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운임 좇아 중국행? 사실이라면 해운법 위반 소지…단기 계약 중심 중소 화주 어려움 가중 지적도
#한동안 잠잠하다가 또…
최근 중국발 해상 운임이 치솟으면서 국내외 선사들이 공컨테이너를 중국으로 반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항 내부 소식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7월 4일에도 한 국적선사가 10대가량의 40피트짜리 공컨테이너를 싣고 중국으로 출항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해운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해운법에 명시한 바에 따르면 선사들이 운임과 부대비용 등 운송 조건에 대해 화주 단체와 충분히 협의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며 “중소 화주를 배제하고 중국항 가서 선적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해운법 31조를 통해 금지하고 있는 특정한 사람이나 지역 또는 운송방법에 관해 부당하게 우선적 취급을 하거나 불리한 취급을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공컨테이너 반출은 한동안 잠잠하다가 최근 컨테이너 대란 속 다시 문제가 되는 모습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항만별 컨테이너 처리실적에 따르면 2021년 팬데믹(대유행) 당시 인천항을 통해 수출된 160만 2148TEU의 물량 중 공컨테이너 물량만 90만 4624TEU로 56.46%에 달한다. 같은 기간 부산항에서 수출한 522만 5462TEU 중 공컨테이너가 79만 487TEU(15.12%), 광양항을 통해 나간 수출 컨테이너 89만 877TEU 중 공컨테이너가 10만 9803TEU(12.32%)인 점을 고려하면 인천항 물량이 압도적인 수치다.
구교훈 회장은 “인천항이 중국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데 현재까지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중국의 상하이 양산항이나 닝보·저우산항, 칭다오항 등의 수출 선적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미국과 유럽에서 돌아오는 공컨테이너가 부족하다. 선사들이 부족한 물량의 일부를 가까운 한국의 인천항을 통해 벌충해간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물량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유럽, 미주로 보내는 원거리 운임보다 중국에서 유럽, 미주로 보내는 원거리 운임이 훨씬 높다. 물량이 폭발적으로 몰리고 있어 풀컨테이너로 가득 채워서 보내기 때문에 소석률(화물 적재율)을 염려할 필요도 없다”며 “선사들이 배를 수익성 높은 항로로 빼고 있는 추세인데 예컨대 현재 일본에서 파키스탄 가는 물동량은 항로 수익성이 낮아져서 전부 취소됐다. 포워딩 업체나 중소 선사들이 선박과 컨테이너를 확보하지 못해 애 먹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적 선사들의 책임을 묻기엔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 물류업계 다른 관계자는 “공컨테이너를 반출하고 있는 건 주로 해외의 대형 선사들이고 국적선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물증은 없다”며 “최근 공컨테이너를 반출한 선사는 중동이랑 동남아 항로만 맡고 있다. 대부분 국적 선사들이 영세해서 원거리 운임과는 상관이 없고 중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물량을 제때 싣기 위해 빈 컨테이너를 보낸 걸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송옥주 의원실 관계자는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데이터를 해수부에 요청한 상태고 아직 취합 중이다. 정확한 내용을 확인 중에 있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해운운임 13주 연속 상승세
홍해 사태와 중국발 컨테이너선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글로벌 해운운임은 지난 3월 29일 이후 1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5일 기준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전주보다 19.48포인트 오른 3733.80으로 집계됐다.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 적체로 운임이 치솟았던 2022년 8월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로 4000선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해상 운임이 상승할 경우 중소·중견 수출 업체를 중심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선사와 연 단위 장기 계약을 주로 맺는 대기업과 달리 단기계약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취급하는 물동량이 적어 선사들과의 운임 협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13일부터 7월 3일까지 수출입 물류 애로사항 접수센터에 물류비 급증, 해상 선복 미확보, 운송지연 등 54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물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국내 선사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으로 운임을 올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3~6개월 정도 계약을 맺는데 그 기간은 지켜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라며 “해외 선사들은 계약 기간은 최대한 지켜주려고 하고 운임 변동도 크지 않다. 운임 변동 수준을 밝히면 특정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국내 선사들이 유독 지나치다는 점은 물류업계가 다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계약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화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역계약서 상 명시된 ‘최종선적기일’을 맞춰야 하는데 컨테이너와 선박이 모두 부족해 당장 선복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의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기는 다른 배 찾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이미 계약을 다 해뒀는데 운임 올린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른 배 사정을 알아봐도 이미 거기도 계약이 다 끝나서 자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정일환 영원NCS무역물류컨설팅 대표는 “아무리 큰 배가 들어와도 컨테이너가 없으면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없다. 선사들도 급한 대로 리즈밴(임대 컨테이너) 통해 대응하고 있긴 하지만 속수무책”이라며 “컨테이너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게 가장 문제고 수에즈 운하를 복구하지 않으면 운임은 계속 고공행진할 것이고 중국 밀어내기 물량으로 한국, 일본, 대만의 수출업자들이 전부 타격을 입을 텐데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