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위, 페달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 촉구…국토부 대책 발언에 ‘실효성’ 지적도
페달 블랙박스는 브레이크 페달, 가속 페달 등 부분을 상시 녹화해 운전자가 언제 어떤 페달을 밟았는지 사후에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영상기록장치다. 정부는 차량 마다 페달 블랙박스가 설치되면 급발진이나 페달 오조작 의심이 있을 때 그 여부를 가려내는 데 핵심 근거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문성요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은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토부가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 제조사가 페달 블랙박스를 포함한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등 안전 강화 활동을 하면 과징금을 감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실장은 제조사가 과징금을 받았을 때만 실효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의 지적에 “좀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또, 지난 12일 국토부가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와 페달 블랙박스 설치와 관련해 논의한 것에 대해 “페달 블랙박스 의무 장착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주장하는 민간 전문가들은 배제하고, 어렵다는 제조사만 불러 간담회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따져 물었다. 문 실장은 “말씀하신 부분을 참고해 앞으로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국토부가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단기 대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제조사가 페달 블랙박스를 의무 장착하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대책 마련 과정에서는 담당 사고조사위원회 설치나 조사 인력 확대 등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회의에 출석한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앞 역주행 사고 이후 탄력이 붙은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 논의에 대해 “사고를 방지하는 게 중요하니 리콜에 대해 과징금을 감경하거나, (운전자가 설치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이 현재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운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국회 논의에 따라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 완성차 제조사들은 사고기록장치(EDR) 등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고,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려면 자동차 설계를 변경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며 페달 블랙박스 도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자동차 제작·판매자가 의무적으로 신차에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지난 9일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