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서 함께 투숙 중이던 50대 여성 상대 범행…“성적 만족 채우려는 행동 잘못돼” 고개 숙여
7월 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 심리로 열린 조 아무개 씨(74)의 강간·강간살인·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서 검찰 측은 “많은 양의 수면제를 단기간에 복용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들도 널리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사망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 조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씨는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숙박업소에 피해자 A 씨(58)와 함께 투숙하며 5차례에 걸쳐 수면제를 몰래 먹인 뒤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조 씨가 A 씨에게 먹인 수면제 42정은 무려 14일치 복용량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한 A 씨가 4월 3일 객실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은 이튿날 충북 청주시에서 조 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조 씨는 A 씨가 허공에 헛손질을 하며 횡설수설하거나 물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움직임을 거의 보이지 않는 등 심각한 상태임을 인식했음에도 구호 조치는커녕 성폭행을 위해 추가로 수면제를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피해자가 수면제 복용 후 권하는 물도 마시지 못하고 허공에 헛손질을 하는 등 의식이 흐려진 상태임을 알면서도 재차 강간을 위해 수면제를 음료수에 타서 먹여 끝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는 미필적 고의”라며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강간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란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강간 범행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나 살해 고의나 예견 가능성은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평소 함께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이였고, 자고 나면 약효가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피고인이)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복용시켰지만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조 씨는 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B 씨에게 수면제 21알을 2회에 걸쳐 먹인 후 성폭행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조 씨 측 변호인은 B 씨 관련 혐의에 대해 “피고인의 자백 외에 보강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16일 청력 보조용 헤드셋을 낀 채 최후진술에 나선 조 씨는 “피해자와는 3년 전부터 알게 됐는데 만날 때마다 여관에 간 건 아니고 평소 다른 시간도 보냈었다”며 “피해자가 죽은 뒤로 평소 모습이 그리워서 꿈에 나타나면 내가 널 죽이려고 한 게 아닌데 그렇게 됐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단기간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면 위험하단 걸 알아 조금씩 나눠준다는 게 많은 양이 됐다”며 “저의 성적 만족을 채우려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준 행동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겠다. 제가 큰 죄를 지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 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8월 22일로 예정됐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