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 교체되면서 급물살…일부 투자자 “미국에 6조원 뺏기고 한국은 몸뚱이만 받는 격”
현지 언론 비예스타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권 씨 인도국을 한국으로 정하고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했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한국이 보낸 인도 요청서가 미국의 인도 요청서보다 일찍 도착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한국은 2023년 3월 24일 영문으로 작성한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제출했다. 미국은 이보다 3일 늦은 2023년 3월 27일 인도를 요청했다. 여기다 미국은 범죄인 인도가 아닌 임시 구금 요청 서한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 당국이 권 씨를 자국으로 송환해달라고 요청하며, 권 씨의 인도 문제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이 계속돼 왔다. 이날 결정으로 권 씨의 한국 송환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당초 권도형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권도형 씨 측이 항소하면서 고등법원과 항소법원을 거쳐 지난 3월 20일 권도형 씨 한국 송환이 확정된 바 있다. 하지만 대검찰청이 이에 불복해 이의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을 받아들여 권 씨의 한국 송환을 잠정 보류하고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이후 대법원은 4월 5일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이 법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는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을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결국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권 씨를 한국으로 보내는 결정이 나오면서 이번에야말로 권 씨 한국행이 확정될 모양새다.
법정 다툼 과정에서 변수가 생긴 건 최근 발생한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 교체다. 권 씨 한국 송환을 가로막아온 것으로 의심받았던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최근 개각을 통해 교체됐기 때문이다. 밀로비치 장관은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권 씨를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7월 25일 몬테네그로 부분 개각을 통해 밀로비치 장관은 경질됐다.
지난 6월, 밀로이코 스파이치 몬테네그로 총리가 권도형 씨가 설립한 테라폼랩스의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권도형 씨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된 것이 스파이치 총리와의 관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는 “몬테네그로 총리가 테라폼랩스의 투자자이며 로비 의혹도 있는 상황에서 항소법원의 결정이 의심스럽다. 권도형 씨가 미국에 합의금을 내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 송환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변창호 씨는 “현재 국내 코인 투자자들이 이번 결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코인 투자자들은 권도형 씨가 미국으로 송환되어 장기 형량을 선고받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6월 권 씨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44억 7000만 달러(약 6조 1000억 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기 때문에 불만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한 코인 투자자는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었는데, 그 이유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투자자에게 보상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논지였다. 그런데 권도형이 벌금 합의로 돈은 미국에 이미 뺏겼는데, 한국은 몸뚱이만 달랑 받은 격이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한편 권 씨가 납부하기로 한 환수금과 벌금은 SEC와의 민사 재판에서 이뤄진 합의일 뿐, 권 씨는 여전히 한국과 미국 수사당국이 제기한 형사재판에 피고로 기소된 상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