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 거액 과징금 부과받자 다른 곳들 예시 들어…지목당한 업체 “특정 상품 의도적 차별 없어”
쿠팡과 공정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지난 13일 공정위는 쿠팡이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 원(잠정)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검찰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온라인 쇼핑시장 1위인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과 댓글 조작을 통해 자기상품을 판매 페이지 상단에 노출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자기상품과 경쟁하는 외부 입점업체가 부당하게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
공정위는 쿠팡이 세 가지 알고리즘을 활용해 PB상품을 상위에 노출시켰다고 판단했다. 해당 알고리즘은 △프로덕트 프로모션(자기상품 1, 2, 3위 등 상위 고정 노출) △Strategic Good Product(직매입 패션상품과 PB상품의 기본 검색순위 점수를 1.5배 가중)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자기상품에 대해 검색어 1개당 최대 15개까지 검색순위 10~5위 간격으로 고정 노출) 등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상위에 고정 노출된 쿠팡의 상품은 검색 결과에서 다른 상품들과 구분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품이 인위적으로 상위에 고정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판매량 등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상위에 배치된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반박 자료를 내고 PB상품을 우선 노출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반박 자료에는 실제 경쟁업체의 판매 페이지를 캡처한 이미지도 포함됐다. 이미지 캡처된 회사는 △롯데마트 △컬리 △SSG.COM △CJ올리브영이었다. 해당 이미지에는 PB상품들이 다수 노출돼 있었다. 쿠팡은 이들 회사들도 PB상품을 우선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 업체가 해당 PB상품을 구체적으로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이같이 배치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구매 후기를 작성했다는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쿠팡은 예시로 든 업체들의 알고리즘을 모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업계 관행'이나 '경쟁업체들도 PB상품 우선 노출' 등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쿠팡이 업계 관행이라며 내세운 업체들은 “우리가 적용하는 알고리즘은 특정 상품(PB 포함 모든 입점 상품)을 의도적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며 “PB상품의 우선 노출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공정위의 지적을 받은 특정 상품을 차별하는 알고리즘과 임직원 구매후기 작성은 업계 관행이 전혀 아니다”라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본인들의 반박 자료에 사용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커머스업계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공정위의 지적을 받은 사안은 이미 업계에서 위법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 관계자는 제기된 지적에 대해 "쿠팡의 상품 노출 방식이 유통업자의 일반적인 상품 진열 전략이라는 취지에서 설명한 것"이라고 답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