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단체전 복싱 임애지도 하이라이트 장식…이미 금메달 5개 목표 훌쩍 뛰어넘는 성과 거둬
#사격·양궁의 약진
대한민국은 그간 사격 종목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둬왔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국내에서 역대 최다 올림픽 금메달을 가진 이 중 하나가 진종오였을 정도다. 사격 영웅으로 불리던 진종오가 현역에서 물러나고 금배지를 달게 된 이번 대회,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로 대한민국 사격은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대회 첫 메달부터 사격에서 나왔다. 올림픽 개막일인 7월 27일, 혼성 단체 10m 공기소총 종목에서 금지현과 박하준이 은메달로 기분 좋은 대회 출발을 알렸다.
이튿날에는 동반 메달 획득 소식이 이어졌다.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오예진과 김예지가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동시에 목에 건 것이다. 김예지는 금메달 경쟁에서는 밀렸으나 특유의 냉정한 표정과 절도 있는 자세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올림픽 이전까지 1000명 이하이던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어는 현재 10만 명에 이른다.
이후로도 사격 대표팀은 경쟁적으로 메달 사냥에 나섰다 반효진(여자 10m 공기소총 금), 양지인(여자 25m 권총 금), 조영재(남자 25m 속사권총 은)가 메달을 추가했다.
사격 대표팀의 분전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했다. 이번 6개의 메달은 한 명의 스타에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고루 성적을 내며 얻은 성과였다. 또한 김예지(1992년생)와 조영재(1999년생)를 제외하면 메달리스트들이 모두 2000년대생 젊은 선수들이기에 전망을 밝혔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효자 종목' 양궁도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올림픽에서 열린 5개 세부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싹쓸이'에 성공한 것이다.
먼저 금맥을 뚫은 이들은 여자 단체전에 나선 임시현, 남수현, 전훈영이었다. 이들은 양궁 여자 단체전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했다. 대회를 앞두고 '큰 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활약이었다.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이 나선 남자 단체전까지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렸다. 이어 김우진과 임시현이 나선 혼성 단체전도 석권했다. 혼성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들은 개인전에서도 각각 1위에 올라 대회 3관왕에 등극했다.
김우진은 개인통산 5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진종오, 김수녕(양궁), 전이경(쇼트트랙)을 넘어 역대 최다 금메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그가 지난 10년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하는 등 검증된 궁사였다면 임시현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만 21세로 처음 나선 올림픽에서 안정적인 활약으로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사격, 양궁의 선전으로 대한민국 선수단은 대회 목표를 조기에 초과 달성했다. 당초 이번 올림픽에서의 목표는 금메달 5개였다. 이는 대회 개막 단 3일차에 채워졌다. 첫 금메달 5개 중 4개가 사격과 양궁에서만 나왔다. 이외에도 펜싱에서도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가 나오며 대회를 지켜보는 팬들 사이에서는 '총, 활, 칼을 다루는 종목에서 성적이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은 대한민국에 기록적인 대회로 남을 전망이다. 11일 오전 현재 금메달 13개를 따내며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2008 베이징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과 타이를 이뤘다.
#투기 종목의 부활
이번 올림픽은 대한민국 투기 종목이 반등한 대회이기도 하다. 유도는 대한민국의 올림픽 도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목이었다. 하지만 점차 그 힘을 잃어갔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이전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는 총 5개(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메달이 늘었다. 재일 교포 출신 허미미가 여자 –57kg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이준환(남자 –81kg 동), 김하윤(여자 +78kg 동), 김민종(남자 +100kg 은)이 뒤를 이었다. 김하윤과 김민종은 그간 한국 유도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최중량급에서 거둔 성과였기에 기쁨을 더했다.
하이라이트는 단체전이었다. 8강에서 탈락을 맛봤으나 이들은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 결정전에 올랐다. 개인전 출전권을 모든 체급에서 따내지 못해 단체전 일부 체급에서 공백이 있었다. 그럼에도 단체전에 나선 선수들은 자신보다 높은 체급의 선수들을 상대로도 승리를 따내며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복싱에서 나온 유일한 메달인 임애지의 동메달에도 높은 가치가 매겨졌다. 임애지는 16강과 8강을 연이어 뚫어내며 결국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이는 한국 복싱에서 나온 12년만의 올림픽 메달이었다. 또한 여자 선수로서는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대회 후반부에 열리는 태권도에서도 성과는 이어졌다. 첫 주자로 나선 박태준은 남자 –58kg에서 한국 남자 태권도에 16년 만의 금메달을 안겼다. 이어진 여자 –57kg에서도 김유진이 금메달을 추가했다. 이다빈은 여자 +67kg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다빈은 두 대회 연속 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밖에 전지희, 이은혜, 신유빈 등은 여자 탁구 단체전에서 독일을 제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이 종목에서 메달을 땄다. 특히 신유빈은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걸어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뉴질랜드 교포 골프선수 리디아 고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은메달, 2021년 도쿄 올림픽 동메달 획득한 리디아 고는 이로써 올림픽 골프 개인전에서 금,은,동을 모두 딴 최초의 선수가 됐다.
#씁쓸한 뒷맛
손에 꼽을 성과를 낸 대회, 하지만 환희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28년만의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로 환호가 쏟아진 순간, 메달의 주인공 안세영이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실망했다. 선수 운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안세영의 말에 체육 단체를 겨냥한 각계 각층의 비판이 이어졌다.
안세영에게 큰 응원이 뒤따랐으나 일부에선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올림픽이 진행 중인 발언 시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에 안세영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반성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