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영화 즐긴다면 ‘사패’ 아닌 ‘사교적 성격’…SF 마니아 ‘자기애 성향’ 코미디 선호 ‘유쾌 동시에 다혈질’
혹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가. 그렇다면 주변에서 가끔 이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 공포영화 마니아라고 하면 어딘가 모르게 음침하고 공격적이며, 사교적이지 못하다는 편견 때문이다. 심지어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최근 과학적으로 증명된 영화와 성격의 상관관계를 보면 의외의 해석을 엿볼 수 있다. 요컨대 공포 영화를 즐겨본다고 해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반대로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저 유쾌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최근 실시된 과학적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평소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나의 성격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공포 영화: 외향적인 성격이다
혹시 삐에로 가면을 쓴 살인마가 희생자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하거나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을 좋아하는가. 그럴 때마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나 자신이 행여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사이코패스는 아닐까 염려됐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사실 공포 영화를 좋아한다는 건 오히려 당신이 사교적이거나 외향적 성격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스페인 레리다대학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액션 영화나 공포 영화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게임 쇼나 뉴스 프로그램은 지루해한다.
그런가 하면 공포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낮다고 주장한 과거의 일부 연구 결과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이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2022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공포 영화를 즐기는 것과 공감능력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심리학자인 마티아스 클라센은 ‘심리학 투데이’ 기고에서 “공포영화를 즐기는 건 어릴 때 숨바꼭질이나 잡기놀이처럼 쫓고 쫓기는 놀이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클라센은 또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봉쇄 기간 동안에는 오히려 공포 영화 마니아들이 어려운 상황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요컨대 평소 즐겨보던 공포 영화가 사람들을 더 회복 탄력적으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클라센은 “우리는 시뮬레이션의 학습 잠재력 때문에 위협적인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두려움을 가지고 놀면 위험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위험에 대처하는 우리 자신의 반응도 배우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말해 이를 통해 두려움이 무엇인지 배우고, 두려움을 조절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훈련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훨씬 더 회복 탄력적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진실한 사랑을 믿는다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은 ‘진정한 사랑’을 믿는 사람들일수록 로맨틱 영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령 세인트 노버트 칼리지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부교수인 발레리 크레츠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로맨틱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생각을 믿을 뿐만 아니라, 부부나 연인 관계에서도 행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와 관련, 크레츠는 “TV 드라마나 로맨틱 영화를 좋아한다는 건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믿음, 그리고 관계에 대한 만족도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다. 또한 연속극 시청은 천생연분을 믿는 것에 대한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4년 한 연구에서는 부부나 연인이 로맨틱 영화를 함께 볼 경우,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데 있어 심리상담 치료만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른바 ‘영화와 대화’ 방식을 사용하면 이혼 및 별거율이 24%에서 11%로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에 대해 로체스터대학의 주 연구자인 로널드 로게는 “이는 굉장히 간편한 방법”이라면서 “훌륭한 부부상담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이를 위해 훈련받은 상담치료사들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반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보기는 부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훨씬 더 쉬운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이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것과 관련된 재미있는 과학적 이론도 있다. 콜로라도대학 볼더캠퍼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추운 날씨일수록 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SF영화: 자기애적인 성격이 강하다
‘듄’ 시리즈나 ‘스타워즈’와 같은 ‘긱 컬처(괴짜 문화)’에 열광한다면 이는 어떤 성격을 의미할까. 이와 관련해서는 2015년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한 연구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SF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이 강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개인들이 자기애적 자아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긱 컬처’에 열광한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또한 소속감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창의적 표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긱 컬처’에 탐닉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여러 표본을 통해 ‘긱 컬처 참여’는 과장된 나르시시즘, 외향성, 경험에 대한 개방성, 주관적 행복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떤 과학자들은 판타지와 SF영화를 좋아하는 성향과 창의성 간의 연관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인지 심리학자인 케빈 브라운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판타지에 매료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보다 창의적인 경향이 있다. 창의성은 우리 사회에서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다만 흥미롭게도 창의적 사고를 갖고 있지 않은 많은 사람들도 여전히 문학이나 음악을 통한 타인의 창의성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코미디 영화: 에너지 넘치는 성격이다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쾌하고 발랄한 성격이 특징이다. 하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동시에 다혈질적인 기질도 있다. 다혈질 기질이란, 에너지와 열정이 과도하게 높은 사람들을 말한다.
또 다른 연구들은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새로운 경험에 더 개방적이고 창의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2016년의 한 연구는 코미디 영화를 시청하면 코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