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낙방’ 이현중 여전히 NBA 입성 꿈꿔…박지수·박지현 해외 진출 선언
#높아지는 세계의 벽
남자 농구 대표팀의 올림픽 마지막 본선 진출은 1996 애틀란타 올림픽이다. 30년 가까이 올림픽 본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다. 당시 팀내 최연소 선수였던 현주엽이 현재 5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동안에는 그래도 예선 대회는 참가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선 아예 예선조차 참가하지 못했다. 실력이 아닌 다른 문제였던 탓에 안타까움을 샀다. 2023년 8월 올림픽 사전 자격 예선이 예정돼 있었는데, 개최지가 시리아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시리아는 국내에서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돼 있다. 외교부 승인과 협조 절차를 밟다 결국 대회 참가를 포기, 대표팀은 올림픽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여자 대표팀은 이전 두 대회 연속 예선 탈락 흐름을 끊고 2020 도쿄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으나 이번 대회 다시 쓴 맛을 봤다. 올림픽 티켓이 걸린 2023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컵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하며 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했다.
국제무대뿐만 아니라 아시아 내 경쟁력도 약화하고 있다. 아시아컵에서 여자 대표팀의 4강 진입 실패는 1965년부터 시작된 대회 역사상 최초다. 남녀 대표팀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각각 8강 진출과 동메달을 획득이라는 결과로 기대를 밑돌았다. 농구계 안팎에서 한국 농구는 선수들의 경기력, 지도자들의 지도력, 단체들의 행정력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속되는 이현중의 도전
척박한 한국 농구 현실에서 농구 본고장 NBA에 그나마 근접한 선수는 이현중이 유일하다. 그는 앞서 많은 관심이 쏠렸던 2022 NBA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지명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부상을 입으며 외면을 받았다. 부상 이전까지 일부 구단과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NBA G리그(하부리그)와 서머리그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그는 2023년 여름, 호주리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일리와라 호크스 소속으로 활약한 그는 2023-2024시즌 동안 32경기에 출전, 경기당 평균 17.2분을 소화하며 7.3득점 3.7리바운드 0.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장기인 3점슛은 경기당 평균 1.3개, 성공율 39%였다. 팀 내 득점 순위 5위였으며 평균 경기당 1개 이상 3점슛을 던지는 선수 중 가장 높은 성공율을 보였다.
비교적 일찍 시즌이 종료되는 호주리그 일정을 마치고선 단기 계약을 맺어 일본 무대로 향했다. 일본 B리그 활약 이후 NBA 무대를 노크한 앞선 사례가 존재한다. 지난 3월 20일 데뷔전부터 3점슛 3개 포함 24득점을 기록한 이현중은 현재까지 출전한 10경기에서 평균 17.3점 3점슛 3.2개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데뷔전 포함 4경기다.
현 소속팀 오사카의 정규리그 일정은 향후 6경기가 남아 있다. B리그 시즌을 마친 이현중의 다음 행선지는 다시 NBA 서머리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중은 여전히 NBA 입성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서머리그 활약 여부에 따라 NBA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기에 여름 기간 휴식 없이 다시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생애 첫 FA 자격 얻었음에도
FA 시장이 한창인 한국여자프로농구(WKBL)에서는 최근 깜짝 놀랄 소식이 나왔다. 국내 최고 가드 자원으로 평가받는 박지현이 해외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2018-2019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 6시즌을 보낸 박지현은 이번 비시즌에 FA 자격을 획득했다. 국내 무대에서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도전에 나선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학생 시절부터 늘 꿈꿔온 도전"이라며 "개인의 목표이자 꿈이기도 하지만 한국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고 싶다는 것 또한 저의 명확한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만족스러운 금전적 보상과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도전을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현은 어린 시절부터 독보적인 유망주로 불렸다. 기대대로 프로 데뷔 시즌부터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소속팀 우리은행은 박지현을 품은 뒤 정규리그 2위 밖으로 밀려난 시즌이 없다. 그사이 박지현은 세 번의 WKBL 우승을 경험했다.
최근 막을 내린 2023-2024시즌에도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그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그간 정선민, 박지수 등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에 진출한 사례는 있으나 박지현은 유럽 리그로 방향을 잡았다. WNBA는 WKBL과 시즌 기간이 다르기에 '겸업'이 가능하지만 유럽 리그는 그렇지 않다. 이에 우리은행은 FA 계약을 하지 않고 임의해지 신분으로 박지현을 풀었다.
또 다른 'WKBL의 지배자' 박지수도 도전장을 던졌다. 박지수는 한때 공황장애를 호소하기도 했으나 이번 시즌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건강한 박지수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이번 시즌 WKBL 6개의 라운드 MVP 중 5개를 휩쓸었다. 득점, 리바운드, 블록, 야투 부문에서 1위에 올랐고 어시스트는 리그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시즌 이후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는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이번 시즌 박지수가 이루지 못한 것은 챔피언결정전 우승뿐이었다.
박지수는 만장일치로 MVP에 선정된 시상식 자리에서 해외무대 도전을 천명했다. 그는 "이제는 나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선수로서 들었다"며 입을 열었다. 과거 WKBL 비시즌마다 활약했던 WNBA 무대만이 아닌 어디든 뛰겠다는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0-2021시즌부터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는 리그 환경도 박지수의 의욕을 끌어올렸다. 박지수는 신장 196cm로 국내 무대 압도적인 최장신이다. 그는 "이 리그에서는 다 나보다 작다. 해외 선수들과 비교해 내가 여기에서 더 좋아진 게 있을까 생각해보면 냉정하게 없는 것 같다. 선수로서 욕심을 내면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세계 농구 강국들이 올림픽에 나서는 사이, 대한민국 남녀 농구 국가대표는 '개점휴업'에 들어간다. 비록 대표팀은 여전히 침체기를 보내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은 도전에 분주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