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판슥, 피해자와 통화한 내용 담긴 녹취록과 판결문 공개…성폭력상담소 “콘텐츠 위해 피해자 희생”
6월 9일 ‘밀양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꼭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시한 A 씨는 “피해 당사자는 현재 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지적장애가 있다”며 “당시 아픔을 같이 겪었던 피해자의 여동생으로서 피해자와 의논하고 이 글을 적는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판슥이 7개월 전 피해자가 연락했을 당시 본인의 휴대전화 자동 녹음 기능으로 녹취한 내용을 동의 없이 이제야 올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판슥은 6월 8일 자신의 채널에 2023년 11월 9일 오전 1시 38분께 한 여성으로부터 걸려 온 통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여성은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라고 밝혔다. 판슥은 당시 여성과 영상통화를 하며 주민등록증 확인도 마치고 2004년 사건에 대한 판결문 전체를 전달받았다고 밝히며 판결문 중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한 뒤 공개하기도 했다.
A 씨는 “영상을 본 내가 피해자(언니)에게 상황을 묻자 ‘영상통화로 본인 인증한 것, 힘들다고 한 것, 거의 기억이 나지 않고 일부만 기억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는 “판슥과 통화를 했으나 (영상을) 내려준다더니 말이 많았다”며 “삭제 요청을 하자 본인도 일이 있지 않냐며 1시간 30분 뒤에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그 후 걸려 온 통화에서는 ‘섭섭하다’ ‘본인이 의령 경찰서에서 1인 시위를 한 것, 국밥집 찾아간 것으로 고소당했다’는 말을 하며 부담을 줬다”고 전했다.
또한 “당시 피해자가 동의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원치 않고 삭제를 바란다는 말에도 현재까지도 삭제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는 지금 기억이 없는 유튜버 영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판슥은 이 일에서 모든 언급을 말아달라”고 밝혔다.
판슥은 영상 말미에 “피해자분께서 이 영상이 안 올라가길 원한다면 통화해달라”며 “진짜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영상을 바로 내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6월 9일 오후 3시 기준 해당 영상들은 여전히 게시돼 있다.
한편 ‘나락 보관소’ 등 유튜버들이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동의 없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6월 7일 보도자료에서 “피해자들은 지난 6월 5일 오후까지 나락 보관소에 ‘피해자 가족이 (신상 공개에) 동의했다는 내용을 내려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상담소와 상의 후 당일 밤 보도자료를 배부한 뒤 글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담소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던 나락 보관소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