 만들게 돼서 ‘난 넷플릭스에 흥미가 없다’고 거절했다. 이틀 뒤 190cm는 되는 사장 세 명이 전용기로 일본에 와서 직립 부동자세를 하고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나는 ‘넷플릭스 라이벌은 어디냐’라고 물었다. 그들은 ‘우리 라이벌은 아마존도 디즈니도 아니다. 시청자들의 수면이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재밌네, 그럼, 나하고 찍자’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서 190개국에 방송하고 6억 명이 영상을 보게 됐다.
이: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라는 드라마를 다섯 번 넘게 봤다. 드라마에서 나온 무라니시 감독 성격이 나와 정말 비슷해서 놀랐다. 방송에 나왔을 때 정말 흰 팬티를 입고 나왔는지, 그때 성인문화를 만들려고 했던 의지나 마음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무: 드라마와 실제는 대체로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욕심만으로 달려간다면 열정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부자가 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오래 갈 수 없다. 앞으로 먹고살 만한 돈을 갖게 되면 그런 건 인센티브가 되지 않는다. 성공 이후에 인센티브는 세상을 바꾼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밖에는 없다. 사람들이 소소하게 집에 와서 내 작품을 즐겼다는 얘기를 들으면,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있는 기쁨을 느낀다.
이: 공감한다. 당장 돈보다는 음지화된 문화를 양지화시켜서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만들고 싶다. 나는 최근 한국에서 성인 배우들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에서 성인 배우에게 ‘어떻게 데뷔하게 됐냐’고 물어보면 다들 ‘유명해지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유명 배우도 많고 그들이 TV에 출연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얼굴을 가리고 돈만 벌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한국 배우에게도 이 직업이 유명해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 직업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 성인 배우가 활약하고 수많은 사람이 팬으로서 박수쳐주면 자연스럽게 여배우는 자신감을 갖게 될 거다. 예를 들면 미카미 유아라는 배우가 있는데 SNS(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면 1250만 명이 본다. 나와 일을 함께 한 아오이 소라도 중국에 가면 1800만 명 정도 팬이 있다. 그런 경험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배우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 과거 아오이 소라 같은 선례를 만드는 게 후배를 양성하는 데 굉장히 좋을 것 같다. 일본에서 자기 꿈이 성인 배우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듯이, 한국에서도 성인문화 양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음지화된 성인문화를 양지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도 조언받고 싶다.
무: 역시 인성이다. 저질이 아닌 제대로 예의 갖춘 사람들이 업계에서 일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성인업계가 야쿠자 등 인성이 좋지 못한 사람들을 배제하면서 경찰에서도 인정받게 됐다. 비즈니스 측면으로도 인성 나쁜 사람들이 일하는 게 좋을 게 없다.
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양지화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절대 피해자가 없어야 양지화된 성인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일본 방송국 PD: 한국에서 왜 성인 영상을 찍을 생각을 했나.
이: 2018년 모자이크 관련 심의 규정이 바뀌면서 성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하면서 보니 기존 업계 사람들이 성인 시장을 양지화시키는 데 노력하지 않아 음지화된 상태에서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돈만 벌면 끝이었다. 반면 일본 업계 회장을 만나보면 성인문화에 대한 리스펙(존중)이 있다. 그때부터 단순히 영상만 찍는 게 아니라 문화를 만드는 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왔다. 성인이 성인물을 볼 수 없는 게 한국이다. 한국은 외국 포르노 사이트까지 다 막아놓은 상태다. 자유 국가인 한국에서 대다수 성인이 성인다운 영상을 볼 수 없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세계 OECD 국가 가운데 성인이 성인물을 볼 수 없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성인문화가 음지화돼 몇 년 전 성 착취물 사건이 있었고, 불법 영상들이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나도 길게 보면서 양지화된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무: 한국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일할 때 처음에 여성의 털만 나와도 잡아갔다. 그때 여성 80명이 잡혔다. 내가 1명당 100만 엔씩 냈다. 경찰이 ‘언제까지 하나 보자’하다가 결국 내가 지명수배돼 3개월 정도, 전국을 도망 다녔던 적도 있다.
일본 방송국 PD: 꿈이 있다면 뭔가.
이: 성인이 성인물을 보는 것을 막지 않는 나라, 성인이 성인물 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게끔 문화를 바꾸고 싶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성인문화가 양지화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에서 성인문화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우리 모두가 함께 그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런 문화가 되도록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배우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제작자는 부끄러움 없이 당당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도쿄 신주쿠에 가면 성인물 제작사인 SOD가 만든 SOD LAND가 있다. 마치 디즈니랜드 같은 이곳처럼 MIB LAND를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한 번씩 들르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