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처리 연기하고 ‘3학기제’ 운영도 가능…특혜 논란에 교육부 “의료 수급·안정 위한 것”
교육부는 7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과대학 학생들의 대규모 유급이 발생하게 되면 학생들이 의료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지체되고 이는 곧 의료 인력 수급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다수 의대생이 1학기 수업을 정상 이수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성적 평가를 학기 단위가 아니라 학년 단위로 전환해 운영하기로 했다. 성적 처리를 현재 상태에서 마무리하지 않고 학년말까지 이를 보완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에만 '유급'에 대한 판단 시기, 대상, 기준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특례 조치도 마련했다. 이에 대학들의 성적 처리 기한은 1학기 말이 아닌 내년 2월 말로 미뤄지며 유급 시기 역시 내년으로 미뤄지게 된다.
또 의대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의대 과목을 추가로 개설하는 등 학년도와 학기, 교육과정을 조정하거나 개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방침에 따르면 2024학년도 하반기를 2개 학기로 나누어 올해 학년도 내에 총 3학기로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학기를 개설·운영하는 경우, 수업에 복귀하는 학생들에게 추가 등록금 부담이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현재 대부분 대학의 학칙상 휴학이 불가능한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의 유급 방지대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현행 학칙상으론 대부분 의대에서는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의예과 1학년의 경우 진급시키는 것이 교육부의 기본 방향이다. 일부 과목에 F 학점을 받더라도 유급되지 않도록 하고, 2학기 또는 상위 학년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2025년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실시하는 방안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현행 의사 국가시험은 7월 원서접수, 9~11월 실기시험, 이듬해 1월 필기시험으로 일정이 짜여져 있다.
다만, 이번 교육부 대책은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각 대학마다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가이드라인' 내용을 준수하도록 적극 권고하고, 각 대학이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선택해 신속히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의료계가 요구하는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가능성과 관련 이 부총리는 정부 방침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부총리는 "정부가 처음에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가 의료계와 의대생, 전공의 요청에 따라 올해 1500명 규모로 모집 인원을 조정했다"며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의 경우에는 의료계가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서 통일된 안을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의대생들에 지나친 특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이 부총리는 "정부가 탄력적인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한 건 결국 의료 수급과 의료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특혜가 아니라 공익을 위해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내년 1학기에 증원된 신입생을 포함해 7천 명 이상의 의대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사태가 빚어질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