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공개는 법 위반, 힌트 못 줘”…연말까지 전 구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서울시청에서 연 브리핑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세부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전날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과 서울 인근 그린벨트를 해제해 올해 11월 5만 가구, 내년 3만 가구 등 8만 가구 신규 택지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녹지 보존을 이유로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서울시내 신규 주택 부지가 절실하다는 정부와 사회적 여론 압박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녹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유지·관리한다는 것은 최우선 순위의 가치며,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청년 세대의 시급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피치 못할 선택이 됐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저출생 해결보다는 자연 보호에 더 큰 가치 느끼는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말했다.
오 시장은 구체적인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는 “어느 동네가 풀릴 가능성이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텐데, 특정 지역을 언급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 힌트조차 드릴 수 없다”며 “이미 훼손돼 녹지의 기능을 다한 곳 위주로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농경지나 경작지·창고가 있는 등 보존성이 낮은 곳이 먼저 고려될 것으로 보이며, 전원주택 등이 들어선 집단 취락지역은 가급적 배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 취락지역은 기존 거주민의 이주 등으로 진행 절차가 복잡해지고 소요 시간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투기 차단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한 상태다. 추후 구체적인 주택공급 대상지가 확정되면 나머지 땅에 대해선 지정 해제 조치할 예정이다.
시는 지난 7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서울시 전체 그린벨트 149.09㎢ 가운데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거나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지역 23.93㎢를 제외한 125.16㎢를 올해 말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의 땅을 사거나 팔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오 시장이 추진하는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인 ‘장기전세주택Ⅱ(가칭 미리내집)’ 등 신혼부부 대상 주택을 일부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도심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는 하반기 전자투표 조합총회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전자투표가 도입되면 정비사업 관련 현장총회를 소집할 때 드는 비용이나 준비 기간이 단축될 전망이다.
정비사업 통합심의 대상도 소방·재해영향평가 부문까지 확대해 사업시행인가 기간을 3개월가량 줄일 방침이다.
또 정비사업 조합 설립 이후에는 갈등 관리를 위해 전문가를 조기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업시행인가부터 준공까지 걸리는 기간이 7년에서 4∼5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