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팀? 이재명에 쓴소리 그동안 해왔던 일…제3자 추천 채 해병 특검 충분히 타협 가능”
친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 주도로 닻을 올린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 포럼’(의회민주주의포럼)이 ‘레드팀’ 역할을 맡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4선 중진 민홍철, 원조 친명계 김영진 의원 등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41명이 포럼에 이름을 올렸다. 7월 30일 일요신문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성호 의원을 만나 포럼 창립 배경과 당내 상황 등을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회민주주의포럼’ 창립 배경이 궁금하다.
“5선 국회의원으로, 여야 의원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걸 느끼면서 포럼을 창립하게 됐다. 제가 주도해서 국회 연구모임을 만든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여야 관계가 단절됐다. 정치가 실종된 셈이다. 의원들도 국회 책임과 역할에 대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는 느낌이 든다. 포럼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이 급변하는 상황이란 뜻인가.
“대의민주주의가 약화되고, 직접민주주의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다. 민주당도 권리당원이 직접 참여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다른 나라 사정도 비슷하다. 자칫 잘못하게 되면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국회가 중심을 잡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헌법을 보면 ‘대통령 중심제’란 말은 없다. 우리나라는 의회민주주의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눈치 보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나치게 당원 눈치만 봐선 안 된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대의 기구다. 여야 의원 모두가 정치 중심을 국회에 두고 다양한 국민들의 뜻을 담아내기 위해서 대화해야 한다.”
―의회민주주의포럼이 ‘레드팀’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레드팀은 아니다. 구성원들을 보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도 마찬가지다. 쓴소리하면 레드팀이라고 하는데, 제가 이 후보에게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는 건 그동안 해왔던 일이다. 포럼도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여야 극심한 대치로 22대 국회 개원조차 못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여야 의원들이 국민의 대의기관이란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특정 정당 공천을 받았지만, 국민 대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민주주의 중심이 국회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회 한 축인 야당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행정력을 제1야당 대표 사법 처리에 쏟아 붓고, 야당을 국가 전복 세력이라고 규정해선 안 된다. 여당은 대통령 눈치 보지 말고 야당과 대화할 수 있도록 대통령을 견인해줘야 한다.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점을 만들어 가야 한다.”
―22대 국회서 ‘정치의 사법화’ ‘정치 실종’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강행하자, 여당은 청문회 증인들을 고발하고 헌법재판소 찾아가 ‘맞불’을 놓고 있다. 심지어 여당은 국회 상임위원장인 정청래 최민희 의원을 구성되지도 않은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한다. 야당은 특검, 탄핵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이런 모습 자체가 굉장히 안 좋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부재하니까 정치를 사법화하는 것이다. 로메이커(Law Maker)인 국회의원은 고도의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그런데도 ‘법대로’를 외치며 사법기관에 우리 문제를 다 넘기고 있다. 국회 전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여야 모두 반성해야 한다.”
―포럼 공동대표인 민홍철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 “정치적 레토릭”이라고 말한 바 있다(관련기사 [인터뷰] 민홍철 민주당 당선인 “탄핵 가능성? 정치적 레토릭”).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건 아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143만 명이 청원에 동의한 만큼 사유를 살펴보고 이야기를 듣겠다고 청문회를 개최한 것뿐이다. 이걸 가지고 실질적으로 탄핵한다고 평가해선 안 된다. 다만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까 여야 갈등을 심화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탄핵 그 자체는 신중해야 한다. 현재로선 탄핵이 가능하지 않다. 국민적 공감대가 거기까지 형성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정치적 갈등만 극심해진다.”
―이재명 후보 사법리스크 1심 전망이 나오자, 탄핵 명분 축적을 위해 청문회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기소된 상황이다.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영향을 미칠 수도 없고, 사법리스크 방어 의도가 아니라는 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청문회가 탄핵 명분을 만들지도 못한다. 야당 측 증인들의 청문회 증언만 갖고서 위법·위헌 관련 중대한 판단은 어렵다. 의견을 들어보는 정도다. 청문회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채 해병 특검법’이 두 번째 폐기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제안한 반면, 이재명 후보는 반대했다.
