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서 나온 영끌·빚투가 투기적 수요 몰고 오기도…대출 규제 등 공동체·개인 간 이익 균형 찾기 난제
집을 사는 사람들은 어떤가. 서울에서 유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수요가 있다고 해봐야 갈아타기 정도가 있을 뿐이다. 2주택자라고 해도 대부분 일시적인 1가구 2주택자다. 주택 시장은 이미 실수요 시장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 주택 소유자의 85%는 1주택자다. 우리가 생각하는 다주택자의 투기적 수요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대부분 한 푼 두 푼 모아서 작은 삶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순수한 동기의 서민과 중산층이다. 지금 주택 구매자의 50~60%는 30~40대다. 개인으로 보면 안쓰럽고 불쌍해 보인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와 ‘패닉 바잉(공포 매수)’은 탐욕이 아니라 절박함에서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선량한 실수요가 개인에 그치지 않고 집단화되면 순수성을 잃어버린다. 거대한 투기적 광풍이 되는 것이다.
대출 문제도 개인과 공동체 가운데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심각한 가계부채는 외국에서 우려할 정도로 우리 경제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3.5% 수준이다. 2년 연속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100%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모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은 대부분 가계부채를 잘 관리해서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착륙은 한마디로 대출 증가 폭을 둔화시키는 방법으로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다. 정부는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한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 0.75% 포인트)를 부과해 한도를 더 줄이는 제도다. 이때 적용하는 가산금리는 대출 한도 계산에만 쓰일 뿐 실제 대출금리에는 부과하지 않는다. 대출 절대 금액만 줄이는 효과가 있다.
대체로 이런 제도 도입에 공감하면서도 막상 자신이 대출받는 처지가 되면 다른 입장이 된다. 다시 말해 ‘금융 억압’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출을 옥죄는 금융당국에 대해 저항군식 스펙트럼을 갖는다. 대출 문제 역시 양가적(兩價的)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상반된 태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인 처지에서는 “앞으로 직장 다닐 날도 많고 충분히 갚을 수 있는데 국가에서 왜 개인 빚내기를 통제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막상 그런 규제를 당하는 처지가 되면 누구라도 그렇게 항변할 것이다. 인간은 내 문제가 되면 공동체보다는 이기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도덕과 철학을 많이 배운 지식인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이중성은 어떻게 봐야 할까? 논리학적으로 ‘결합의 오류’ 혹은 ‘구성의 오류’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전체는 비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즉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보면 타당한 논리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롭지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 복리를 합치면 반드시 공동체의 복리 총합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내 집 마련 열풍과 대출 문제는 개인 입장에서 바라볼 것이냐, 국가 경제 시각에서 바라볼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 물론 금융시장과 주택 시장이 불안하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도외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시장 안정의 상당한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어쨌든 공동체와 개인 이익의 균형이 좋다고 하지만 쉬운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중심을 잡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당신은 경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한쪽만 바라보지 말자. 그래서 균형추라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