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추징 실적 올려놓고 지급 거부하기도…“대상자 선정 객관적 기준 시급”
현재 국세청의 탈세 제보자 포상금 지급에 대한 진행은 ‘조사팀→심의위원회→국세청 본청’ 순으로 이뤄진다. 지역 세무서·지방청 조사팀이 제보를 토대로 탈세 여부를 조사한 뒤 포상금 지급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지역 세무서·지방청에서 포상금지급심의위원회를 연다. 이후 포상금 지급 여부 결과를 조사팀에 전하면 조사팀이 국세청 본청에 포상금 예산 지출을 요청한다.
국세청은 그동안 탈세제보 포상금을 산정할 때 ‘본세’만 기준으로 했지만, 이달부터 신고·납부 가산세까지 포함해 지급액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본세 7억 원과 가산세 3억 원, 총 10억 원을 추징했을 경우 지금까지는 본세 7억 원에 대해서만 포상금을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전체 10억 원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본세로만 한정해 포상금을 지급했을 때 기준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이의 제기가 들어왔지만 법원에서 국세청의 기존 지급 기준을 인정해준 바 있다”며 “그럼에도 포상금을 더 폭넓게 지급하기 위해 가산세액까지 지급 기준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의 이번 기준 개정은 실제 지급액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제보자들이 포상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대상자 선정 기준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탈세제보 처리 건 중 포상금 지급이 이뤄진 건의 비율은 △2019년 1.76% △2020년 2.3% △2021년 1.7% △2022년 1.8% △2023년 2.1%에 그쳤다.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은 “현재 포상금 지급률 자체가 2%에 불과한 것은 국세청이 지급 기준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잡기 때문”이라며 “국세청이 판단하기에 ‘중요한 제보’가 아니면 포상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포상자 판정의 핵심 기준이 되는 ‘중요한 자료’ 여부는 해석에 주관성이 많아 제보자와 국세청 간 분쟁을 초래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84조2 제1항 제1호에선 ‘조세를 탈루한 자에 대한 탈루세액 또는 부당하게 환급·공제받은 세액을 산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 자’에 대해 국세청장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탈세제보포상금 지급규정 제3조가 규정하는 ‘중요한 자료’란 △조세탈루를 증명할 수 있는 거래처, 거래일 또는 거래기간, 거래품목, 거래수량 및 금액 등 구체적 사실이 기재된 자료 또는 장부 △조세탈루와 관련된 회계부정 등 비밀자료 및 부동산 투기거래 또는 상속·증여세 탈루 등으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정보 △밀수, 마약 등 사회경제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조세탈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그 밖에 탈루 수법, 내용, 규모 등 정황으로 보아 중요 자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자료 등으로 규정된다.
반면 △세무회계와 기업회계의 차이에 대한 자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평가가액의 착오로 인하여 세액의 차이가 발생한 자료 △소득·거래 등 귀속연도 착오에 대한 자료 △그 밖에 구체적인 자료의 제출이 없이 추측성으로 업계의 일반적인 사항·보도된 내용 등 제보가 없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자료 △본인·거래상대방 또는 제3자가 제출한 신고서, 과세자료, 그 밖의 서류 등에 의하여 이미 탈루사실이 확인된 자료 등은 ‘중요한 자료’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게시되는 탈세제보 포상금 신청 심사 결과를 보면 포상금을 신청했다가 제보한 자료가 ‘중요한 자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포상금을 받지 못해 국세청에 심사를 청구했다는 제보자들의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슷한 예로 2019년 롯데칠성음료 영업사원으로 재직하던 중 자사의 탈세 의혹을 국세청에 제보한 김 아무개 씨는 국세청이 롯데칠성음료부터 탈루 세금 300억 원을 추징한 이후에도 포상금을 받지 못 했다. ‘일요신문i’가 확인한 김 씨의 국세청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요건 검토서’에는 김 씨의 자료들에 대해 “제보자가 제출한 관련 서류가 중요한 자료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탈세제보포상금 지급 제외하고자 함”이라고 적혀 있다. 현재 김 씨는 국세청을 상대로 포상금 지급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제보자를 중간에 불러 협조까지 받아 (롯데칠성음료에) 추징을 했으면서 ‘중요한 자료가 아니었으니 포상금이 없다’는 식의 국세청 주장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위험을 감수하고 제보했는데 제보자가 국세청과 오랜 기간 동안 법적 싸움을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탈세제보 포상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으로 활동한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포상금 지급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이 높은 것뿐 아니라)지급 기준에 애매모호한 표현이 있다.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표현보다 직접적인 표현으로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제보에 나서기 전 포상금 지급 조건을 충족할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기준 자료가 제공돼야 국세청과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세청이 사례집을 만들어 어떤 경우, 어떤 자료로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제보자에게 쉽게 설명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포상금은 과세처분 된 세액이 5000만 원 이상 납부되고 불복 절차까지 모두 종료되어야만 지급이 가능한 것으로, 과세처분 세액 대비 낮은 포상금 지급률의 원인을 포상금 지급 기준의 객관성 문제로 획일화 해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포상금 지급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가겠다”고 밝혔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