“민주당 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특검은 진실규명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관철해야 한다. 여야가 제3자 특검법을 두고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 제3자가 추천한 과거 특검 사례들이 있다. 채 해병 사건은 실체적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져 있다. 누가 특검해도 최종적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은폐할 수 없다. 여야가 대법원장 추천 방식인 한동훈 대표 안으로 대화하고, 대한변협 회장 추천 방식인 개혁신당 안을 중재안으로 내밀면 된다. 충분히 타협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법안 내서 같이 의논하면 좋겠는데, 한동훈 대표가 갑자기 발을 빼지 않을까 우려될 뿐이다.”
―이재명 후보가 1심 유죄 선고를 받으면, 강경 투쟁이 더 격화될 전망이 나온다.
“제일 걱정인 부분이다. 여당은 이재명 후보의 1심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면 리더십이 흔들리고 분열하지 않겠냐고 전망한다. 하지만 반대다. 당대표가 위기에 처하면 더욱 결집하고, 강성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치 회복이나 대화 복원이 어려워질 것이다. 다만 법률가로서 1심 선고를 앞둔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사건이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울러 정치적 기소라고 생각한다. 유무죄 관계없이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여야가 대화를 시작하는 게 바른 태도라고 본다. 여야 당대표 회동과 영수회담을 해야 한다. 그게 국민을 위한 일이다.”
―이재명 후보 당대표 연임 도전을 두고 당심과 민심 간에 괴리감이 있다.
“이재명 후보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상황이 아니다. 한동훈 대표도 윤 대통령이 사실상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원들 선택을 받았다. 총선 패배에 책임 있는 한 대표가 출마하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앞섰다. 이재명 후보도 당원들을 대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중도층이나 무당층에서 반대하는 여론이 문제되지 않는다. 이 후보가 대표가 돼서 어떻게 당을 혁신하고 통합시킬 것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90% 득표율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만들어 낸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검찰로부터 가혹할 정도로 수사를 받았다. 또 윤석열 정권 심판 반사이익이라고 하더라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민심은 윤석열 정부 국정 기조 변화하라고 심판했다.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탄핵당한 것이란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윤 정부는 달라지지 않았다. 윤 정부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더 강하게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당내에선 이재명 후보가 윤 정부 폭주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보고 강하게 단합하는 것이다. 또 전대 이후 신임 당대표가 다양성을 담기 위한 당직을 구성하면서 통합적인 행보를 보여주면 우려가 해소될 것이다.”
―이른바 강성 팬덤 권력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흐름은 그런 것 같다. 과거와 다르게 당원들의 정치 참여 통로가 많이 생겼다. 우선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인해 다양한 창구에서 정보를 습득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치에 참여하려는 욕구가 있다.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돈을 주고서 당원들을 동원했다. 그런데 지금은 당비를 내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 이들의 정치 참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당이 국민 모두를 대변하는 대표자란 생각을 갖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국민 전체 대표자로서 팬덤에만 휘둘리지 않고 민심도 경청해야 한다.”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부작용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친명계가 당을 장악한 뒤로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워졌다. 토론이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윤석열 정부 폭주가 강력하게 계속되다 보니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 대화를 복원하는 데 있어서 대통령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다. 전대 이후 중진 초선 의원들이 자유롭게 정책 현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여건은 신임 당대표가 만들어야 한다. 당내 민주성 강화와 다양성 확보를 통해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강성 지지자 목소리가 과도하면 적극적으로 자제시켜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강성 지지자들 눈치 보면서 발언 못하면 안 된다. 욕먹어도 말해야 한다. 그게 국민 대표자 역할이자 책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