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 아닌 페루의 축구 선수…동생 이름은 심지어 ‘사담 후세인’
페루 1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오사마 빈라덴 히메네즈 로페즈(22)라는 이름의 축구선수가 축구 실력보다는 악명 높은 이름으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동일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다만 철자는 조금 다르다. 빈 라덴(bin Laden)은 ‘B’인 반면, 그의 이름은 ‘V’로 시작하는 빈라덴(Vinladen)이다.
그의 이름이 처음 화제가 된 건 남미 15세 이하(U-15) 페루 국가대표로 소집됐던 2017년이었다. 당시 그는 2부 리그 클럽인 ‘유니언 코메르시오’ 소속이었으며, 이듬해인 2018년 이 클럽이 1부 리그에 진출하면서 다시 한번 매스컴을 통해 주목 받았다.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하건만 그는 오히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왜냐하면 이런 고난(?)을 겪고 있는 게 비단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생의 이름 역시 악명 높은 사담 후세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버지는 셋째도 아들일 경우에는 조지 부시라는 이름을 지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셋째는 다행히도(?) 딸이었기 때문이다.
빈라덴은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 인터뷰에서 “나는 2002년 10월 7일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9·11 테러로 유명해진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그럼 혹시 개명을 하고 싶진 않았을까. 이에 대해 그는 이름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사람에게는 이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이를 극복하고 자신이 독특한 이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빈라덴은 “아마 페루에는 히틀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사람을 죽인 오사마 빈 라덴이 있다고 해서 그 이름까지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출처 ‘마르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