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부모 “관장 좋게 보고 아이 보내” 폭행 혐의 추가 고소…사건 후 내부 간판 철거 등 폐업 수순
#어린이 관원 왜 의식불명이 됐나
30대 태권도 관장 A 씨는 지난 12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 양주시 태권도장에서 관원인 B 군(4)을 들어올려 말아 세워 놓은 매트에 거꾸로 넣고 방치해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B 군을 10분 이상 그 상태로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B 군이 의식을 잃자 A 씨는 태권도장과 같은 건물에 있는 병원에 B 군을 데려갔고, 의사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B 군은 현재까지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난으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가 B 군을 상대로 이전에도 이 같은 행동을 벌인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은 A 씨의 추가 학대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태권도장에 다니는 관원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경찰은 A 씨가 태권도장 내부 CC(폐쇄회로)TV 영상을 삭제한 정황을 포착했다. A 씨는 B 군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사이 자신의 도장으로 돌아가 CCTV 영상을 지운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심폐소생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의사는 “A 씨가 몇 차례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CCTV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디지털 포렌식 작업이 완료되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의정부지법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를 받는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2시간가량 진행했다. 의정부지법에 출석한 A 씨는 “고의성을 여전히 부인하느냐”, “유가족에게 할 말이 없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후 오후 4시 45분쯤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며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날 C 태권도장은 “너무나 가슴 아픈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지금은 무엇보다 아이가 하루 빨리 회복되기만 바라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JTBC에 따르면 A 씨 구속 하루 만인 15일 C 태권도장이 급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C 태권도장 매물 소개글에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400만 원, 권리금은 없으며 “인수인계는 관장이 직접 할 수 없다”는 설명이 포함돼 있다.
7월 15일 B 군의 어머니는 C 태권도장에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모인 소셜미디어(SNS)에 비통한 심정을 담은 글을 게재했다. 그는 “12일 아침까지 멀쩡히 유치원에 가고 물놀이를 하던 내 아이가 태권도장에서 의식불명으로 내게 왔다”고 했다. 이어 “뇌는 기능을 정지했고,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빈껍데기로 겨우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며 “겨우 정신줄을 부여잡고 아이 옆에 있다”고 덧붙였다.
15일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A 씨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또 다른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소장에는 A 씨가 태권도장에 다니던 또 다른 아동을 폭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 접수는) 추가 피해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며 “현재 사건이 공론화됐기 때문에 고소장이 더 접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1등 태권도장의 ‘두 얼굴’?
A 씨는 평소 학부모들에게 좋은 평판을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월 양주지역 카페에 올라온 “덕계에 있는 태권도장 추천 부탁드려요”라는 글에는 C 태권도장을 추천하는 댓글이 많았다. 댓글 내용은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 “인지도도 있고 잘 가르치는 것으로 안다”, “C 태권도장의 평이 제일 좋다”, “덕계동 1위 도장이다”, “세심하다고 소문 나 있다” 등이었다. A 씨 역시 프로필을 통해 본인을 ‘세심한 슈퍼맨 관장님’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일요신문i’는 C 태권도장을 직접 찾았다. 상가 세 동 면적의 넓은 공간이 도장의 인기를 짐작케 했다. 하지만 하교시간이어서 한창 붐빌 오후 3~4시에도 도장은 깜깜하기만 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내부 간판 등은 대부분 철거한 상태였다. 태권도장 인근 부동산 여러 곳에 질의한 결과 17일 현재까지 해당 도장이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곳은 없었다. 태권도장 입구에서 만난 최 아무개 군(9)은 “인기가 많아 항상 붐비는 곳이었는데, 간판도 없고 불도 다 꺼져 있어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힌 이 지역의 한 학부모는 “저도 운동 오래했고 사범도 했던 사람”이라며 “물구나무로 1분만 있어도 피가 쏠려 힘든데 어린 아이를 20분 가까이 거꾸로 넣고 방치했다는 건 죽으라고 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분통해 했다. 그는 또 “제 아이가 남자 아이치고 겁도 많고 소극적이어서 위험한 놀이는 해본 적이 없는데 팔과 다리에 멍이 사라지지 않고 늘어나더라”면서 “태권도 하다가 부딪힌 줄만 알았지 맞은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태권도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를 억지로 보냈던 게 후회된다. 관장 정말 좋게 보고 믿고 보냈는데 용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A 씨가 B 군을 학대한 방식이 C 태권도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던 일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C 태권도장에 아이를 보냈던 한 학부모는 “말아 세워놓은 매트에 거꾸로 매달리는 게 관장이 아이들을 놀아주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21년에 혼인한 A 씨는 현재 와이프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일부 학부모는 A 씨를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