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서 위장공격 판정으로 반칙패, 시상대에선 미소
허미미는 29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크리스타 데구치와 연장전 끝에 반칙패로 은메달을 기록했다.
허미미는 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던 인물이었다. 올림픽 전초전으로 지난 5월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허미미는 독특한 경력으로도 눈길을 끈다.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일본인인 재일교포다.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을 진학하기까지 줄곧 일본에서 자랐다. 유도 선수로서도 일본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허미미는 2021년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에서 국가대표로 활동하길 바란다"는 할머니의 유언 때문이었다.
이에 비슷한 처지의 재일 교포 김지수와 함께 한국에서의 소속팀을 경북체육회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는 '특별한 사연'도 밝혀졌다.
허미미가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었던 것이다. 소속팀 감독의 조사 끝에 허미미의 할아버지 허무부 씨가 허석 선생의 증손자임이 확인됐다. 이로써 허미미는 더 큰 주목을 받게 됐다.
2022년부터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 태극마크를 달게된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비롯, 각종 국제대회에 나서며 경험을 쌓았다. 앞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세계선수권에서도 상대는 세계랭킹 1위 데구치였다.
결승까지 승승장구하던 허미미는 결국 판정에 발목이 잡혔다. 소극적으로 나선 상대와 달리 소매를 잡아 끌며 업어치기를 시도하던 허미미는 위장공격 판정을 받아 지도 3회가 누적됐고 경기는 판정패로 끝났다. 금메달을 받게 된 데구치도 별도의 세러머니를 펼치지 않을 정도로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
그럼에도 허미미는 이어진 시상식에서 밝은 표정으로 임했다. 할머니의 유언대로 아버지의 나라를 대표해 받는 올림픽 메달이었다.
대한민국에도 소중한 은메달이었다. 올림픽 유도 종목은 과거 '효자 종목'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4년과 2012년, 2021년에는 여자 종목에서 메달이 없었다. 허미미의 은메달은 지난 2016년 정보경 이후 8년만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