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환 대표 돌연 사임, 지나친 유료화와 과도한 배당금에 내부 불만 쌓여…소비자·자영업자에 ‘불똥’ 우려도
우아한형제들은 오는 8월부터 한집배달 시 외식업주 부담 배달비와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팁을 배민이 설정해 주문 중개에서 배달까지 수행하는 ‘배민1플러스’ 중개이용료율을 ‘9.8%(부가세 별도)’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음식값의 6.8%를 부담하던 수수료를 9.8%로 조정하는 것이다. 외식업주는 배달 요금을 부담하는 것과 별도로 배민에 주문 중개이용료로 음식값의 9.8%를 내야 한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개이용료율은 높이지만 배달비를 소폭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가령 음식값이 1만 원인 가게의 중개이용료는 기존 6.8%인 680원에서 9.8%로 980원이 돼 200원 오르지만 기존 배달비에서 100~900원 낮추면 엇비슷하다는 게 우아한형제들 측 입장이다. 다만 중개이용료는 음식값의 비율이다보니 가격이 높은 음식일 경우 외식업주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아한형제들의 이러한 행보는 그동안의 운영 방침에 역행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업주 상생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쟁업체 대비 중개이용료율을 6%대로 유지하며 자영업자들의 환영을 받아 왔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배달업계 중 독보적인 가게 점유율을 유지해온 만큼 우아한형제들의 이번 행보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배민클럽’ 유료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도 거세다.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사전 가입 프로모션 중인 유료 멤버십 서비스 ‘배민클럽’에 대해서도 향후 3990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비자들은 “결국 배민도 유료 멤버십을 가입시켜 서서히 인상했던 쿠팡과 다를 게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에 “경쟁사 대비 낮은 수수요율 및 유료 멤버십의 부재로 인해 무료배달 경쟁을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적 측면이 있어 도입했다”는 입장을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의 최근 움직임은 대부분 독일 모기업 DH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전해지는데, 배민 내부에서도 좋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익명의 배민 내부 관계자는 “배민은 업계 1위고 몇 년째 대규모 영업이익을 내는 상황이어서 유료화에 집중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올 게 뻔한 이러한 (유료화) 행보는 모회사 부실 탓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DH는 현재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DH는 전 세계 40개국에 38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이들 중 대규모 영업 흑자를 내는 곳은 배민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 4155억 원, 영업이익 699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견줘 매출은 15.9%, 영업이익은 65% 늘었다. DH의 다른 자회사들이 부진한 실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과 대비된다.
DH는 지난 7일에는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관련 벌금 4억 유로(한화 약 6000억 원)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투자금 회수와 자금 확보가 절실한 DH로서는 대규모 흑자기업 배민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DH는 배민 인수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월 배당성향 81.5%에 달하는 4127억 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배민 측은 “올해 배당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답했다.
지나친 유료화와 높은 배당성향 그리고 배당금 유출이 연구개발(R&D)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아한형제들은 장기적으로 인건비 절약과 라이더 보호를 위해 로봇 관련 R&D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 내에서 최근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기조에서 연구개발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DH가 배민에 과도한 수익성 창출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배민 내부 관계자는 “최근의 수수료 증가 및 유료화 서비스 등은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당장의 이익을 끌어내기 위한 행보”라며 “배달서비스의 ‘핵심 비즈니스’가 흔들리면 어느 부서든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내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이 대표의 사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DH의 강한 수익성 요구 압박에 갈등을 빚다 물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일신상의 이유’라며 이를 일축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민의 일련의 조치로 자영업자들의 지출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음식의 질이 떨어지거나 음식 가격이 인상되는 요인으로 작용해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외 모기업의 지나친 요구에 대해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규모 영업이익과 성과를 내는 자회사의 노력을 모기업이 과한 배당금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다수 소비자의 장기적 권익을 위해서라도 국민적 압박이나 정부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