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유행 번져 4050 직장인 사이 인기…전문가들 “물 마실 때와 큰 차이 없어, 공복 섭취는 위험”
#‘중장년 생명수’된 레몬수
유튜브와 SNS 등에서는 레몬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에는 레몬수 다이어트 후기를 올린 게시물들이 조회수 100만 회를 넘어가고, 인스타그램에는 ‘레몬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1만 1000개를 돌파했다. 특히 40~5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레몬수가 ‘중장년 생명수’로 불리며 입소문을 타면서 레몬수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을 겨냥한 레몬즙 제품도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40대 직장인 이 아무개 씨는 “직장 동료에게 레몬수 얘기를 듣고, 아침에 커피 대신 레몬수를 마시기 시작한 지 두 달째”라면서 “처음에는 신맛에 속이 쓰려 연하게 시작했는데, 익숙해지니 커피 양을 줄이는 것을 넘어 붓기가 빠지고 체중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신 아무개 씨는 “꾸준히 (레몬수의) 효과를 보는 중”이라면서 “레몬수를 자주 먹다보니 몸이 가벼워졌고, 혈압도 정상범위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레몬수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데는 연예인들의 레몬수 사랑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 박솔미(46)는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레몬수로 피부 관리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7월 24일 TV조선 ‘퍼펙트 라이프’에 출연한 배우 방은희(57)는 아들과 수영장을 찾은 일상을 공유했다. 방은희는 “저는 비키니도 입는다”면서 수영복 자태를 뽐냈다. 그러면서 평소 레몬즙을 넣은 레몬수를 자주 마신다고 말했다.
안젤리나 졸리, 비욘세 등 해외 스타들도 아침 레몬수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 출신 톰 브래디(45)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슈퍼모델 지젤 번천(42)은 아침 기상 후 레몬수 한 잔을 마신 후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고 한다.
#“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레몬수를 많이 마실 경우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오클랜드 어린이 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173명의 과체중 여성을 대상으로 수분 섭취량을 측정한 결과, 레몬수를 마신 사람의 체중과 지방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연구는 평범한 물이 아닌 레몬수를 마셔서 체중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한다.
레몬의 건강 효과는 탁월한 것이 사실이다. 레몬에는 100g당 53mg 수준의 비타민 C가 함유돼 감기 등 호흡기질환 예방과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피부 손상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다. 미국임상영양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레몬과 같은 감귤류 과일에는 비타민 C와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해 꾸준히 섭취할 경우 피부 상태가 개선됐다.
또 레몬의 구연산 성분은 피로를 덜고, 신체 에너지 생성을 돕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향상해 신진대사를 증진한다. 레몬에 함유된 폴리페놀과 펙틴 섬유질은 지방 대사에 영향을 미쳐 체내 지방을 억제한다. 보건의료 대체의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레몬의 폴리페놀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켰다. 특히 혈관 건강에 좋은 펙틴은 심장병, 뇌졸중 등 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레몬수의 효과가 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또 강산성의 레몬수를 공복에 섭취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는 전문가도 있다. 한성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물에 레몬즙만 타서 마신다고 다이어트 효과가 갑자기 생길 것 같지는 않다”며 “(레몬수의 효과가) 물을 마심으로 나타나는 효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레몬즙의 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산도가 너무 강할 경우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물 대신 레몬수를 먹는 방법은 다이어트 효과가 크지 않은데, 레몬수와 물이 주는 다이어트 효과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물이 주는 효과는 즉각적인 포만감을 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칼로리도 제로다. 다이어트 할 때 물을 많이 먹으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맛이 자극적인 레몬수를 중화하기 위해 당분을 넣으면 다이어트 효과가 없어진다. 결국 물 대신 레몬즙을 조금 섞어 먹는 정도는 나쁘지 않지만 대단한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레몬 디톡스’라는 말이 있듯이, 레몬에는 비타민 C 등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으며, 노폐물 배출에 어느정도 도움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레몬이 강산성이기 때문에 빈 속에 고농도 레몬수를 섭취할 경우 위벽을 자극할 수 있다. 일반적인 비타민 C 영양제와 마찬가지로 레몬수도 큰 부작용은 없지만 위산 과다라든지 속쓰림, 식도성 역류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공복을 피해 식후에 마신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체중 감량에 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음식이나 음료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에 물이나 레몬수를 마시는 습관은 탈수를 예방할 수 있어 좋다. 만약 레몬수를 다이어트 목적으로 섭취할 경우 물과 레몬수를 병행하는 방법이 좋으며, 비율은 물 1L에 레몬 1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위장 기능에 따라서 좀 더 희석해도 된다. 하지만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질환 환자는 반드시 공복을 피해 섭취해야 한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