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반짝하고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길 바라”
한국성폭력상담소(상담소)는 이날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밀양 사건 피해자 자매 서면을 공개했다. 피해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서면은 윤경진 상담소 활동가가 대신 읽었다.
피해자는 서면으로 “20년 전 영화나 TV방송에 나왔을 때 늘 있었던 것처럼 잠깐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줄 줄 몰랐다”며 “저희를 잊지 않고 많은 시민 분들이 본인 일처럼 화내주고 분노하고 걱정해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유튜버와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등 논란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이 맞다”며 “앞으로도 유튜버의 피해자 동의와 보호 없는 이름 노출,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동은 삼가줬으면 좋겠다”며 “무분별한 추측으로 피해자를 상처 받게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가끔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 있고 멍하니 누워만 있을 때도 자주 있지만 이겨내 보도록 노력하겠다”며 “이 사건이 잠깐 타올랐다가 금방 꺼지지 않았으면 한다.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가 자신에 대해 언급한 글의 삭제를 원하고 있다”며 “가해자 신상 영상을 올린 유튜버에게 보낸 (밀양 사건) 판결문도 지워달라고 이미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상담소는 이번 사안을 피해자 구제 및 일상 회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 피해자 생계비 지원 모금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혜정 소장은 “피해자 및 가족과 상의해 일상 회복 온라인 모금을 시작하겠다”며 “모금액은 전부 생계비 지원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